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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태펀드 원칙, '이중잣대' 논란
딜사이트 오동혁 IB부장
2022.10.07 16:42:00
이 기사는 2022년 10월 07일 10시 3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오동혁 IB부장] 정부가 발주한 건물 시공을 맡은 두 업자가 있다. 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일부자재 공급에 차질이 생겼다. 한쪽은 원래 쓰기로 했던 곳이 아닌 다른 업체 자재를 갖다 써서 기한을 맞췄고, 다른 한쪽은 발주처를 찾아가 공사 기한을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앞선 업자는 '신규 사업 입찰 불가'라는 중징계를 받았고, 후자는 어떤 불이익 없이 기한 연장을 이끌어 냈다. 여기서 드는 합리적 의문점이 있다. "원래 쓰기로 했던 자재와 바뀐 자재 간 품질 차가 있는 것 아닐까?" 여기에 대한 대답은 "전혀 없다"다.  


이 같은 아이러니한 일이 최근 모태펀드 운용기관인 한국벤처투자에서 일어났다. 올 3월 선정한 '정시 출자사업'이 시발점이 됐다. 자펀드 운용사로 선정된 벤처캐피탈들이 약속된 결성시한(6개월)이 되도록 민간자금 매칭을 못하자 기한을 늘려줬다. '원칙'을 중시해 온 그간 행보를 감안하면 매우 파격적인 결정이다. 


명분은 충분했다. 세계 경기침체, 국내외 증시하락, 금리 및 환율 상승 등 얼어붙은 투자심리에 대한 근거는 차고 넘쳤다. 자펀드에 자금을 대기로 약속하며 출자확약서(LOC)를 제출했던 수많은 민간기업들이 집행계획을 철회했고, 이로 인해 운용사들은 집단 패닉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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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례 없는 역대급 '비상 상황'에 정부 출자기관이 융통성을 발휘하는 것은 어찌보면 바람직한 일이다. 다만 어떤 규정은 완화하고, 다른 규정은 굳건히 지킨 탓에 시장에서 불필요한 잡음이 일게 됐다. 모태펀드 출자사업 원칙에 '이중잣대'를 적용했단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자펀드 결성시한이 임박하자 민간투자자로부터 출자철회 통보를 받은 운용사들은 급히 자금조달처를 물색했다. 이중 일부는 결국 다른 출자자를 끌어들이는데 성공했다. 비록 LOC를 제출했던 업체는 아니었지만, 정부와의 약속을 지켜 펀드결성을 완료해 낸 셈이다. '돈'에는 품질이 따르지 않기에 출자자 바뀜에 따른 '부실'을 걱정할 상황도 아니었다. 


그런데 정작 이들 운용사에게는 6개월 간 출자사업 참여를 제한하는 징계가 떨어졌다. 단지 LOC를 제출한 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자금을 받았다는 이유에서다. 어떻게든 기한을 맞추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닌 입장에선 억울할 수 밖에 없는 조처였다. 한국벤처투자는 "규정을 지켜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모태펀드 정시 출자사업 신청은 대부분 1분기 내 끝난다. 반년 간 출자사업 참여제한은 사실상 내년도 신청이 불가하다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반면 이번에 기한 연장을 받게 된 운용사들은 다시 LOC를 제출했던 업체와 접촉해 볼 시간을 벌었다. 펀드결성만 잘 마무리 하면 내년에도 얼마든지 출자사업에 도전해 볼 수 있다. 


한 벤처캐피탈 대표는 이렇게 진단했다. "과거에 결성시한을 못지켜 패널티를 받았던 운용사들은 배신감이 들 것이다. 이번에 결성실패한 펀드들이 수시출자사업으로 전환해 나오면 신청하려 준비했던 곳들도 허탈할 것이다. 무엇보다 기한을 맞췄음에도 징계를 받게 된 운용사는 타격이 크다. 특정 규정만 완화해 시장혼란이 가중됐단 비난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원칙'과 '규정'은 웬만하면 지키는 게 좋다. 불가피한 상황으로 완화해야 할 경우엔 이해관계자들에게 돌아갈 혜택과 피해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과실 경중에 비례해 적용될 수 있도록 밸런스를 맞추는 노력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최악의 환경에서도 어떻게든 펀드를 결성해 낸 운용사들에게만 불똥이 튀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한 측면이 크다. 


공사기한을 연장해야 할 수만 가지 이유가 있음에도, 기한을 맞춘 업자에게 '당근'을 못 줄 망정 '채찍'까지 쳐선 곤란하다. 무엇보다 약속을 지킨 유능한 이들만 피해를 본다는 선례를 남겨선 곤란하다. 나쁜 선례들이 쌓이면 결국 원칙도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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