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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부의 섣부른 '제로섬 게임'
최양해 기자
2022.10.14 08:25:14
민간 주도 방향성 유지하되 속도 조절해야
이 기사는 2022년 10월 13일 08시 2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최양해 기자] '제로섬 게임(zero-sum game)'. 한쪽의 이득과 다른 쪽의 손실을 더하면 제로(0)가 되는 게임을 일컫는 말이다. 총량은 유지한 채 비율만 바뀌는 현상을 비유적으로 이르기도 한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최근 발표한 내년 모태펀드 예산안은 제로섬 게임을 연상케 한다. 정책자금 출자는 줄이고, 민간자금 유입은 늘리는 방식으로 민간 중심의 벤처 생태계 구축을 꾀한 까닭이다.


중기부는 내년도 모태펀드 출자예산으로 3135억원을 편성했다. 이는 올해(5200억원)보다 39.7%, 지난해(1조700억원)보다 70.7% 급감한 수준이다. 모태펀드 예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기부 출자 규모가 쪼그라들면서 전체 모태펀드 예산 또한 24.3% 축소됐다.


중기부는 정책자금을 줄이는 대신 민간 벤처투자를 활성화하겠단 입장이다. 민간자금을 대거 유입시켜 벤처투자 생태계에 투입되는 마중물의 '총량'을 유지하는 게 목표다. 지난해 늘어난 민간 출자 규모와 기업형벤처캐피탈(CVC) 설립 행렬에서 자신감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영 중기부 장관은 지난 6일 국정감사에서 "지난해 민간에서 조성된 펀드가 전체 펀드 규모의 36%를 차지했다"며 "CVC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서 올해만 두 곳의 대기업이 벤처캐피탈을 만들었고, 하반기 7곳이 설립을 의논 중"이라고 말했다. 정책자금이 줄어든 부분을 민간에서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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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자본 업계는 중기부의 민간 벤처투자 활성화 방향에는 공감한단 입장이다. 그러나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고, 섣부르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특히나 금리 인상과 스태그플레이션에 직면한 현 상황에서 드라이브를 걸만한 계획은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중기부의 예상처럼 벤처투자 마중물의 총량이 유지될지도 미지수다. 민간 출자자 풀(Pool)이 여전히 부족한 까닭이다. 오히려 최근 금리 인상 탓에 벤처펀드 출자를 꺼리는 민간 출자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모태펀드 1차 정시 출자사업에 선정된 위탁운용사(GP)들이 6개월의 결성시한 동안 민간자금 매칭(matching)에 난항을 겪은 것도 이 같은 현실을 방증한다.


CVC 설립이 늘어나는 것 또한 장밋빛 미래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앞서 민간 출자자로 참여하던 대기업들이 자사 CVC 위주로 돈을 내려주기 시작하면, 그들로부터 자금을 받아 펀드를 조성하던 벤처캐피탈들은 펀드 결성에 차질을 겪을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CVC 설립이 늘어난 만큼 민간 벤처투자 규모가 곧이곧대로 늘어날 것이란 판단이 섣부른 이유다.


국내 모험자본 업계는 정책자금 중심으로 커왔다. 벤처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민간 벤처투자 활성화가 필요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정책자금 비중을 급격히 줄이기엔 아직 이르다. 걸음마를 뗐다고 바로 뛸 수 없고, 네발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됐다고 해서 곧바로 두발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게 아니다. 총량을 유치한 채 벌이는 제로섬 게임은 해답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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