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민승기 차장] "글로벌 코로나19 진단 제품 시장 흐름이 심상치 않다. 미국에서는 자국 기업이 만든 진단검사 및 키트 제품에 더 특혜를 주는 분위기까지 감지된다. (국내 진단기업이) 설 자리가 더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최근 글로벌 시장 진출 확대를 위해 미국 등을 다녀 온 뒤 '위기감'을 감지한 진단기업의 한 고위 임원이 내뱉은 말이다. 

국내 진단기업들은 최근 몇 년간 초호황기를 보냈다. 2020년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되는 시기, 국내 진단기업들은 누구보다 발 빠르게 대처해 K-방역의 주역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SD바이오센서, 씨젠 등 국내 유명 진단기업들은 경쟁하듯 매 분기마다 실적 갱신 신기록을 써내려 갔다. 

그러나 최근 엔데믹(토착화)에 따른 거리두기 제한과 마스크 의무착용 등의 방역조치가 풀리면서 진단시장은 급격하게 쪼그라드는 모양새다. 오미크론 변이가 새로운 우세종이 된 이후 전세계에서 진단 검사를 기피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도 시장 축소에 큰 영향을 끼쳤다.

월별 수출액을 살펴보면 진단키트 시장이 얼마나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지 더욱 뚜렷하게 알 수 있다. 관세청의 수출입 무역통계를 살펴보면 올해 8월 진단키트 수출액은 1339만달러 수준이다. 이는 지난해 8월(수출액 6800만달러) 대비 무려 80.3%나 감소한 금액이다. 7월 역시 전년 동월 대비 62.9% 감소한 2866만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미국 등 일부 국가들은 진단키트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자 자국 생산 진단키트 제품에 대한 지원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단키트 기업들 사이에서는 미국 진단키트 기업이 생산캐파를 늘리는데 정부의 자금이 들어가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정부기관 등이 진단키트를 구입할 시 자국 생산 제품을 사용 권고한다는 소문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는 미국 현지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지 않은 국내 진단기업들에게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이같은 소문을 뒷받침하듯 미국으로의 진단키트 수출액은 매월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다. 올해 수출액은 1월 811만달러, 2월 836만달러 수준이었지만 6~7월달은 각각 79만달러, 77만달러에 불과했다. 계절적 요인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갑자기 10배 이상 줄어든 것은 분명 이례적이다. 

사실 K-방역을 이끌었던 진단시장 축소는 예견됐던 일이다. 전문가들 역시 코로나19 특수가 사라지기 전 사업다각화 전략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수 차례 경고한 바 있다.

이미 일부 진단기업들은 매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쌓은 현금성 자산을 통해 성공적인 인수합병(M&A)을 마쳤지만 여전히 활로를 찾지 못한 기업들도 많다는 평가다. 

코로나19 종식 이후 한국 진단기업들이 또 다시 만년 적자 사업으로 돌아갈지, 새로운 K-바이오의 주역이 될지는 미래를 얼마나 잘 준비했느냐에 달렸다.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빠르게 시장이 변화하고 있다. 인수합병(M&A)을 통해 기존 사업 유통망을 강화하거나 타 산업군 진출로 매출구조를 다변화시키는 등 기업에 맞는 생존전략을 하루 빨리 세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