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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전쟁' LG-SK가 얻을 전리품
김동희 부장
2019.10.04 08:36:58
이 기사는 2019년 10월 02일 11시 2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동희 부장] 우리나라 지식재산권 분쟁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의 경각심이 높아졌지만 대부분 해외기업과 기술 분쟁을 대비하는 차원이었다. 2000년대 초반 국내 기업간에도 크고 작은 송사가 잇따르면서 지식재산권은 공정경쟁을 위해 반드시 지켜야할 게임의 룰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사내 변호사 등 법률 전문가 채용이 늘었고 기술을 지키기 위한 소송도 매년 증가세다.    


하지만 일반 직원들의 인식은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기술유출(영업비밀 침해) 범위가 모호하다 보니 직원 개개인이 당사자가 될 수 있다는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지식재산권 송사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최근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전쟁도 여기에서 출발한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의 2017년 이후 자사 출신 직원 채용건에 대해 문제 제기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지난 2017년부터 LG화학 전지사업본부내 연구개발, 생산, 품질관리, 구매, 영업 등 전 분야 관련 인력 80여명을 채용하면서 이 회사가 공들여 개발해 둔 선행기술과 핵심 공정기술 등을 도둑질해갔다는 주장이다. LG화학은 지난 4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 (이하ITC, 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와 미국 델라웨어주 연방지방법원에 영업비밀(Trade Secrets) 침해 혐의로 SK이노베이션을 제소했다. 


앞서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 측에 두 차례나 내용증명을 보내며 자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하지만 개선되지 않아 법적조치에 나섰다는 입장이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의 당시 경력직원 채용도 일반적이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SK이노베이션 측이 LG화학의 양산 기술이나 핵심공정 기술 뿐 아니라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한 관련 직원 이름 등 개인 정보까지 입사지원서에 기재토록 했다는 것이다.  당시 이직자들이 사내 시스템에서 개인당 적게는 400여건, 많게는 1900여건까지 기술 관련 문서 등을 내려받은 사실도 확인했다고 LG화학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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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은 즉각 반격에 나섰다. LG화학 출신을 채용하기는 했지만 대부분(약 95%) 과장, 대리급이었고 기술 유출이나 영업정보를 활용한 저가수주 등의 영업비밀 침해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SK이노베이션은 뒤이어 LG화학을 특허기술 침해혐의로 ITC에 제소하며 반격의 강도를 높였다. 특허기술 숫자는 LG화학이 많을지 몰라도 기술의 질은 SK이노베이션이 우수해 특허를 침해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LG화학 기술의 특허 침해 가치가 없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설파한 노림수로 읽힌다. 


SK이노베이션은 과거 배터리 분쟁 당시를 상기해보자며 싸움의 장을 여론전으로 옮겼다. 당시 합의를 지키지 않은 쪽이 LG화학이라며 여론에 호소하고 있다. 최근 한·일, 미·중 등 글로벌 각국간 치열한 경제 전쟁으로 시선을 돌려 집안싸움에 대한 곱잖은 여론에 기댄 전술로 풀이된다. 


LG화학은 적반하장이라며 SK이노베이션을 특허기술 침해 혐의로 재차 제소했다. 


양사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사안인 만큼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잘잘못은 법원에서 가려질 일이다. 재계 입장도 갈리고 있다. LG화학이 지나치게 강경하다는 비판적 의견이 있는 반면 오죽 답답했으면 송사까지 갔겠냐는 동정론이 나오고 있다. 


억울함의 정도 역시 다를 수 밖에 없다.  LG화학은 먼저 공세에 나서긴 했지만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십수년간 명운을 걸고 공들여 개발한 기술이 외부로 야금야금 빠져나가는 것을 누가 지켜 보고만 있을 수 있겠는가. 세간의 관심을 끌 수 있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간 소송전이 부담스럽지만 기술 보호 원칙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개인과 기업의 의식적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시장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기술력은 기업 생존의 필수 요소다. 


SK이노베이션은 기술유출의 가해자로 지목된 부분이 억울할 수 밖에 없다. 2차 전지 적용 방식이 유사하다보니 경력직원 채용에 LG화학 직원이 대거 지원했을 뿐 통상적인 연구원 채용 방식과 다르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LG화학이 주장하는 특정인력을 타깃으로 한 채용은 없었고, 영업비밀이 담겨진 상세한 자료도 요구하지 않았다고 SK이노베이션은 주장하고 있다. 일부 지원자들이 본인 성과를 어필하는 용도로 관련 자료를 제출했지만 전혀 새로운 내용이 없어 이미 관련 자료들 역시 모두 파기했다고 말한다. 


양사의 노림수 역시 차이가 있어 보인다. LG화학 입장에서는 경쟁사와 내부 임직원에게 기술유출에 대한 경각심을 되새길 필요가 컸다. 퇴사시 3년간 동종업계 이직 제한 등의 서류를 작성하기는 하지만 직업선택의 자유를 존중하기에 제대로 지켜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기업과 달리 개인 직원의 이직은 영업비밀 침해로 문제 되는 사례 역시 흔치 않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영업비밀 침해 논란 자체를 회피코자 한다. 젊고 능력있는 직원을 채용해 배터리사업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하는데 자칫 이번 사태가 인재 채용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기업이미지를 훼손할 수도 있는 탓이다. 채용과정에 문제 없다는 입장을 밝혀 관련 사업에 차질이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원만한 합의에 나설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아 보인다. 양사의 오너가 직접 나선다해도 배터리 사업을 놓고 벌이는 치킨게임은 끝장을 봐야 한다. 지루한 소송전은 시작에 불과할 뿐이다. 명분과 실리를 누가 챙기느냐의 기 싸움이 될 가능성 크다. 양사의 신뢰는 이미 무너졌다. 


지식재산권 분쟁의 원칙을 지키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은 어느 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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