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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컴·바이오 이어 AI까지…상장사 '네임 워싱' 또 반복
민승기 기자
2026.04.24 08:30:16
잦은 사명 변경·사업목적 추가…실체 없는 '리브랜딩 워싱' 논란
이 기사는 2026년 04월 23일 10시 2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사명에 'AI'를 추가한 주요 상장사 리스트 . (그래픽=김민영 기자)

[딜사이트 민승기 기자] 최근 미국 증시에서 친환경 운동화 브랜드 '올버즈(Allbirds)'가 사명에 'AI'를 달고 관련 전략과 브랜딩 변화를 내세운 이후 주가가 급등하며 'AI 워싱(AI Washing)'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간판 갈아끼우기' 열풍은 국내 증시에서도 재현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과거 닷컴 버블과 바이오 광풍 시절의 '묻지마 투자'가 AI라는 옷을 입고 반복되고 있다고 우려한다.


23일 금융투자업계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종목명 기준으로 국내 증시에서 'AI'를 포함한 기업은 총 12개사로 이 중 11곳이 코스닥 상장사다.


주목할 점은 사명 변경의 '시점'이다. 2016년 일찌감치 이름을 바꾼 셀바스AI를 제외한 11개 기업이 모두 챗GPT 열풍이 본격화된 2023년 이후 사명을 변경했다. 2024년에 4곳, 2025년에는 5곳이 사명에 AI를 새겨 넣었다. 올해 들어서도 파수(파수AI), 나노캠텍(LSK AI로봇) 등이 사명 변경을 통해 이미지 쇄신에 나섰다. AI 투자 열풍으로 관련 테마에 자금이 쏠리자, 기업들이 이를 반영한 네이밍 전략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기업들은 사명 변경의 이유로 '기업 이미지 제고'와 '브랜드 가치 향상'을 내세우고 있지만 시장의 시선은 싸늘하다. 실질적인 기술력 확보나 매출 구조의 변화 없이 '유행어'만 선점하려는 행태가 증권 시장에서 반복돼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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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과거에도 트렌드에 따라 사명을 바꾸거나 사업 목적을 추가해 주가를 부양하려는 시도는 끊이지 않았다. 2000년대 초반 '닷컴' 열풍부터 2010년대 '바이오', 2020년대 들어 '메타버스'와 '가상자산'까지 테마만 바뀌었을 뿐 유사한 패턴이 반복됐다. 특히 이 같은 '네임 워싱(Name Washing)' 기업 상당수가 3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거나 재무 구조가 취약한 '한계기업'이라는 점도 공통적으로 지적된다.


뉴엔AI는 사명 변경이 주가 부양의 '치트키'가 될 수 없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150% 넘게 급등했지만 현재 주가는 고점 대비 70% 가까이 하락했다. 이 같은 급등 후 급락 패턴은 다수 AI 테마주에서도 반복적으로 관찰되는 흐름이다. 또한 상장 후 첫 성적표도 기대에 못 미쳤다. 뉴엔AI는 2025년 상장을 앞두고 영업이익 40억원을 전망했으나 실제로는 11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AI'라는 화려한 포장지가 기업의 펀더멘털을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라는 평가다.


SKAI 역시 투자자 혼선을 유발할 수 있는 사례로 거론된다. SKAI의 정식 사명은 '스카이월드와이드'지만, 영문 표기인 'SKAI'가 'SK'와 'AI'의 결합처럼 인식되면서 실제 사업 내용과 무관하게 오인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SKAI 역시 여전히 만성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명에 AI를 포함했지만 실제 사업과 괴리가 있는 사례도 존재한다. 차AI헬스케어는 지난해 10월 'AI 기반 의료 솔루션 및 플랫폼 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하고 사명에 AI를 추가했지만 이후 실제 매출이나 사업 실행은 확인되지 않았다. 공시상 사업 확대와 실질 영위 간 괴리가 발생한 셈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사명에 AI가 들어갔다고 해서 해당 기업의 기술력이 입증된 것이 아니며, 오히려 본업과 무관한 테마 편승은 'AI 워싱'일 가능성도 분명 존재한다"며 "투자자들은 정관상 사업 목적의 구체성, R&D 투자 규모, 그리고 실제 매출 발생 여부를 담은 사업보고서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결국 실체 없는 '간판 갈이'가 반복될수록 증권 시장 전체의 신뢰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이 같은 왜곡이 누적될 경우 시장의 투명성을 저해하고 투자 리스크 프리미엄이 확대돼 결과적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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