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권재윤 기자] 정부가 상조업계의 선수금 운용에 대한 규제 강화를 추진하고 금융당국의 감독 확대까지 논의되면서 업계 안팎에서 '규제 일변도'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 같은 조치가 비용 증가를 통해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주요 사업자인 보람상조도 자금 활용 전략 전반에 제동이 걸리며 운용 방식에도 적지 않은 제약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상조업 관련 입법 발의안은 약 6건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핵심은 상조업체들의 선수금 운용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지배주주 및 특수관계인과의 거래를 제한하는데 있다. 상조업의 핵심 자금인 선수금의 투기적 운용을 차단하는 한편, 회계 처리 기준을 강화하고 신용공여 한도 설정, 부당이익 제공 금지, 이사회 의결 및 공시·보고 의무 확대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이와 함께 기존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중심의 감독 체계에 금융당국이 추가로 관여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공정위와 금융위원회(금융위)는 할부거래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해, 공정위가 필요 시 금융위의 지원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금융감독원이 조사·검사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아울러 별도 발의된 법안에는 금융위가 선수금 운용의 건전성 확보를 명분으로 독자적인 감독과 시정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 같은 규제 강화 흐름에 대해 일각에서는 진흥·지원책 없이 규제만 강화하는 '규제 일변도'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미 할부거래법상 선수금의 50%를 예치해야 하고, 자본금 요건과 폐업 시 소비자 보호 장치 등의 규제가 작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규제까지 더해질 경우, 그 비용 부담이 결국 소비자 가격 인상이나 서비스 품질 저하로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다.
상조업계 한 관계자는 "2010년대 초반 일부 영세 업체들의 선수금 횡령이나 무단 폐업 사례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고 최소한의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정책 방향 자체는 타당하다"면서도 "다만 그 안전망이 어느 순간부터 산업 전체를 잠재적 위험으로 간주하는 포괄적 규제로 고착화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금융위까지 감독 체계에 참여해 자산운용 및 내부통제 규제를 추가로 적용하는 것은 사실상 '이중 규제'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상조업을 금융업으로 보지 않으면서도 금융업에 준하는 규제를 도입하는 것은 정책의 일관성과 법적 정합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규제가 현실화될 경우 보람상조를 비롯한 주요 사업자들의 자금 운용 전략 전반에 제약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상조업계 선수금 규모는 올해 10조원을 넘어섰고 가입자 역시 1000만명을 돌파하며 외형이 빠르게 확대된 상태다. 보람상조의 경우에도 올해 초 선수금 규모가 1조6618억원으로 전년(1조5670억원) 대비 약 6% 증가했다.
상조업에서 선수금은 사업의 핵심자금이다. 소비자로부터 선납 형태로 유입된 자금을 운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수금 운용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경우 단기적으로는 자금 운용의 자유도가 낮아지며 수익성 관리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계열사 간 자금 거래 역시 일정 부분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나아가 자본 건전성 기준 강화로 재무 구조 전반이 보다 보수적으로 재편되면서, 중장기적으로는 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대응력이 분산돼 있다는 점도 한계 요인으로 지적된다. 현재 상조업계는 대한상조산업협회와 한국상조산업협회로 나뉘어있어 통합된 대응 창구가 부재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규제 논의가 속도를 낼 경우 업계 전반이 정책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 가운데 업계 육성이나 지원을 담은 이른바 진흥법 성격의 조항은 사실상 전무하다"며 "규제 일변도의 입법 구조는 산업을 위축시키고 결과적으로 고령화 사회에서 확대되는 라이프케어 수요를 충족할 민간의 역량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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