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권녕찬 기자] 더존비즈온이 'ERP 뱅킹' 사업을 본격화한다. 기존 강점인 ERP(전사적자원관리) 솔루션에 금융 서비스를 결합해 단순 소프트웨어 공급자를 넘어 기업금융 플랫폼 사업자로의 체질 전환에 나섰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새로운 수익모델 구축도 병행한다는 구상이다.
14일 IT·금융업계에 따르면 더존비즈온은 최근 제주은행과 'DJ Bank'를 출시했다. DJ Bank는 양사의 디지털 기업금융 특화 브랜드로, ERP 뱅킹 서비스를 브랜딩해 시장에 처음 선보인 것이다. 더존비즈온은 제주은행의 2대 주주(14.99%)다.
ERP 뱅킹은 더존비즈온의 ERP 시스템 내부에 은행 기능을 직접 탑재한 혁신 금융 서비스다. 기존에는 회계 처리 이후 별도의 인터넷뱅킹에 접속해야 했지만, ERP 화면에서 송금, 급여 이체, 대출 신청 등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다. 단순 API 연동 수준을 넘어 ERP 내에서 금융이 실행된다는 점에서 기존 오픈뱅킹이나 핀테크 서비스와 차별화된다.
더존비즈온은 ERP 뱅킹에서 데이터와 인프라를 제공하는 핵심 역할을 맡는다. 약 300만 곳의 기업 고객을 기반으로 금융 서비스가 구동될 플랫폼을 제공하는 구조다. 이를 통해 기업들은 업무 편의성 극대화와 효율적인 자금 관리, 최적의 자금 조달을 추진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은행이 고객을 확보하는 구조에서 ERP 플랫폼이 금융 수요를 흡수하는 구조로 바뀔 수 있는 셈이다.
특히 ERP 뱅킹은 금융 접근성이 낮은 중소기업을 겨냥한다. ERP 데이터를 활용해 기업의 재무 상태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자금 흐름과 상환 능력을 평가한다. 기존 담보·재무제표 중심 심사에서 벗어나 현금흐름 기반 여신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를 위해 더존비즈온은 중소기업 전용 신용평가기관 '테크핀레이팅스'를 설립했다. 더존비즈온(46%), 신한은행(45%), 서울보증기금(9%)이 출자했다. 실시간 ERP 데이터를 활용한 대안신용평가 모델로, 그간 금융정보 비대칭 탓에 사각지대에 있던 중소기업이 최적의 자금 조달을 할 수 있도록 신용등급을 제공하게 된다.
수익모델도 다각화한다. 디지털 뱅킹 이용료와 금융 수수료가 핵심이다. 기업 고객이 ERP 내 디지털 뱅킹 기능을 사용함에 따라 지불하는 플랫폼 이용료와 더존 플랫폼을 통해 제주은행의 대출, 보험, 카드, 투자 상품 등이 판매될 때 발생하는 상품 중개 및 계좌 연계 개설 수수료를 올릴 수 있다. 여기에 업무 효율성을 얻기 위해 유입되는 신규 고객이 늘어나며 기존 고객의 이탈을 막는 락인(Lock-in) 효과도 예상할 수 있다.
더존비즈온은 ERP 뱅킹을 통해 재무 데이터와 실시간 신용평가 모델, 금융 서비스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새로운 디지털 기업금융 서비스 구현으로, 단순 SaaS(소프트웨어 서비스) 기업을 넘어 금융 플랫폼 기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더존비즈온의 이번 행보는 지난해 제4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철회 이후 제시한 금융 플랫폼 혁신 전략의 연장선이다. 직접 은행업에 진출하는 대신 ERP라는 기존 강점을 활용해 금융을 흡수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ERP 뱅킹은 새로운 생산적인 금융모델"이라며 "ERP 뱅킹의 궁극적인 목적은 더존비즈온의 기업고객을 보다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기존 ERP 솔루션을 기본 중심축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코스피 상장사 더존비즈온은 현재 공개매수를 통한 상장폐지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말 더존비즈온 최대주주로 등극한 글로벌 사모펀드 EQT파트너스는 오는 4월 22일까지 추가 공개매수를 통해 자발적 상장폐지에 나선다. 지난달 말 더존비즈온 지분 89.92%를 확보했고 현재 추진 중인 공개매수를 통해 9.42%를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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