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태민 기자] 넥슨재팬이 '투톱 리더십'을 내세웠다. 패트릭 쇠더룬드 회장이 경영 비전을 설계하고, 이정헌 대표가 실행으로 옮기는 구조다. 큰 틀의 방향성은 같지만 조직 운용 방식과 실행 우선순위에선 미묘한 온도차가 감지된다.
넥슨은 지난달 31일 일본 도쿄에서 진행한 자본시장 브리핑(Capital Markets Briefing·CMB)에서 새 리더십 체제와 사업 청사진을 제시했다.
쇠더룬드 회장이 넥슨의 경영 및 크리에이티브 방향을 설계하면, 이정헌 대표가 사업 전략을 구체화하는 방식이다. 명확한 역할 분담을 토대로 사업 추진력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두 리더의 공통분모는 핵심 성장 전략으로 제시한 '프랜차이즈 확장'이다. 다만 이를 실제 조직 운영과 프로젝트 관리에 어떻게 적용할지를 놓고는 접근법 차이가 엿보인다.
◆투톱의 한 시선…프랜차이즈 강화와 AI 활용
두 리더의 교집합은 핵심 성장 전략으로 내세운 '프랜차이즈 확장'이다. 프랜차이즈 수를 기존 3개에서 5개 이상으로 늘리고, 각 IP의 깊이와 폭을 넓히는 게 골자다. 핵심 프랜차이즈의 성공 사례를 다른 IP로 이식해 또 다른 프랜차이즈로 키운다는 청사진이다.
현재 넥슨의 프랜차이즈 IP는 기존 '종적 확장'의 축으로 지목됐던 ▲메이플스토리 ▲던전 앤 파이터 ▲FC 온라인 등 3개다. 공통적으로 이용자들의 충성도가 높으며, 매출의 대부분도 이 3개 IP에서 나온다.
2024년 제시했던 종적 성장 전략은 장르·플랫폼 다각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반면 이번에는 이용자 경험(UX)과 수익성 강화가 더 앞에 놓였다. 이용자 특성에 맞춘 게임 플레이 및 콘텐츠 경험을 제공해 잔존율과 체류 시간을 높인다는 복안이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이용자가 소속감을 느끼는 커뮤니티를 구축한다는 청사진이다.
AI를 바라보는 시각과 철학도 일치한다. 두 리더 모두 AI 도입을 통해 창의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단순 반복 업무를 줄이고 개발·운영 효율을 높여 콘텐츠 퀄리티와 개발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취지다.
쇠더룬드 회장은 엠바크스튜디오에서의 성공 경험을 토대로 AI가 조직문화·개발 프로세스 전반을 바꿀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대표 역시 AI 도입 이후 픽셀 아트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일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적은 인력으로도 트리플A급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넥슨은 AI 이니셔티브 '모노레이크'를 도입해 게임 개발·운영 전 과정을 혁신한다는 계획이다.
◆투톱 공조 속 미묘한 시각차
두 리더의 온도차가 뚜렷한 지점은 조직 운용 기조다. 쇠더룬드 회장의 기조연설을 뜯어보면 엠바크의 운영 방식을 넥슨에 이식시키는 게 핵심이다. 엠바크스튜디오는 소수 정예 인원으로 대규모 기술 기반 게임을 개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AI·자동화 기술 등을 활용해 소규모 조직의 생산성을 높이는 게 특징이다.
이에 대한 이 대표의 톤은 사뭇 다르다. 개발팀 규모 자체보다는 프로젝트 수를 줄이자는 게 골자다. 잔여 인력을 핵심 프로젝트에 재배치해 집중도를 높이자는 취지로 읽힌다. 이 같은 방식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쇠더룬드 회장이 조직 슬림화와 생산성 제고에 방점을 찍는다면, 이 대표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자원 재배치에 상대적으로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비용 구조 변화와 관련된 질문에 대한 이 대표의 답변이 이 같은 시각을 뒷받침한다. 그는 보상 체계에 대해 "실적이 좋은 프로젝트에 성과급을 지급하는 건 이익을 개발 인원들에게 직접 나눠주는 구조"라며 "역량 있는 글로벌 인재들이 넥슨과 함께 일하고 싶어하는 원천이라 생각해 가급적 이 구조를 지켜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생산성 제고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일률적인 인력 축소보다는 성과가 나는 프로젝트 중심의 재편과 보상 체계 유지에 더 무게를 두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추구하는 방향은 같지만 실행 단계에서 이견이 드러날 여지가 있는 대목이다. 프로젝트 중단 및 규모 축소 여부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우선순위가 엇갈릴 수 있을 가능성이 엿보인다. 특히 기존 IP를 기반으로 개발 중이나 아직 성과가 검증되지 않은 '중간지대' 타이틀의 존폐를 놓고 두 리더의 판단이 갈릴 가능성이 없지 않다.
물론 단기적 관점에선 역할 분담형 공조 형태로 운영될 가능성이 더 높다. 내년부터 출시 예정인 신작 라인업의 성적표가 나오는 시점에 이 같은 공조 체계가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내부 파이프라인이 성과를 내면 현재의 역할 분담이 공고해지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두 리더십의 권한 배분 방식이나 체질 개선의 속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통상 투톱 리더십의 경우 두 명의 리더가 맡은 역할이 서로 보완돼 실적·전략을 얼마나 실행하는지에 달렸다"며 "새 리더십 체제를 판가름할 핵심 기준은 결국 차기작 성과와 수익성 개선 지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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