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안나 기자]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차녀 서호정 씨에게 지분을 추가 증여하며 아모레퍼시픽 그룹의 승계 구도에 변화가 감지되는 모습이다. 2023년 600억원대 지분 증여에 이어 올해 3월에도 300억원 규모의 지분 추가 증여가 예고되면서 지분 구조와 경영 행보에서 차녀의 존재감이 부각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난달 25일 서경배 회장이 보유 중인 아모레퍼시픽 보통주 19만주를 차녀 서호정 씨에게 증여한다고 공시했다. 증여 실행일은 이달 27일이다. 주당 가액을 고려하면 약 300억원 규모다.
이번 증여는 2023년 서 회장이 호정 씨에게 약 630억원 상당의 지주사 지분을 넘긴 지 약 3년 만에 이뤄진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에 따르면 호정 씨는 이번에 넘겨받을 300억원어치 지분을 매각해 앞서 2023년 넘겨 받은 지분에 대한 증여세를 마련할 예정이다.
서 회장이 차녀 호정 씨에게 지분을 증여하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첫 번째 증여는 2021년에 이뤄졌다. 당시 증여 주식은 10만주로 지분율은 0.16% 수준에 불과했다.
반면 장녀 서민정 씨에게는 2006년에 200만주가 넘는 지분을 증여했었다. 당시 민정 씨는 미성년자였음에도 부친으로부터 대규모 지분을 넘겨 받고 아모레퍼시픽그룹 2대주주에 오르면서 일찌감치 후계구도를 확정 지은 것처럼 시장에선 관측했다.
다만 최근의 흐름은 과거와 대조적이다. 서 회장은 2023년부터 장녀를 건너뛰고 차녀에게만 지분을 증여하고 있다. 2023년 증여 당시 호정 씨는 아모레퍼시픽홀딩스 보통주 67만2000주와 전환우선주 172만8000주를 받았다. 약 630억원 규모의 지분을 넘겨받으면서 호정 씨의 존재감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승계 구도의 핵심 변수는 호정 씨가 보유한 전환우선주다. 이 주식은 2029년 보통주로 전환된다. 서호정 씨가 증여세 납부를 위해 처분한 지분 일부를 제외하더라도 향후 전환 시점이 도래하면 호정 씨의 아모레퍼시픽홀딩스 보통주 지분은 205만5253주(2.28%)로 늘어난다. 0.16%에 불과했던 차녀 지분이 장녀를 바짝 뒤쫓게 되는 셈이다.
다만 우선주 전환만으로는 자매간 지분 역전이 일어나지 않는다. 현재 장녀 서민정 씨가 보유한 지주사 보통주는 241만2710주인데, 전환우선주 14만1000주를 고려하면 2029년에는 255만3710주(2.84%)가 된다. 2029년 시점에도 호정 씨는 언니보다 49만8457주가 적다. 수치상으로는 여전히 서민정 씨가 2대 주주 지위를 유지한다.
일각에서는 이번 300억원 규모의 추가 증여를 장녀와 차녀 사이 지분 격차를 메우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해석한다. 서 회장이 아모레퍼시픽 보통주를 직접 증여함으로써 호정 씨는 증여세를 납부할 재원을 확보하게 됐다. 부친의 전폭적인 지원이 계속될 경우 2029년 이전에 실질적인 지분 역전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지분 구조뿐만 아니라 경영 행보에서도 두 자녀의 행보는 엇갈린다. 장녀 서민정 씨는 2023년 7월 개인 사유로 휴직한 이후 현재까지 복귀하지 않고 있다. 특히 승계 자금줄로 여겨졌던 이니스프리 지분 18.18% 중 9.5%를 사실상 그룹에 반납하며 경영 승계 의지가 약해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반면 서호정 씨는 지난해 7월 아모레퍼시픽그룹 계열사 '오설록'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제품 개발 업무를 시작했다. 언니가 경영 현장에서 사라진 시점에 동생이 등장한 셈이다. 아모레그룹의 승계 구도가 차녀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번 아모레퍼시픽 지분 증여는 앞서 2023년 지분의 증여에 대한 세금 마련을 위한 것"이라며 "지분 증여 후에도 지배구조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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