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연 기자] 범용 메모리 가격 상승세를 타고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이 영상디스플레이(VD), 생활가전(DA) 등 타 부문의 메모리 수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모바일경험(MX) 부문은 비교적 물량 협상이 원활하나, TV·가전 등 저용량의 메모리를 취급하는 부문은 차세대 메모리 개발을 요청하기조차 어렵다. VD·DA 부문은 경기 악화로 IT 수요가 부진한 가운데 메모리 구매까지 어려워지면서 생산량을 줄여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 DS 부문으로부터 메모리를 공급받고 있는 VD·DA 부문이 제품 생산 플랜을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있다. 매일 미팅을 가지며 메모리 구매를 타진하고 있으나 물량 확보에 어려움이 많다"며 "제품에 탑재되는 메모리의 세대 전환도 필요한 시점인데, DS 부문이 이를 개발해 줄 여력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DS 부문은 최근 범용 메모리 가격 급등으로 '부르는 게 값'인 시장이 형성되자, 수익성 중심의 물량 배정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동일한 캐파(생산 능력) 내에서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제품 성능·용량·적용처를 우선 반영하는 모습이다. 통상 메모리 가격은 용량에 비례해 책정돼, 저용량에 해당하는 VD·DA 부문의 메모리 생산은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
앞선 관계자는 "VD·DA 부문은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메모리 쇼티지 사태가 이 정도로 심각해질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당장 1분기부터 협상 결과가 안 좋으니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와서 타 기업과 스킨십을 늘려도 상황을 바꾸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공급사들은 거래 이력이 적은 고객에게 필요 물량의 10%만 배정하는 식으로 찬밥 대우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장 타격이 큰 곳은 VD 부문이다. 저전력 모바일 D램인 LPDDR 시리즈의 경우, 저용량인 TV보다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등 고용량 메모리 탑재처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엔비디아는 최근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에 LPDDR5X 128GB를 탑재한 소캠을 적용하는 등 LPDDR 사용량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회사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DS 부문이 (VD 부문에) 전체 필요 물량의 일부만 제공할 수 있다고 통보했다"며 "내부적으로는 DS 부문이 TV 칩 생산을 위한 웨이퍼 투입 자체를 멈출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LPDDR 시리즈는 적용처와 무관하게 동일한 생산라인을 사용하는 만큼, TV용 칩에서 다른 제품으로 생산을 전환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VD·DA 부문 제품에 적용되는 메모리의 세대 전환 시점이 임박했다는 점도 부담이다. DS 부문이 이들의 차세대 메모리 개발을 담당해왔지만, 현재 고부가가치 제품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어 신속한 대응을 기대하기 어렵다.
앞선 관계자는 "올해까지는 기존 메모리를 그대로 적용할 수 있지만, 내년부터는 TV와 가전 등에 적용되는 메모리 역시 세대 전환이 필요하다"며 "경쟁사들은 이미 개발에 나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DS 부문은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에 인력이 집중돼 타 부문까지 챙기기에는 여력이 빠듯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모바일 사업을 담당하는 MX 부문의 경우, 주요 공급사인 DS 부문과 마이크론을 중심으로 LPDDR5X 물량 협상을 비교적 원활하게 진행하고 있다. 내달 갤럭시 언팩 행사에서 S26 시리즈를 공개하고 사전 예약에 돌입하려면 일정 수준의 완제품 재고를 확보해야 하는데, 1분기 공급 물량은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힌 상태다.
가격 상승 국면을 반영한 높은 단가는 감수해야 하나, 수급 자체는 비교적 안정적이다. 반도체 업계 다른 관계자는 "DS 부문과 마이크론 입장에서는 엔비디아에 공급하는 편이 이득이지만, 핵심 고객사인 MX 부문의 요청을 최대한 수용하려는 분위기"라며 "다만 양사 모두 납품가는 계속해서 큰 폭으로 인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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