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승주 기자] 태광그룹이 애경산업을 품에 안는다. 태광산업은 티투프라이빗에쿼티(PE), 유안타인베스트먼트와 구성한 컨소시엄을 통해 AK홀딩스가 보유한 애경산업 지분 63.13%을 인수하는 본계약을 체결했고 내년 2월 딜 클로징을 앞두고 있다. 이 과정에서 태광산업은 애경산업 지분 31.56%를 취득하게되며 총 매매대금은 4700억원에 달한다.
태광의 애경산업 인수는 다른 의미로 큰 관심을 받았다. 태광산업이 영위하는 B2B(기업 간 거래) 중심의 섬유·석유화학 사업과 애경산업의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화장품·생활용품 사업의 연결고리가 부족하다는 점 때문이다. 당초 시장에서 예상한 인수 후보군에 태광의 이름이 언급되지 않은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태광은 이번 인수를 대대적인 사업구조 재편의 일환이라고 말한다. 현재 석유화학·섬유사업은 원자재 가격 불안, 중국의 대규모 증설, 세계 경기 성장률 둔화로 장기간 불황을 겪고 있다. 태광산업의 경우 올해 3분기 누적 58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3년 연속 적자 경영을 이어갔다. 이에 태광산업은 1조5000억원을 투입해 대대적인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을 추진하며 애경산업이 투자 로드맵의 첫 번째 단추가 될 예정이다.
여기서 관건은 태광이 애경산업 인수에 대한 정당성을 입증할 수 있는지의 여부다. 사실 애경산업도 현재 상황이 여의치는 않다. 전 세계적인 K-뷰티의 인기에 제대로 편승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실제 애경산업 화장품부문의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은 16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단순 수익성을 위해서라면 오히려 인디브랜드를 인수하는게 나았을 것이라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결국 태광이 가장 주목한 것은 '제조의 힘'으로 보인다. 애경산업은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과 함께 연구개발(R&D)부터 제조, 유통까지 화장품 밸류체인의 전 과정을 수행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업체 중 하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8년에는 화장품 부문에서만 3545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성기를 구가하기도 했다. 오히려 태광이 부족한 브랜드 관리 등 B2C 경험은 지난 71년 동안 이어져온 애경산업의 역량이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애경산업 내부적으로도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비중이 높아 편향될 수 밖에 없었던 글로벌 매출은 태광이 보유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다각화될 여지가 충분하고 제조·원자재·물류 역량의 고도화를 통해 원가 경쟁력에서도 스텝 업을 이뤄낼 수 있다는 점에서다. 태광이 보유하거나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쇼핑엔티, 우리홈쇼핑(롯데홈쇼핑) 등 유통채널과의 시너지 창출도 가능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태광이 향후 애경산업의 재무적 조력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게 긍정적이다. 어찌됐건 애경산업은 태광이 사업구조 재편 과정에서 점찍은 첫 번째 피인수기업이다. 태광이 보유한 자금력은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화장품 업계에서 애경산업의 버팀목이 될 예정이다. 이번 애경산업의 인수에 참여한 티투PE에 태광의 오너가 지분이 포함돼있다는 점도 투자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태광과 애경산업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게 현실이다. 하지만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어색한 만남'처럼 여겨지는 이번 인수가 향후 두 회사가 '윈-윈(Win-Win)'할 수 있는 결과로 돌아와 시장의 우려를 씻어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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