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주연 기자] 흔히 연말은 TV 시장의 대목으로 불린다. 블랙프라이데이와 크리스마스 등 소비를 자극하는 굵직한 행사가 하반기에 몰려 있어 해가 바뀌기 전까지 시장에 따뜻한 온기를 더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전자 VD사업부와 LG전자 MS사업본부의 연말 풍경은 예년만큼 밝지 않다. TV 시장의 불황이 짙어지고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양사 TV 사업부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어서다.
우선 TV 수요 자체가 줄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집에 머무는 일명 '집콕' 수요가 급증하며 커졌던 TV 시장은 팬데믹 이후 역기저로 빠르게 식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전세계 TV 출하량은 2억2000만대 수준에서 2억대 초반으로 내려앉았다.
여기에 중국 업체들의 거센 추격이 더해졌다. TCL과 하이센스는 저가형 액정표시장치(LCD) TV를 앞세워 점유율을 끌어올린 데 이어 미니 발광다이오드(LED) TV로 프리미엄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중국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한 정부 보조금과 공격적인 마케팅도 이들의 외형 확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현재까지는 매출 기준으로 한국 기업이 우위에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글로벌 TV 시장에서 금액 기준 점유율 28.8%로 1위를 유지했다. LG전자는 16.6%로 2위를 차지했다. 중국이 낮은 원가를 무기로 물량 공세를 펼치고 있지만 프리미엄 세그먼트에서 한국 기업의 화질과 완성도를 완전히 따라잡진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 격차도 머지않아 좁혀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TV 업계 관계자는 "현재 흐름을 보면 2년 후에는 출하량 기준 점유율이 중국에 역전될 가능성이 크다"며 "매출 기준으로는 중국 업체가 따라잡으려면 몇 년은 더 걸리겠지만 결국 방향은 정해져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업체 관계자들을 만나 보면 보조금을 등에 업고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며 "매출을 고려하지 않고 일단 생산해서 물량을 시장에 밀어 넣자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전했다.
위기감은 실적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LG전자 MS사업본부는 올해 2분기 1917억원, 3분기 3026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삼성전자 VD사업부도 3분기 100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으며, 매출은 작년 14조1400억원에서 올해 13조9000억원으로 줄었다. 양사는 희망퇴직 확대 등 조직 효율화를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중국 업체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협력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기술 유출이나 담합 등으로 오해받을 소지가 있어 협력의 수위 조절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경쟁 심화에 대응할 수 있는 인사이트를 공유하고 전략을 모색할 최소한의 접점은 필요하다는 것이다.
삼성과 LG는 간접적인 형태로나마 이미 TV 사업에서 협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에 쓰이는 화이트 OLED(W-OLED) 패널을 LG디스플레이로부터 조달한다. BOE가 삼성전자에 W-OLED 납품을 타진했지만 삼성전자는 LG디스플레이와의 협력을 유지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LCD 시장이 이미 중국에 넘어간 상황에서 OLED마저 중국에 의존해선 안 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양사가 전략적 필요에 따라 OLED 공급망을 구축했지만 중국 기업에 대응하기 위한 프리미엄 제품 생산에서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 고무적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글로벌 시장에서 선의의 경쟁을 이어가면서도 동시에 중국 기업의 공세에 맞설 수 있는 협력의 여지를 찾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
국내 TV 산업은 수십 년간 축적된 기술력과 제조 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지켜왔다. 그러나 시장의 판도가 급변하는 지금은 선두 자리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 역시 바뀌어야 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자의 영역에서 경쟁하되, 한국 TV 산업의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공동의 고민을 시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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