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주연 기자] 천옌순 BOE 회장이 삼성전자 경영진과 회동하면서 양사 간 협력 확대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BOE가 삼성전자에 스마트폰용 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공급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글로벌 고객사 확보가 절실한 BOE와 치솟는 스마트폰 부품 가격으로 원가 절감이 필요한 삼성전자 간 이해관계가 맞물리며 협상이 진전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 따르면 천옌순 BOE 회장은 지난주 삼성전자를 방문해 경영진과 회동했다. 이날 천 회장은 노태문 DX부문장 겸 MX사업부장 사장, 용석우 VD사업부장 사장 등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날 삼성전자와 BOE 간 TV용 대형 액정표시장치(LCD)뿐 아니라 모바일용 소형 OLED 공급을 두고도 논의가 오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BOE는 과거 삼성전자의 저가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에 OLED를 납품한 이력이 있다. 그러나 삼성디스플레이와의 특허 분쟁으로 관계가 껄끄러워지면서 지난해부터는 공급이 중단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 대신 중국 기업인 티엔마로부터 OLED를 소량 납품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저가형 모델뿐 아니라 하이엔드 제품에 대한 패널 납품을 요청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BOE는 오포, 화웨이, 비보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에 패널을 공급하고 있지만 글로벌 프리미엄 고객사는 애플 외 전무하다. BOE는 아이폰 15·16 일반, 플러스 모델과 아이폰 17 프로에 OLED 패널을 납품하고 있지만 최근 품질 문제가 불거지며 패널 출하가 중단된 상황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BOE로서는 MX부문장과도 만난 만큼 대형 디스플레이뿐 아니라 모바일 OLED 납품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밝혔을 것으로 보인다"며 "하이엔드급으로 열심히 해볼 테니 삼성디스플레이에서 납품받는 물량의 소량 정도라도 맡겨달라고 했을 것"이라고 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BOE 간 스마트폰용 OLED 패널 공급 계약이 본격적으로 타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스마트폰 부품 가격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수익성을 강화해야 하는 노 사장과 글로벌 고객사를 확보해야 하는 BOE의 니즈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최근 인공지능(AI) 붐이 일면서 스마트폰 필수 부품인 범용 D램의 공급이 상대적으로 줄며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이에 글로벌 스마트폰의 평균 판매 가격도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내년 글로벌 스마트폰 평균판매가격은 6.9%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중저가폰의 경우 원가 인상 압박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0달러 이하 저가 스마트폰의 제조 원가는 올해 초 이후 20~30%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노 사장이 가격 경쟁력과 수익률을 워낙 중요시하는 데다 경우에 따라 핵심 부품을 저가 제품으로 차용한 전례도 있는 만큼 모바일용 OLED 납품에 대한 논의가 오갔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더불어 BOE는 이날 만남에서 삼성전자에 납품하는 TV용 LCD 패널 물량을 늘려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파악된다. BOE는 과거 삼성전자에 LCD 패널을 1000만대 공급한 바 있다. 그러나 삼성디스플레이와 BOE 간 특허 소송을 계기로 삼성전자가 BOE로부터 받는 패널 규모를 줄였고 현재는 100만대 수준으로 알려졌다.
앞선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나 삼성전자 입장에선 BOE와 좋은 감정을 갖기 어렵다"며 "그럼에도 패널을 싸게 공급해 협력하고 있었지만 되려 BOE가 특허로 역소송을 걸면서 사이가 틀어졌고 납품 물량도 크게 줄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특허 소송에서 BOE가 '백기'를 들면서 협력 재개 명분은 일정 부분 마련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BOE로서는 중국 내수 시장이 예전만 하지 못한 만큼 글로벌 고객사 확보가 절실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특히 중국 TV 시장의 경우 올해 초 중국 정부가 시행한 '이구환신(以舊換新)'의 영향으로 내년 4~6% 역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이구환신은 '낡은 것을 새로운 것으로 바꾼다'는 의미로 중국 정부가 자동차, 가전 등을 신규 구매할 경우 정부 보조금을 지급해 소비 진작을 도모하는 정책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초에도 이구환신 정책을 시행하면서 올해 초 중국 TV 시장에서 선구매 효과가 나타났다. 그러나 올해 6월부터 일부 지자체에서 보조금이 소진되면서 9월부터는 TV 구매에 대한 소비 촉진 보조금 정책이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여전히 보조금 정책은 시행하고 있지만 TV가 아닌 다른 제품 구매를 유도하고 있다"며 "BOE로서는 해외 판로를 가진 글로벌 기업에 대형 패널을 공급하지 않으면 생존이 쉽지 않다는 위기 의식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만남에서 삼성전자와 BOE 간 TV용 대형 W-OLED(화이트 OLED) 공급 계약이 체결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BOE의 W-OLED 패널 수율과 성능을 감안할 때 굳이 채택할 유인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앞선 관계자는 "BOE의 W-OLED 패널이 삼성전자가 요구하는 성능을 충족하고 LG디스플레이의 절반 가격에 공급하지 않는 이상 삼성전자가 BOE와 납품 계약을 맺을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형 OLED는 한국 기업인 LG디스플레이가 최초로 양산에 성공한 기술인 만큼 국가가 보호해야 할 기술"이라며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BOE와 대형 OLED 계약을 맺을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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