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국내 농기계 업체인 TYM(옛 동양물산기업)이 창사 이래 첫 자사주 소각을 결정한 배경에는 3차 상법 개정(자사주 소각 의무화)을 앞두고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면에는 자사주 소각이 오너 3세들의 경영 승계와도 무관치 않다는 시각도 있다.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동시에 오너일가 지배력이 강화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잦은 오너리스크로 훼손된 기업 이미지 회복과 승계 정당성 확보를 의식한 행보라는 해석도 나온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TYM은 이달 19일 자사주 365만956주를 소각했다. 소각금액은 당일 종가(6210원) 기준 227억원 상당으로 추정된다. 다만 실제 소각일과 주식시장에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차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소각에 따라 발행주식수는 종전 4505만956주에서 4140만주로 바뀌게 된다.
◆ 2019년부터 주가 방어 목적으로 자사주 취득, 10% 이상 확보
TYM이 자사주를 소각한 것은 1951년 창립 이후 처음이다. 표면적인 요인으로는 이재명 정부 들어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3차 상법 개정안이 발의됐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기업들은 그동안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용으로 활용해 왔다. 자사주 그 자체만으로는 의결권이 없지만, 계열사나 우호세력에 매각할 경우 오너일가 지배력을 지키는 수단이 될 수 있어서다. 여기에 더해 기업의 자사주 매입 목적이 통상 주가 방어라는 점에서 주주가치 제고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긍정적인 이미지도 줄 수 있다.
실제로 TYM의 경우 '주가 안정과 주주가치 제고'를 명분으로 자사주를 매입해 왔다. 이 회사는 2019년 말부터 매년 꾸준히 주식을 사모으고 있는데, 연평균 50억원씩 투자한 것으로 추산된다. 그 결과 TYM은 올 3분기 말 기준 10.13%의 자사주 비율을 구축했다.
자사주가 소각되면 유통되는 물량이 줄어드는 만큼 주당 가치가 오르게 되고, 자연스럽게 주가가 상승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번 자사주 소각 결정은 이재명 정부가 주가와 지배구조 개선을 강하게 드라이브 하는 상황 속에서 나온 결정이라 할 수 있다.
◆ 최대주주 우호지분 32%→35%로, 오너 3세 삼남매 모두 '오너리스크'
시장은 TYM 오너일가가 자사주 소각으로 자연스럽게 지배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이 회사 최대주주는 오너 3세 차남인 김식 부사장(20.3%)이다. 장남 김태식 전 부사장은 5.3%를 보유 중이며, 장녀 김소원 전무는 4.1%를 들고 있다. 오너일가를 비롯한 특수관계인 지분을 모두 더하면 총 32.1%가 된다.
TYM 자사주 소각으로 발행주식수가 줄어들면서 김 부사장 지분율은 22.1%로 1.8%포인트(p) 상승한다. 아울러 김 전 부사장과 김 전무는 각각 5.8%, 4.5%로 0.5%p, 0.4%p씩 확대된다. 오너가 우호 지분은 34.9%가 되는 것이다.
눈 여겨볼 점은 TYM의 이번 자사주 소각이 오너리스크에서 기인한 기업 이미지 회복과 맞닿아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이 회사 장남과 차남은 불명예스러운 사유로 재판을 받았거나,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장녀 역시 대리점 매출 밀어내기 등 분식회계 혐의가 인정되며 금융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TYM 오너 2세인 김희용 회장이 올해 83세의 고령이지만 경영 일선에서 용퇴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TYM의 주주친화정책이 강화된 것은 2022년 부터인데 공교롭게도 오너리스크가 노출된 시점과 맞물린다. 중간배당을 시작하거나,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주가 부양 효과는 일시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 '장녀' 김소원, 기업가치 훼손 탓 발목 잡힐라…男형제 경영 '제약'
일각에서는 최근 TYM이 주주친화 행보를 보이는 것은 장녀의 사내이사 연임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 전무는 3남매 중 유일하게 등기임원 직을 수행 중이다. 하지만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김 전무가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한 만큼 해임을 권고한 상태지만, TYM은 이에 반발해 처분 취하 소송을 벌이고 있다.
통상 지배주주 지분율이 30% 이상이면 안정적인 경영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분류한다. 액면 상 김 전무 우호세력이 35%에 육박하는 만큼 사내이사 재선임이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김 전무가 기업가치 훼손 이력을 가진 만큼 나머지 65% 주주들이 동의할지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다른 오너 3세들의 경우 당장 사내이사에 오를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TYM 최대주주이자 후계자인 김 부사장의 경우 집행유예 상태에서 또 다시 재판을 받고 있는 터라 이사회 합류 가능성은 높지 않다. 아울러 김 전 부사장의 경우 현재 경영일선에서 사실상 이탈한 상태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 TYM 관계자는 "이번 자사주 소각은 주주가치 제고 목적이며, 추가 소각 여부는 결정된 바가 없다"며 ""재무건전성 강화와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업가치가 시장에서 온전히 평가 받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사회 구성과 관련해 현 시점에서 특정 개인의 연임 및 선임 여부를 말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