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태민 기자]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되면서 게임산업을 둘러싼 법·제도 틀이 20년 만에 변곡점을 맞을 전망이다. 다만 디지털게임과 특정장소형게임(아케이드게임)의 이원화로 인한 관리 방안과 경품 규제의 수준 조절, 게임진흥원의 역할 배분 등 세부 법안에 대한 설계가 촘촘해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게임 문화예술적 측면 부각…조승래 "인식 개선 계기 되길"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게임산업법 전면개정안, 무슨 내용을 담았나?' 토론회에서 게임법 전면개정안 발의 취지와 핵심 내용을 공유했다.
게임법 개정이 추진되는 건 지난 2006년 제정 이후 20년 만이다. 개정안은 게임을 단순 규제 대상이 아닌 문화·산업 자원으로 인식하고 현행 게임산업법의 방향을 규제에서 진흥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내용을 담았다. 특히 게임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할 수 있도록 지원 체계 수립에 대한 방안도 들어가 있다. 법안 명칭을 '게임문화 및 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로 바꾸는 것도 이 같은 취지의 연장이다.
핵심은 게임물관리위원회를 폐지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게임 진흥 업무를 이관해 '게임진흥원'으로 통합·설립하는 것이다. 기존 게임위의 규제 역할을 자율규제로 전환하는 형태로 진흥원 산하에 '게임관리위원회'를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게임 유형을 모바일·온라인 등을 포괄한 '디지털 게임'과 성인 오락실과 같은 '특정장소형 게임'(아케이드게임)으로 분류해 관리 체계를 이원화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외에도 ▲게임 시간선택제 폐지 ▲전체이용가 게임에 대한 본인인증·법정대리인 동의 의무 폐지 ▲해외 게임사의 국내 대리인 지정 의무화 ▲게임 제작비 세액공제 지원 ▲이스포츠진흥자문위원회 설치 의무화 ▲불법 게임물 판단 기준 구체화 등이 포함됐다.
조 의원은 발의 취지에 대해 "법안의 내용과 방향을 대폭 고치는 것 외에도 국민들이 게임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전면개정안을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개정 방향 공감대 형성…실효성 확보는 숙제
학계 및 법조계는 개정안의 취지와 진흥 방향성에 대해 공감을 표했다.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과 게임산업 생태계 특성을 반영한 점에서 시의적절하다는 것이다. 김종일 법무법인 화우 게임센터장은 이번 개정안이 규제 '완화'가 아닌 '국제 표준에 맞춘 합리화·정상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승훈 게임법과정책학회 이사(안양대 교수)는 "그동안 기존의 법적 테두리 안에서 게임에 대한 정의와 흐름을 규정하기 애매한 측면들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현행법의 모호한 부분들을 현실에 맞게 다듬고 게임의 산업적 가치를 높이기 위한 내용들을 반영한 점에선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이용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또한 "디지털 게임과 아케이드 게임을 분리하는 큰 틀에는 동의한다"며 "저작권이 확보되지 않은 게임의 등급 분류를 막는 조항이 신설된 점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법안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세부 내용들에 대한 법리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특히 경품 규제 범위를 축소하는 방향에 대해선 형평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개정안은 디지털게임에 대해 경품규제를 일부 완화한다. 대신 특정장소형게임에는 기존 수준을 유지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그러나 디지털게임이라도 사행성 모사가 가능한 장르가 존재하기 때문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 경우 산업 간 형평성 논쟁도 벌어질 수 있다. 결국 '사행성 요소가 존재하는지'가 규제 기준의 핵심이라는 점은 공통적으로 지적되고 있다.
최재환 문화체육관광부 게임진흥과장은 "디지털 게임이라 하더라도 카지노나 불법 도박 등을 모사하는 게임에 대해선 법적 공백이 있어 아케이드 게임보다도 규제가 약해질 수 있다"며 "현행법에서 규정하는 전면 금지 방침을 유지할지, 어느 수준까지 완화가 필요한지에 대해선 업계 및 이용자, 의원실과 협의를 거치겠다"고 말했다.
거버넌스 개편 방향에 대해선 신중론이 제기됐다. 게임진흥원 신설의 경우 진흥·규제 기능 통합 과정에서 정책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가 관건이다. 게임 진흥 기구를 별도로 설립, 규모를 확대하는 취지는 긍정적이나 등급 분류 기준 및 관리 기능의 배분 정도에 따라 사전검열원칙과 충돌할 수 있어서다. 고용 승계 원칙에 따라 기존 게임위 구성원들이 게임진흥원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있어 인적 쇄신 방안 검토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 과장은 "게임진흥원 도입에 따른 행정적 전문성 강화 취지에 동의하지만, 콘진원이 통합 추진해 오던 업무가 분산될 우려 또한 존재한다"며 "통합 시 진흥·규제 기능이 균형감 있게 운영될 수 있을지, 콘진원이 맡아 온 수출·AI·전략 과제와의 연계가 약화되지는 않을지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아케이드산업계 "업계 간 규제 형평성 부족…단계적 제도 정착 필요"
아케이드 산업에 대한 활성화 방안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규제 완화 초점이 디지털 게임에 맞춰져 아케이드 게임은 장르나 연령대와 무관하게 기존의 강력한 규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특히 청소년용 아케이드 게임과 불법 사행성 아케이드 게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청소년용 게임과 무관한 일반 아케이드 시설까지 동일한 규제를 적용받으며 사실상 산업 성장이 정체됐다는 것이다. 우연적 방법으로 결과가 결정되는 게임의 정의가 모호해 모든 청소년용 게임이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에 따라 아케이드 산업이 위축되지 않도록 제도 정착이 순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이날 토론회 현장에 참석한 아케이드 업계 한 관계자는 "아이템 거래소의 사행성 여부에 대한 기준이 정확하지 않아 게임위 등 유관기관의 자의적 해석으로 업무 처리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 같은 상황 속 환전 금지 규정을 아케이드 게임에 대해서만 유지한다는 점은 모순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아케이드 산업은 장치 산업이기 때문에 고용 창출을 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지만 문체부와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서로 부처 소관이 아니라고만 하더라"며 "관할 부처를 명확히 규정하고, 각 부처 간 역할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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