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규희 기자]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분식회계 사건과 관련해 이미 8년간의 징역형을 치르고 출소한 고재호 전 사장이 무죄를 주장하면서 사법부에 재심을 청구했다. 2015년 대한민국을 뒤흔든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돼 옥고를 치렀지만 동일한 혐의로 기소된 남상태 전 사장이 고 사장의 선고 이후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는 모순처럼 보이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 주된 근거다. 고 전 사장은 당시 수사를 이끌었던 검찰이 무리한 기소로 한 개인의 삶을 파탄냈다고 주장하면서 전직 임직원들의 새로운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재심 개시 여부에 법조계 이목이 쏠린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고재호 전 사장의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LKB평산과 대륙아주는 최근 서울고등법원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사기 등 혐의에 대한 재심을 청구했다. 형사소송법상 재심은 유죄 판결의 근거가 된 증거가 위조·변조됐거나 원판결의 증거가 된 진술이 허위인 것이 증명될 때 등 새롭고 명백한 증거가 나타났을 때 가능하다. 고재호 전 사장 측은 바로 공범으로 기소됐던 남상태 전 사장의 분식회계 혐의 무죄 판결이 명백한 증거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고재호 전 사장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5조700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저지른 혐의 등으로 2015년 기소돼 징역 9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검찰은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가 남상태 전 사장이 재임하던 2008년부터 고재호 사장 시절까지 이어진 연속된 범죄라고 봤다. 하지만 뒤늦게 재판이 진행된 남 전 사장의 판결은 달랐다. 재판부는 남 전 사장의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 "회계 처리 기준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고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다. 검찰이 동일한 범죄라고 주장한 회계 처리가 한 사람에게는 유죄, 다른 사람에게는 무죄가 되는 법적 모순이 발생한 것이다.
특히 유죄 판결의 결정적 증거였던 핵심 실무자들의 진술이 검찰의 강압에 의한 허위 진술이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당시 경영관리팀장으로 근무했던 박영관씨 등은 진술서를 통해 "검찰이 원하는 답을 정해놓고 조사를 진행했다", "사실상 분식회계가 없었다고 진술했음에도 검찰이 '남상태 시절부터 이어진 분식회계를 인정하라'는 취지로 압박했다"고 밝혔다. 고재호 전 사장 유죄 판결의 신빙성을 원인부터 흔들리게 하는 주장이다.
대우조선해양의 구조적 특수성 역시 고 전 사장이 분식회계를 주도하는 것이 불가능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당시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는 KDB산업은행으로 재무부문장(CFO)을 직접 파견하고 이사회와 감사위원회를 통해 경영 전반을 감시·통제했다. 전직 임원 20여명은 공동진술서를 통해 "실질적인 주인인 산업은행의 통제 하에 대표이사가 독자적으로 조 단위 분식회계를 지시하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해양플랜트 사업의 특성상 잦은 설계변경(Change Order)으로 인한 공사원가 변동이 잦았고 이를 회계에 반영하는 과정에 불확실성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검찰이 이를 분식으로 꿰어 맞췄다는 주장이다.
이번 사건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고재호 사장 측은 당시 정·관계 로비 의혹이라는 성과에 매몰된 검찰이 기업 회계의 특수성을 무시한 채 공격적으로 수사를 밀어붙인 측면이 있다고 주장한다"며 "고재호 사장은 자신의 인생이 사실상 망가뜨려졌다며 과거의 사법적 오류를 재심을 통해 바로잡고 자신의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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