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준우 기자] "은행장도 넙적 엎드리는데 코인 거래소가 뭔데 이렇게 설치냐."
한 가상자산 사업자에게 들었던 말이다. 지난 3월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가 FIU(금융정보분석원) 제제에 불복해 소송으로 맞받아치자 이에 격노한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가 한 발언이라고 한다. 실제로는 훨씬 수위가 세다고 한다. 가상자산업계를 길들이려 하는 금융당국의 태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최근 가상자산업계에 또 다른 다윗이 등장했다. 국내 2위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이다. 빗썸은 금융당국의 경고에도 업비트와의 점유율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공격적 영업을 했다. 안정을 최우선으로 하는 당국의 심기를 거스르기에 알맞은 전략이었다.
금융당국은 금융업과 가상자산업계를 아우르는 절대군주다. 관계자 한마디면 은행장과 가상자산 거래소 대표가 달려온다. 빗썸 수장 이재원 대표도 이를 피할 수는 없었다.
이 대표는 빗썸이 금융감독원 경고에도 레버리지 공매도 서비스를 지속한 탓에 지난 8월 당국의 호출을 받았다. 이후 이어진 금감원의 이례적인 행정지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서비스를 계속했다. 금감원이 다음 단계로 시행한 현장점검도 소용없었다. 최근 호주 스텔라 거래소와의 오더북 공유를 이유로 이 대표는 재차 당국에 소환됐다.
현재 빗썸은 닥사(디지털자산 거래소 협의체)로부터 자율 규제 경고를 받은 후 레버리지 서비스를 대폭 축소한 상태다. 금감원의 이례적인 행정지도와 수장 호출이 아닌 '민간 협의체' 경고로 아슬아슬한 선타기 영업을 중단한 셈이다. 기분이 상했던 금감원은 결국 이찬진 금감원장과 '가상자산 사업자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빗썸을 초청하지 않았다. 금감원을 무시한 빗썸의 행보에 시장 참여자들은 가히 눈을 뗄 수 없었다.
애초에 빗썸의 이러한 선타기 전략 배경에는 당국의 과도한 가상자산 규제 일변도 기조가 있다. 덕분에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는 레버리지, 스테이킹 등 사업 창구가 막혀 사업 확장에 필요한 손발이 모두 묶였다. 거래소 매출의 약 99%가 수수료로부터 나오는 기형적인 사업 구조가 형성된 이유다. 얼핏 보면 동질 상품을 판매하는 '경쟁시장'처럼 보이지만 업비트의 절대적 독점 시장이 형성돼 있다.
당국이 카카오와의 협업으로 이용자를 빠르게 유치한 업비트를 도와준 셈이다. 과도한 규제가 각 거래소만의 역량을 펼칠 수 없도록 해 시장 본질인 '경쟁'을 막았다. 당국이 그토록 강조하던 안정적인 투자 환경을 당국 스스로 조성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든 꼴이다.
금융당국은 아직도 2018년과 2022년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2018년 투자 과열을 우려한 당시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가상자산 시장을 '도박 시장'으로 규정하고 '거래소 폐쇄' 카드를 꺼낼 수 있다며 시장을 협박했다. 2022년에는 권도형의 테라·루나 폭락 사태가 가상자산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두 사건 모두 가상자산 시장에 '패닉셀' 원인을 제공했고 규제가 강화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 촌극의 결말은 빗썸이 효과를 거둔 것으로 끝났다. 투자자들의 강제청산이 속출했지만 빗썸은 공격적 상장책과 더불어 올 초 10%대의 점유율에서 30% 후반대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다. 이용자 니즈를 충족한 셈이다. 투자자를 희생해 이용자를 유치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겠으나 청산 조건은 이미 사전에 고지한 내용이다.
당국이 규제 완화를 위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국내 투자자들은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한 해외 거래소로 떠나고 있다. 행정지도를 따르지 않아 주주들을 불안하게 한 빗썸도 문제지만 막강한 지위를 이용해 가상자산 거래소를 길들이려 한 당국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전세계는 아시아 크립토 허브 국가로 한국을 지목하고 있다. 국내 시장이 성숙해지고 투자자 지식은 늘며 한국은 글로벌 가상자산 개인 투자자 1위를 달성했다. 가능성은 빗썸이 보여줬다. 지금 변화를 두려워하는 것은 금융당국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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