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관훈 기자] 국내 생명보험 신계약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교보생명이 올해 상반기 실적에서 삼성생명을 3조원 넘게 따돌리며 업계 선두를 차지한 것이다. 업계에선 수십 년간 굳건했던 판도 변화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23일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의 올해 상반기 신계약(금액 기준) 규모는 19조8190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삼성생명은 16조4947억원으로, 교보생명이 약 3조3000억원 앞섰다. 지난해 연간 실적에서 삼성생명(43조8772억원)이 교보생명(37조4316억원)을 6조원 이상 앞섰던 점을 고려하면, 1년 만에 판도가 뒤집힌 셈이다.
교보생명의 신계약 실적이 삼성생명을 넘어선 것은 드문 일로 업계 안팎에서는 '판도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라는 평가도 나온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상반기 실적만 놓고 보면 교보생명이 연말까지 우위를 이어갈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다만 하반기 경기와 시장 환경, 금리 흐름, 보장성 상품 판매 추세 등이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보생명의 약진 배경에는 보장성 중심의 상품 전략과 면·디지털 채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영업모델이 있다. 팬데믹 이후 비대면 가입 선호가 늘자, 교보생명은 설계사를 통한 대면 채널뿐 아니라 모바일·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디지털 채널까지 확대해 고객 접점을 넓혔다. 이는 비대면 가입 선호가 커진 시장 트렌드와 맞물려 신계약 확대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특히 교보생명은 자산관리(WM)와 은퇴시장 대응 상품을 전면에 내세우며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초저금리와 고령화 환경에서 고객들은 단순 보장 기능을 넘어 은퇴 이후 안정적 현금흐름과 자산 보전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퇴직연금, 변액보험, 종신보험을 결합한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제공하고, 건강보험 라인업까지 강화하며 종합 생애 금융 파트너로서 입지를 넓히는 모습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저축성 보험이나 연금보험이 강하다 보니 신계약 실적 규모가 업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며 "최근 건강보험 시장에서 라인업을 확대하고 상품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출산·고령화가 대세가 되면서 생명보험 업계 전반적으로 건강보험 시장에서 상품 개발과 서비스 확대를 통해 공격적인 활동들을 이어가는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교보생명이 과거 '저축성·연금보험 강자'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보장성 보험 강화로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단순히 신계약 규모 확대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 보험계약 유지율 개선과 수입보험료 안정화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한 대형 생보사들이 잇따라 WM과 건강보험 강화 전략을 추진하는 가운데, 교보생명은 대면과 디지털을 아우르는 영업모델을 조기 정착시킨 점이 경쟁사 대비 앞서가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편 교보생명과 삼성생명에 이어 NH농협생명이 상반기 신계약 실적 15조2978억원으로 3위를 기록했다. 이어 한화생명(11조9800억원), AIA생명(10조1902억원)이 뒤를 이었다. '빅3'로 불리는 교보·삼성·농협이 신계약에서 격차를 벌리면서 중위권 이하 생보사들은 시장 점유율 확대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다.
보험업계에서는 교보생명의 약진을 단순한 일회성 성과로만 보지 않는다. 신계약은 생보사의 장기적인 성장성과 직결되는 핵심 지표로, 향후 수입보험료 확대와 자산건전성 개선에도 영향을 준다. 삼성생명이 수십 년간 지켜온 '1위' 자리를 교보생명이 올해 빼앗게 될 경우, 생명보험산업 전반의 경쟁 구도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생명이 브랜드와 영업망에서 강점을 보유하고 있지만, 교보생명은 선택과 집중으로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며 "생명보험시장은 한 회사 독주보다 다극화 경쟁 구도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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