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지혜 기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16일 여신금융업권 최고경영자(CEO)들과의 간담회에서 최근 발생한 롯데카드 해킹사고를 직접 언급하며 카드사 CEO들이 정보보호 책임을 직접 챙길 것을 강조했다. 특히 정보보호 의무 위반 시 CEO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간담회장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해킹사고를 일으킨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는 간담회에 불참했다.
이 원장은 여신금융협회에서 열린 이번 간담회에서 "CEO가 장기적인 시각에서 금융 소비자의 정보 보호를 직접 챙겨주기 바란다"며 "최근 금융권의 사이버 침해 사고를 뼈아픈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안이 취약한 카드사에 대한 다소 노골적인 지적도 나왔다. 이 원장은 "보안이 취약한 금융회사는 누구도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비용 절감을 통한 단기 실적에만 치중한 반면 보안을 위한 장기 투자를 소홀히 한 결과는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위반사례에 대해서는 엄정하고 무거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원장이 언급한 사고는 지난달 롯데카드에서 발생한 해킹사고로 풀이된다. 롯데카드는 지난 2일 외부 공격으로 인한 자료 유출 정황을 발견했다고 금감원에 신고를 접수했다. 유출된 자료는 1.7기가바이트(GB)다. 이후 최초 유출 시점이 지난달 14일로 밝혀지면서 약 3주간 피해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금감원은 유출된 데이터에 카드 정보 등 개인정보가 포함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당초 참석 예정이었던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이사는 카드사 CEO 가운데 유일하게 이날 열린 간담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해킹사고 발생으로 금감원의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롯데카드 측은 "현재로선 사고 수습이 최우선인 만큼 금감원의 감사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이 발언을 이어가는 동안 간담회 자리에는 무거운 분위기가 형성됐다. 카드사들은 롯데카드의 해킹사고 발생 이후 일제히 보안 서버를 점검하는 등 정보보호에 촉각을 곤두세운 상태였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 원장이 직접 CEO의 정보보호 책임을 강조하자 긴장감이 형성된 것이다.
이 원장이 지난달부터 업권별 릴레이 CEO 간담회를 진행하는 동안 CEO에 대한 직접적 당부나 제재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개별 사례를 언급한 점도 눈길을 끌었다. 이 원장은 업권별 CEO와의 상견례 자리에서 줄곧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조해 왔다. 저축은행업권 당시에도 소비자보호 등을 당부했지만 웰컴저축은행의 해킹사고 등 개별 사례를 직접 들지는 않았다.
비공개 세션을 마치고 이 원장은 간단하게 CEO들과 인사를 나눈 뒤 빠르게 간담회장을 빠져나갔다. 이날 오전 조직개편 관련 첫 입장을 밝힌 만큼 민감한 질문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앞서 보험사 간담회에선 직접 이 원장이 백브리핑에 나섰고, 저축은행 간담회 당시엔 동행한 금감원 관계자가 간단한 백브리핑을 진행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롯데카드를 제외한 7곳의 카드사 대표들이 모두 참석했다. 현대카드의 경우 지난 7월 새로 부임한 조창현 대표의 공식석상의 데뷔 무대가 될 것이란 예상과 달리 정태영 부회장이 직접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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