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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뺏긴 SKC…美소송 전문가 동원한 복수극
김규희 기자
2025.09.15 16:03:09
①SK넥실리스 분기당 수백억대 적자에 고객 이탈 이중고…국내외 골육상잔 소송
이 기사는 2025년 09월 15일 15시 0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넥실리스 정읍 공장의 동박 생산 모습 (제공=SKC)

[딜사이트 김규희 기자] 전기차 시장 2차전지 핵심소재 동박을 제조하는 SKC와 솔루스첨단소재가 선의의 경쟁을 넘어서 생존을 건 소송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른바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의 깊은 그늘을 막 벗어나려는 상황에서 국내사끼리 서로 죽고 사는 창을 겨눈 것인데 소송 관할지를 한국은 물론 유럽과 미국 법원까지 확대해 동실조과(同室操戈)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C 자회사인 SK넥실리스는 지난 2023년 11월 솔루스첨단소재와 그 계열사를 상대로 미국에서 특허 소송을 제기하며 분쟁을 개시했다. 이 전쟁은 최근 십수건의 국내외 송사로 번진 상황이다. 소송의 주체는 SK넥실리스이지만 실제 소송 실무는 모회사인 SKC가 담당하고 있는 상태로 관련 실무자는 미국 특허소송 관련 전문가로 전해졌다. 


한때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를 자랑했던 SKC의 동박 자회사 SK넥실리스는 최근 바닥을 다지고 글로벌 고객사를 확보해 가는 솔루스첨단소재를 생존 경쟁 차원에서 그대로 둘 수는 없다는 내부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 기술 분쟁을 넘어 미국과 유럽, 한국 3개 지역에서 전방위적으로 소송전을 벌여 실적악화와 고객이탈이라는 이중고를 타개하려는 승부수라는 평가다. 


실제 SK넥실리스의 전신은 LS그룹의 LS엠트론 동박·박막사업부로 이 회사를 2018년 미국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KKR이 3000억원에 인수하면서 KCFT(KCF Technologies)로 출범했다. KKR은 KCFT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고 이후 2년 만에 덩치를 키워 1조 2000억원에 SK그룹에 되팔아 SK넥실리스라는 사명을 갖게 됐다. KKR은 단기간에 조단위에 달하는 차익을 얻었고, SKC는 모빌리티 분야에서 전기차 시장의 급성장세를 보고 큰 자본을 들여 사업에 나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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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SKC에 인수된 넥실리스의 최근 경영 상황은 생존의 위기라는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인수 후 2년 간은 이익이 지속됐다. 하지만 2022년 912억원의 영업이익을 마지막으로 회사는 급변한 시장 환경에 맥을 잡지 못하면서 2023년 682억원, 2024년 1676억원의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해 적자로 전환했다. 올해 1분기와 2분기에도 각각 388억원, 424억원 등 상반기에만 812억원의 손실을 내는 등 부진의 늪이 깊어지고 있다. 


수익성 악화는 공장 가동률 저하에서 비롯된 것이다. 밖에서는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를 이기지 못했고 안에서는 솔루스나 롯데머티리얼즈와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SK넥실리스의 국내 정읍 공장과 말레이시아 공장의 가동률은 30~40% 수준까지 급락한 상황이다. 호황기를 기대하고 생산 규모를 잔뜩 늘려 선제적인 투자를 집행해놨지만 실제 주문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결국 SK넥실리스는 원가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국내 정읍공장의 설비를 우즈베키스탄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여기에 핵심 R&D 및 영업 인력들이 고려아연 등 경쟁사로 이탈하는 현상까지 발생하며 조직의 기반마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이러한 경영난의 배경에는 핵심 고객사와의 관계 악화가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우선 유럽에서는 최대 파트너사였던 노스볼트가 파산하며 공급 계약이 무산된 것이 발목을 잡았다. 더불어 미국 시장에서는 최대 고객사가 될 것으로 여겨졌던 글로벌 전기차 1위 기업 테슬라와 관계가 단절됐다. 정통한 관계자는 "과거 SK넥실리스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테슬라와 공급계약 논의를 진행하면서 NDA(비밀유지협약)를 위반한 적이 있다"며 "이 때문에 테슬라는 SK넥실리스나 모기업인 SKC를 신뢰할 수 없는 공급사로 판단해 관계가 무너진 것"이라고 귀띔했다. 


반면 SK넥실리스가 주춤하는 사이 솔루스는 최근 테슬라의 배터리 공장에 단독으로 동박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유럽의 ACC(스텔란티스, 메르세데스-벤츠 등 배터리 합작사), 중국 CATL 등과의 계약에도 성공하며 SK넥실리스의 빈자리를 빠르게 채워 나가고 있다는 평가다. 이런 맥락에서 SK넥실리스 입장에서는 솔루스가 눈에 가시가 됐을 거라는 게 관계자들 설명이다. 


궁지에 몰린 SK넥실리스가 선택한 카드는 소송전이다. 2년 전인 2023년 12월 미국 텍사스 동부 법원에서 전쟁이 시작됐다. SK넥실리스는 솔루스를 상대로 4건의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고 이듬해 6월 1건을 추가해 현재 총 5건의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이 전선은 유럽으로도 확대됐다. 2025년 8월 유럽통합특허법원(UPC)에 미국과 동일한 특허 2건에 대한 소송을 추가로 제기하며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동시에 여러 국가에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상대방의 법률적, 재무적 부담을 크게 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국민연금 자금을 기반으로 두산그룹에서 솔루스를 인수한 사모펀드 운용사 스카이레이크파트너스도 이런 이유로 한국에서 맞불을 놓은 상황이다. 자사가 보유한 파괴에너지, 크롬방청 등 8건의 특허에 대해 SK넥실리스를 상대로 침해 소송 및 무효 심판을 청구하며 서로 한 치의 양보 없는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솔루스는 소송의 본질이 기술력의 차이에 있다고 보고 있다. 솔루스의 기술은 1996년 세계 최초로 전지박 양산에 성공한 룩셈부르크 CFL사에 뿌리를 두고 있다. SK넥실리스가 2010년 이후 출원한 특허들은 이미 CFL이 생산·판매했던 '선행 제품'에 적용된 기술이거나 기존에 존재하던 물성을 단순히 수치화한 것에 불과해 특허 자체가 무효라는 것이다.


솔루스첨단소재_전지박.png

솔루스 측은 SK넥실리스가 특허라고 주장하는 표면거칠기(Rpc)나 결정조직계수 등이 실제 고객사가 요구하는 핵심 물성이 아니라고 지적하며 특허의 가치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미국 법원이 SK넥실리스의 '선행제품 증거 배제 요청'을 기각한 것은 솔루스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결정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기술적 자신감을 바탕으로 솔루스는 헝가리(유럽), 캐나다(북미)에 안정적인 생산 거점을 구축하고 글로벌 고객사들과의 계약을 이어가고 있다.


SK넥실리스 측 대응도 치열하다. 지난달 27일 한국 특허심판원은 솔루스첨단소재가 보유하고 있는 특허 4건을 무효로 판정했다. 지난 7월에는 미국 특허 심판원이 솔루스첨단소재가 신청한 5개 특허 무효심판에 대해 기각 판단하기도 했다. 해당 특허는 SK넥실리스가 침해를 주장한 것들이다.


업계 관계자는 "SK넥실리스의 소송 전략은 단기적으로 경쟁사를 압박하고 내부 위기설을 잠재우는 효과를 노린 것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출혈 경쟁으로 이어져 양사 모두에 상처만 남길 수 있다"며 "K-배터리 소재 기업들이 소모적인 다툼을 벌이는 사이 기술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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