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서재원 기자] 신동빈 회장이 롯데를 한국기업으로 재탄생 하게 만든 옛 호남석유화학의 본산, 여수공장 매각을 검토한다. 이재명 정부가 여수국가산업단지의 석유화학 불황위기를 타개하려 자산매각 등 고강도 구조조정 논의에 착수하자 눈물을 머금고 내놓은 승부수다.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호남석화의 후신, 롯데케미칼은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공장 매각을 검토하면서 그 대상으로 제 2공장을 유력하게 거론하고 있다. 2공장은 지난해 말부터 생산을 중단한 라인으로 나머지 공장과의 통폐합 가능성도 점쳐진다. 롯데케미칼은 여수산단 내에 3개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다양한 방안을 두고 검토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는 없다"고 밝혔다.
롯데케미칼은 일본에서 유통업으로 사세를 키워온 고(故) 신격호 창업주가 2세 가운데 2남이던 신동빈 회장의 경영능력을 다시 보게 된 결정적인 성공 사례다. 미국에서 수학한 이후 뉴욕과 홍콩 노무라증권에서 채권 분야 파트너에 올랐던 신동빈 회장은 롯데에 합류한 이후 제조업을 한국에서 일궈내지 못하면 국적논란을 피할 수 없다고 여기고 호남석화의 사세를 수차례의 인수합병으로 키워 지금의 롯데케미칼로 성장시켰다.
유통업 중심이던 롯데는 일본의 저리 자금을 활용해 이를 인수합병의 실탄으로 활용했고 이론 거래가 대성공을 거두면서 신동빈 회장은 형인 신동주 씨를 제치고 그룹 후계 구도를 굳히는 중요한 발판을 만들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롯데케미칼 여수 제2공장은 에틸렌글리콜(EG)과 산화에틸렌유도체(EOA), 페트(PET), MMA 등의 제품을 생산해왔다. 차량용 냉각제의 주원료인 EG와 아크릴 유리 핵심소재인 MMA는 롯데케미칼이 과거 호남석화 시절부터 생산해온 주력 제품이다. 다만 중국발 저가 물량 공세와 실적부진 여파를 견디지 못해 EG 등 일부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했다. 수익성 악화로 생산량을 줄이기 위해 공장 라인을 멈췄지만 환경이 나아지지 않으면서 결국 매각 수순을 밟는 분위기다.
여수 제2공장 매각은 생산 라인 가동이 중단된 직후부터 꾸준히 업계에서 거론됐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기업의 자발적 구조조정을 석유화학 업계 지원의 선제 조건으로 제시하면서 롯데케미칼 내부에서도 자산 매각 논의도 진전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석유화학 산업이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업계가 자구책을 마련하는 게 필수적이라 보고 있다.
지난 20일 정부와 10대 석유화학 기업이 맺은 협약에서도 '선 자구책 후 지원'의 정부 방침은 이어졌다. 이번 협약에 따르면 각 기업은 구체적 사업 재편 계획을 마련해 연말까지 정부에 제출해야 한다. 이후 정부는 설비 폐쇄, 사업 매각 등 기업이 제시한 계획의 타당성 및 자구 노력을 검토한 뒤 연구개발(R&D) 지원, 규제 완화, 세제 혜택 등 맞춤형 지원을 제공할 방침이다.
롯데케미칼의 구조조정은 단순 공장 매각으로는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는 기업들의 자구적 노력을 촉구하면서도 연간 270만~370만톤(t) 규모의 나프타분해시설(NCC) 감축을 목표로 제시한 상황이다. 감축 규모는 전체 생산 능력(1470만톤)의 18~25% 수준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여수 산단에 입주한 롯데케미칼, LG화학, 여천NCC 등 석유화학 기업들의 통폐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NCC는 원유를 정제해 얻은 나프타를 고온과 압력으로 분해해 에틸렌 등 기초화학 물질을 만드는 설비다. 롯데케미칼 여수 공장 내 에틸렌 생산은 제1공장에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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