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배지원 기자] 태광산업이 한국투자증권의 내부 투자심사위원회 절차조차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이들을 교환사채(EB) 인수자로 특정해 공표한 것에 대해 허위공시나 불성실공시가 아니냐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2대 주주인 트러스톤운용이 제기한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피하기 위한 선제 조치로 해석됐고 법원도 인용 결정을 내려 EB 계획은 중단됐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이날 3200억원 규모의 태광산업 EB 투자건에 대한 투자심사위원회(투심위) 개최를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이에 앞서 태광산업은 협의 중이던 한국투자증권을 인수자로 지목해 전일 장 마감 후 늦은 오후에 공시를 선행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한투 관계자는 "투자심사위원회는 2일에 열릴 예정이었고, 사실 인수투자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였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EB 발행의 쟁점이 인수자와 발행 목적에 있다고 봤다. 인수자가 명확히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EB를 발행하겠다는 태광 측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해석이 나왔다. 가처분 인용 가능성을 의식한 태광산업이 인수자를 사전에 명시함으로써 형식적 요건을 갖추려 했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이날 법원이 2대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 측이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면서 EB 발행은 결국 중단됐다. 태광산업은 전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사외이사 2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발행안을 강행했으나 제동이 걸린 것이다. 당초 태광산업은 지난달 27일 이사회를 통해 자사주 전량(24.4%)을 담보로 내놓고 3186억원 규모 EB를 발행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자사주 소각을 담은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기 전에 최대주주 중심의 지분자산 활용을 모색한 조치로 해석됐다.
태광산업은 2일 "보유 자사주 기초 교환사채 발행과 관련해 트러스톤 측의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향후 후속 절차를 중단하기로 했다"며 "소액주주와 노동조합 등 이해 관계자들과 긴밀히 소통하고 이들의 의견과 입장을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석유화학 업황과 회사의 사업 현황·계획, 자금조달 필요성 등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이해 관계자들의 우려와 의견도 충분히 듣겠다"며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고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해 향후 의사 결정에 반영하겠다"고 덧붙였다.
소액주주연대의 경우 지난 1일 유태호, 정안식, 안효성, 최영진, 오윤경 등 이사회에서 교환사채 발행 안건에 찬성한 이사들을 배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형사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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