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전한울 기자] KT가 최근 실적·기업가치 약진으로 '통신 대장주'에 올라서면서, 그룹 수장인 김영섭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대대적인 경영 효율화로 22년 만의 '시가총액 1위'와 상장 후 첫 '주가 1위'를 달성한 공로를 비롯해, 인공지능(AI) 투자에 연속성이 뒤따라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김 대표가 현 상승세를 이어갈 적임자란 이유에서다.
다만 일각에선 최근 정권 교체에 따라 김 대표와 전 정부의 연결고리가 역효과를 낼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전임 대표들이 임기 막바지 검찰수사 대상에 오르며 퇴임 수순을 밟은 점도 연임 가능성을 불분명케 하는 요인 중 하나다. 최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이 실적 개선에도 사퇴 의사를 밝히는 등 전 정부 관련 인사 일부가 자리서 물러나는 만큼, 김 대표 역시 현 정부·여당 견제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업계에 따르면 김영섭 KT 대표 퇴임이 9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연임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대부분 전임 대표들이 정권교체 시기와 맞물려 사의를 표명했지만, 김 대표가 올해 KT 주가·시총 모두 '업계 톱' 수준으로 견인한 데 이어 대규모 AI 투자를 앞두고 있는 고려하면 연임 가능성이 아예 없진 않다는 분석이다.
김 대표는 KT 민영화 이후 세 번째 외부 출신 대표로 2023년 8월 취임했다. 그는 LG서만 수십년 근무한 '정통 LG맨'으로, LG그룹 구조조정본부 재무개선팀 부장을 거쳐 LG CNS·LG유플러스 최고재무책임자(CFO)직을 수행한 뒤 LG CNS로 다시 넘어가 대표 자리에 올랐다. LG 재직 당시 김 대표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등 '재무통' 면모를 보이며 기업 살림꾼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러한 경영 기조는 KT서도 이어졌다. 김 대표는 취임 이후 대대적인 계열사·인력 구조조정 등 내부 수술에 돌입했다. 이러한 영향으로 회사 실적은 물론 기업가치 전반이 고공 성장했다. 실제 KT는 올 1분기 경영효율화 및 기존 사업군의 견조한 성장에 힘입어 영업이익률(10.1%)이 2.5% 포인트나 상승했고, 순이익(5668억원)도 44.2% 급증했다. 이에 따라 KT는 올 초 22년 만에 '시총 1위'를 탈환했고, 지난달에는 상장 이후 첫 '주가 1위'를 달성키도 했다. 16일 종가 기준 주가·시총은 연초 대비 20.8%나 상승했다.
이에 시장 일각에선 김 대표의 연임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특히 황창규 전 회장이 문재인 정부 시절 재무개선 등 공로를 앞세워 연임에 성공했던 이력을 고려하면, 김 대표의 최근 경영 행보 역시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게 시장의 시각이다. 앞서 황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8000명 규모의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비(非)통신 계열사를 정리하는 등 경영 효율화에 방점을 찍었다.
이 밖에 통신업계가 최근 'AI 전환기'에 접어든 점도 연임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AI 부문은 중장기 투자가 필수적으로 뒤따라야 하는 만큼, 정부서도 KT 대표 교체에 따른 사업·투자 변동성을 원치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정부는 최근 AI 부문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AI 100조원 투자' 등 공약을 실현키 위해 최근 AI미래기획수석 자리를 신설하고,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 센터장을 선임했다. 40대인 하 수석은 대통령실 수석급 참모 중 최연소 인사로 꼽힌다. AI 관련 정책을 보다 속도감 있게 추진키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정부서 AI 부문을 미래 경쟁력 한 축으로 꼽고 전폭적인 지원을 예고 중인 만큼, 민간 AI 산업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통신업계 대표 교체에 보수적인 입장을 가질 수 있다"며 "김영섭 대표가 경영 효율화를 통해 기업가치 제고는 물론, 대규모 AI 투자를 위한 재무체력을 비축 중인 점을 고려하면 이번 정권의 밸류업 및 AI 중심 산업 정책과 결을 같이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반면 연임 가능성에 정면 반박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정권교체에 따른 외압이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힌다.
2002년 민영화한 KT는 공기업 성격을 동시에 띠고 있어 정권 교체 시기마다 외압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왔다. 실제 2005년 취임한 남중수 전 대표는 연임에 성공했지만, 뇌물 혐의로 구속되면서 대표 자리서 물러났다. 이후 이석채 전 회장도 연임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배임 혐의가 적용되면서 사의를 밝힌 바 있다.
후임인 황창규 전 회장의 경우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 관련 검찰수사를 받았지만, 민주당계 인사 일부를 사외인사로 선임하는 등 태세 전환에 나서며 연임에 성공한 바 있다. 김영섭 대표 전임인 구현모 전 대표는 '일감 몰아주기' 등 혐의가 불거진 뒤 당시 정부의 견제가 거세지면서 결국 사퇴했다.
특히 김 대표는 그동안 전 정부 관련 인사들과 꾸준히 인연을 이어온 만큼, 정부·여당 견제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란 게 시장의 시각이다.
앞서 김 대표는 취임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고교 동문인 윤정식 KT텔레캅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윤 전 대통령 홍보수석비서관 출신인 최영범 KT스카이라이프 대표를 영입하는 등 친정부 인사를 단행해 왔다. 이 밖에 당시 서울고등검찰청·서울중앙지검 등 검찰 출신 인사 여럿을 내부 요직에 배치하기도 했다. 당초 경쟁사 임원을 역임한 김 대표가 KT 대표로 취임한 데엔 이관섭 전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의 친형과 경북대 사대부고 동문이란 점이 크게 작용했다는 비판이 일었던 점을 고려하면, 김 대표와 전 정부의 인연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셈이다.
이 같은 정치 리스크가 상존하는 상황 속 KT그룹사 노조가 이번 대선 과정서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했지만, 곧이어 '정치권 줄대기'란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당시 KT새노조 측은 KT노조가 특정 대선 후보를 지지한 점에 대해 "김영섭 대표 연임을 도우려는 계산이 깔려있는 줄대기 행위"라며 날선 비판을 내놨다.
한편에선 최근 실적·기업가치 제고 움직임도 '속빈 강정'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경영 효율화를 통한 단기수익 개선 추이가 중장기 성장성에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이유에서다.
KT는 최근 AI 투자재원을 마련키 위해 '고수익' 호텔 매각을 추진하면서 내외부 곳곳서 성장성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호텔 부문은 당장 고수익 창출이 가능해 실적 기여도가 지속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추후 성장성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KT 측은 최근 김 대표 연임 여부를 놓고 벌어지는 갑론을박과 관련해 "아직 김영섭 대표가 연임 의사를 밝히지 않은 시점인 만큼 연임 여부를 예단하긴 이른 감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김 대표가 최근 사외이사 4명을 재선임하고 호텔 등 고수익 자산 매각을 단행하려는 점을 고려하면, 연임을 위한 밑그림을 이미 그려가고 있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추후 김 대표 경영·결정권 등에 힘을 싣기 위한 포석이란 분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통상 사외이사 4명이 모두 재선임되는 사례는 극히 드물기도 하고, 이 중 현대차 추천 인사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선임 의도 충분히 의문을 가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영범 대표가 이끄는 스카이라이프 역시 적자배당을 이어간 만큼, 요직에 배치된 인사들에 대한 검증과 공정·투명성 논란이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며 "성장성과 연계된 자산 매각 움직임도 단기 수익성에만 초점을 맞춘 행보로 비춰질 수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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