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에서 퇴직연금 제도가 2005년 12월 처음 시행된 이후 20년이 지났다. 그동안 국내 퇴직연금 시장은 적립금 기준 400조원을 넘었고 2040년 1000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듯 빠르게 성장 중인 퇴직연금 시장을 놓고 다양한 금융 분야의 쟁쟁한 기업들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에 딜사이트는 개별 금융사들이 퇴직연금 사업을 어떻게 진행해 왔는지, 앞으로 어떤 전략을 펼칠 것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딜사이트 최지혜 기자] 하나은행의 지난해 퇴직연금 적립액은 40조원을 돌파했다. 적립액 2위 은행인 KB국민은행과 격차를 2조원 이내로 줄이며 순위변동 가능성을 키워둔 상태다. 시니어를 겨냥한 마케팅 전략과 은행권 최고 수준의 수익률을 무기로 퇴직연금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하나은행의 지난해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전년대비 19.5% 증가한 40조2734억원으로 시중은행 중 3위를 기록했다. 2위 국민은행과의 격차는 2023년 3조1278억원에서 지난해 1조7747억원으로 빠르게 좁혀졌다.
적립금 확대로 수수료수익도 대폭 늘었다. 지난해 하나은행의 퇴직연금 수수료이익은 1663억원으로 전년대비 27.1% 증가했다. 같은 기간 24.5%, 16.3% 증가한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을 웃돈 성장세다.
성장세의 비결은 수익률이다. 개인고객 단위로 유치하는 개인형IRP와 확정기여형(DC)상품의 수익률이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높다.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가 시행되면서 개인고객 단위의 이동이 점쳐지는 만큼 최고수준의 수익률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면서다.

지난해 하나은행의 4분기 개인형IRP 원리금 보장형·비보장형 단기수익률(최근 1년 수익률)은 각각 3.32%, 10.8%로 시중은행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개인형IRP 적립금에서 원리금 비보장형이 차지하는 비중이 30.51%로 가장 높았다. 원리금 보장형의 경우 장기수익률이 3·5·7·10년 단위에서 모두 업계 1위를 나타냈다.
DC상품 역시 원리금 비보장형은 10년 장기수익률(2위)을 제외한 단기수익률과 3·5·7년 장기수익률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원리금 보장형의 경우 단기수익률과 모든 기간의 장기수익률이 1위를 달리고 있다.
타 시중은행과 수익률 격차도 크다. 하나은행의 원리금 비보장형 DC상품 5년 수익률은 연 5.5%로 최하위인 NH농협은행보다 1.26%포인트 높다. 원리금 비보장형 DC상품의 단기수익률은 연 12.83%로 농협은행과 5.51%포인트 차이를 냈으며 2위 신한은행과도 2.28%포인트 격차가 났다.
적립금 확대에는 시니어층 신규 고객을 노린 마케팅 전략도 효과를 발휘했다. 지난해 10월 하나금융그룹은 시니어특화 통합브랜드 '하나 더 넥스트'를 출범하고 방송인 강호동을 모델로 발탁했다. 앞서 지난해 2월에는 가수 임영웅을 새 광고모델로 발탁해 자산관리 광고에 전면으로 내세웠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하나은행의 '임영웅 효과'는 상상 이상"이라며 "WM시장 공략의 열쇠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선호도가 높은 안정적 투자 관리와 전용 서비스도 성장세에 힘을 보탰다. 하나은행은 퇴직연금 업권에서 유일하게 원금보존추구형 ELB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업계 최초로 퇴직연금 손님만을 위한 전문 상담센터 '연금 더드림 라운지'도 설치했다. 이외에 ▲카카오톡 '퇴직연금 스마트 안내장' ▲모바일 은퇴설계 솔루션 '하나더넥스트 연금플래너' ▲모바일 연금진단 서비스 '하나원큐 연금닥터' 등 퇴직연금 관련 비대면 채널 운영을 병행 중이다.
올해의 경우 자산관리에 최적화된 다양한 상품 안내와 연금 설계를 받을 수 있는 전용 공간을 확대해 퇴직연금 시장에서 입지를 넓힌다. 이와 함께 차별화된 상품 구성으로 한 수익률 관리에도 역량을 모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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