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세연 기자] LS일렉트릭이 북미 수주 증가를 바탕으로 지난해 역대 최고 실적을 새로 썼다. 수주 물량이 늘어나면서 매출채권이 확대됐고, 높은 수준의 설비투자(CAPEX)를 이어가면서 지난해 잉여현금흐름(FCF)이 적자로 돌아섰다. 하지만 현금창출력이 양호한 만큼 재무안정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LS일렉트릭은 최근 3년간 매출이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2022년 3조3771억원(영업이익 1875억원)→2023년 4조2305억원(영업이익 3249억원)→2024년 4조5518억원(영업이익 3897억원)으로 연평균 16.08%씩 성장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는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한 수치다.
북미 지역에서 초고압 변압기 및 배전반 수주 물량이 확대된 게 호실적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AI 데이터센터가 확충되고, 산업 전반에서 '전기화' 현상이 나타나면서 전력 수요가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2022년 3673억원이었던 LS일렉트릭의 북미 시장 매출은 이듬해 8986억원으로 불어난 바 있다.
지난해엔 북미 지역에서 구체적으로 얼마의 매출고를 올렸는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LS일렉트릭의 미국 자회사인 'LS일렉트릭 아메리카'가 2023년 대비 지난해 매출은 175%, 영업이익은 40배 이상 상승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LS일렉트릭의 북미 지역 매출은 7687억원으로, 전체 매출(3조8377억원)의 20.0%를 차지했다.
특히 채산성이 높은 배전반의 경우 아마콘, 마이크로소프트, xAI 등 해외 빅테크 기업들과 배전반 납품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한 곳은 연간 4000억원 규모의 대형 계약 건으로 추정된다.
이 수요에 힘입어 수주잔고도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2021년 말 1조원대 수준이었던 이 회사의 수주잔고는 2023년 말 2조3000억원으로 늘었다. 지난해는 1분기 2조6000억원→2분기 2조8000억원→3분기 2조9000억원→4분기 3조4000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한 바 있다.
다만 이러한 수주 증가가 수익성 향상에는 큰 기여를 했음에도 불구, 현금흐름 개선이 지연되고 있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LS일렉트릭은 최근 매출채권 증가와 함께 회수 기간도 길어지고 있어 운전자본 부담이 이어지고 있다. 매출채권은 상거래에서 발생하는 일종의 외상값으로, 회수가 지연될수록 재무안정성에 악영향을 미친다.
2021년 7841억원이었던 이 회사의 매출채권은 2022년 1조503억원으로 급증했으며, 2023년에는 1조2849억원, 지난해 9월 기준으로는 1조3970억원까지 늘었다. 같은 기간 매출채권회전일수도 2021년 98.6일→2022년 99.1일→2023년 100.7일→지난해 9월 116.2일로 상승세다.
상당수가 1년 내 단기로 이뤄져있고, 회사 내부적으로도 유동성을 양호한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회수에 신경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재고주기가 긴 해외 수주 잔고가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만큼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2021년 7671억원이었던 LS일렉트릭의 운전자본은 2022년 1조1499억원으로 급증, 2023년 1조4442억원을 기록한 뒤 지난해 9월 기준으로는 1조5899억원에 이렀다. 여기에 최근 5년간 총 5000억원이 넘는 자본적 지출(CAPEX)까지 더해지면서 지난해부터 잉여현금흐름(FCF) 적자가 발생했다. 2023년 580억원이었던 FCF는 지난해 9월 기준 마이너스(-) 661억원으로 감소했다.
올해와 내년에도 각각 2000억원이 넘는 CAPEX가 집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LS일렉트릭이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재무안정성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LS일렉트릭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2022년 2897억원→2023년 4270억원→지난해 4836억원으로 상승 추이를 지속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지난해 현금성자산은 직전년(5839억원)보다 823억원 늘어난 6662억원을 기록해, 순차입금(5078억원)을 상회하고 있다.
또 총영업현금흐름(OCF)도 2023년 기준 4000억원대인 것을 고려하면 CAPEX 지출을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평가다. 기업의 유동성을 가늠하는 지표인 유동비율은 지난해 말 166%로 직전년(180%) 대비 소폭 떨어졌으나, 통상적으로 100%가 넘으면 양호한 수준으로 보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리포트를 통해 "(LS일렉트릭은) 우수한 이익창출력과 운전자본 통제 능력을 감안할 때, 대부분의 자금 소요에 대응할 것"이라고 평가하며 회사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AA-(안정적)에서 AA-(긍정적)으로 변경한 바 있다.
LS일렉트릭 관계자는 "부채비율, 유동비율 등을 예의주시하며 양호한 재무구조를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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