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송한석 기자] HD현대마린엔진이 중국 업체들과의 거래에서 못 받은 대금 중 절반을 대손충당금으로 설정했다. 사실상 돈을 받을 수 없을 것으로 생각해 대손충당금으로 잡은 것이다. HD한국조선해양 측은 과거 인수 전에 이미 설정한 부분이다 보니 추가로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 데다 인수할 당시에도 해당 부분을 고려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손충당금 규모가 400억원에 달하고 청산 예정인 중국 법인의 장기대여금도 150억원에 달해 총 570억원을 돌려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돼 손해가 컸다는 분석이다. HD현대마린엔진 측에서는 이미 손실로 반영돼 해당 부분을 털어냈다는 입장이지만 570억원은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331억원보다 1.5배 큰 수치라 적지 않은 수치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D현대마린엔진의 지난해 3분기 매출채권 대손충당금은 417억원이다. 매출채권 규모가 719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대손충당금 설정률이 58.02%로 절반이 넘는다. 2023년 3분기 역시 매출채권 795억원 중 414억원이 대손충당금으로 설정됐다. 이는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331억원 보다 큰 금액이다.
통상 모든 엔진 업체가 HD현대마린엔진처럼 대손충당금 설정률이 높은 건 아니다. 한화엔진의 경우 지난해 3분기 매출채권 대손충당금은 2.7%에 불과하다. 다만 HD현대마린엔진이 STX중공업 시절이던 당시 중국업체와의 거래 대금을 못 받아 대손충당금을 설정했다는 것이 HD한국조선해양 측의 설명이다. 이미 실적에 반영해 털어냈지만 법인 청산이 늦어져 아직도 대손충당금으로 설정된 상태다.
실제 2023년 HD현대마린엔진은 매출 비중 중 36.4%를 시아멘시앙유(Xiamen Xiangyu) 그룹, 7.5%를 타이저우 산푸 선박 엔지니어링(Taizhou Sanfu Ship Engineering Co., Ltd.)에서 올리는 등 중국 법인 매출 의존도가 높았다. 반면 같은 기간 한화엔진은 삼성중공업와 한화오션에서 나오는 매출이 전체의 52.2%를 차지하는 등 국내 기업으로부터 대부분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HD현대마린엔진은 장기대여금 158억원 중 157억원도 대손충당금으로 설정했다. 해당 장기대여금은 청산 예정인 STX China Shipbuilding Holdings Co.,Limited.에 빌려준 것으로 보인다. HD현대마린엔진이 20.25%의 지분을 취득하며 관계사로 편입됐지만 현재는 청산 진행 중이다. 이 회사에 빌려준 채권 등 161억원이 전액 대손충당금으로 설정돼 있다. 다시 말해 매출채권 및 장기대여금 대손충당금 금액을 고려하면 HD현대마린엔진이 못 받게 되는 돈은 574억원에 달하는 셈이다.
실제 HD현대마린엔진의 매출채권 대손상각비는 누적되고 있다. 2023년 3분기 7억원에 이어 지난해 3분기에도 7억원의 상각비를 인식했다. 대손충당금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회사가 손해를 볼 것을 예상하고 미리 부채로 인식하는 경우라면 대손상각비는 실제로 해당 돈을 못 받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HD한국조선해양에서는 충분히 대손충당금을 고려하고 인수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이미 대손충당금으로 대부분 설정돼 손해로 인식된 만큼 추가적인 손실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과거 2014년, 2016년에 설정해 이미 실적에 반영했지만 법인 청산이 아직 끝나지 않아 대손충당금으로 남아있다는 해명이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중국업체들과의 거래에서 대금을 못 받은 부분들을 대손충당금으로 쌓아둔 것으로 보인다"며 "자사가 인수하기 전에 이미 설정돼 있었던 만큼 추가적인 손실이 생기지 않는 데다 인수할 당시에도 이 부분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이어 "청산 예정인 중국 법인은 자사의 지분이 20% 정도라 다른 업체와 합의를 해야 하는 상황이고 중국에서 법인을 청산하는 과정이 복잡해 지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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