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민규 기자] STX중공업이 HD현대의 품에 안기면서 사명은 물론 경영진도 모조리 교체했다. '재무통' 강영 신임 대표이사를 필두로 HD현대중공업의 중역들이 급파된 만큼 향후 대대적인 쇄신이 전망되고 있다. 특히 효율적 투자와 재무 안정화란 임무를 부여 받은 강 사장의 역할론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HD현대그룹의 조선부문 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달 31일, 2년여 간 끌어왔던 STX중공업 인수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에 STX중공업의 사명을 HD현대마린엔진으로 변경한 것은 물론, 이사회 멤버도 전원 교체했다. 초대 대표로는 HD현대의 핵심 재무통 중 한 명인 강영 사장을 선임했다. 1965년생인 강 사장은 부산대학교 회계학과를 졸업한 후 1992년 HD현대중공업에 입사해 30년 이상 재직해 온 '순혈'로, 2015년 첫 별을 달았다. 이후 원가·재경·회계 중심으로 커리어를 쌓아 왔으며, 지난해부터는 STX 인수 추진을 총괄했다.

강 사장은 조선업 암흑기로 꼽히는 2015년부터 HD현대중공업 재무 키를 잡아 현금흐름 개선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조선 사업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원가경쟁력을 강화했던 것. 이 덕분에 HD현대그룹 내부에선 강 사장을 송명준 HD현대 재무지원실장 겸 HD한국조선해양 경영지원실장(부사장)과 함께 최고 재무책임자(CFO)로 꼽고 있다. 나아가 강 사장은 부사장 승진 3년 만인 지난해 11월 사장으로 영전했다. 이는 HD현대그룹 CFO 중 가장 빠른 승진이다. 이에 정기선 부회장의 신망을 한몸에 받는 재무 임원이란 평도 받고 있다.

따라서 HD현대그룹이 강 사장을 HD현대마린엔진 수장으로 보낸 게 이 회사를 낱낱이 뜯어보기 위함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HD현대마린엔진이 STX중공업 시절 자금난으로 온전하게 사업을 영위할 수 없었고, 이로 인해 생산성이 떨어져 있는 상태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마린엔진의 지난해 선박용 엔진생산 가동률은 32%로, HD현대중공업(129.2%)이나 한화엔진(93.9%)의 3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쳤다.

업계 한 관계자도 "그룹의 대표적 재무통을 인수 회사에 전지배치 한 것은 원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재무구조 파악 차원으로 보인다"며 "STX중공업(현 현대마린엔진)의 경우 경영 부침으로 생산성이 현저히 낮았던 만큼 생산효율성 강화를 위해 HD현대그룹이 강영 사장과 함께 엔진전문가인 여인표 상무까지 내려보낸 것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이어 "강영 사장은 STX중공업의 재무 체력 점검과 함께 어떤 사업에서 두각을 드러내는지, 어느 제품의 수익이 좋은지 진단한 뒤 투자의 우선 순위와 각 사업의 투자 규모를 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HD현대그룹에서 강영 사장은 원가전문가로 통한다"며 "원가 담당자의 일은 한마디로 불필요하게 나가는 비용을 잡아내는 업무이니 만큼 군살을 빼기 위한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강 사장 경우 HD현대중공업에서는 주로 선가를 책정해 왔지만 엔진 등 선박 부품의 원가도 관리했던 만큼 HD현대마린엔진의 원가경쟁력 강화에도 역량을 발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HD현대마린엔진이 원가 감축을 위해 중복되는 해외 판로를 정리하고 모회사의 유통망을 한껏 활용하는 전략을 채택할 것으로 전망 중이다. HD현대마린엔진이 중국법인(다롄해덕파워웨이)의 매각을 추진 중이고, 말레이시아법인도 청산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반면 HD한국조선해양은 주요 고객이 포진한 데다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및 친환경 엔진 적용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을 전략 시장으로 삼아 신규 거래처 발굴에 힘쓰고 있다. 아울러 사우디아라비아·베트남·러시아 등에 있는 조선소들도 관계기업으로 두고 있을 뿐더러 싱가포르와 그리스 등 다수 국가의 선사와도 거래 중이다.

한편 강 사장이 당분간 HD현대마린엔진의 생산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투자에 집중할 것이란 전망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더불어 투자는 터보차저와 크랭크샤프트 공정 효율성 제고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고 있다. HD현대그룹이 HD현대마린엔진의 자회사 한국해양크래크샤프트를 통해 생산하는 크랭크샤프트 그리고 크랭크샤프트 생산과 일원화된 터보차저 생산 체계에 주목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해당 품목은 엔진 부품이지만, HD현대마린엔진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분야다. 특히 터보차저는 HD현대가 그동안 전량 수입해 온 부품인 만큼, HD현대마린엔진을 통해 수급 받으면 공급 안정성은 물론 원가 경쟁력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외 'BB+'로 투기 등급인 HD현대마린엔진의 신용등급 끌어올리기에도 강영 대표가 발 벗고 나설 것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러한 전망에 대해 HD현대그룹 관계자는 "강영 사장을 중심으로 투자의 우선순위를 정해 효율적 투자를 진행하는 동시에 재무 건전성 확보에 집중할 계획"이라면서도 "투자와 관련된 세부 사항은 영업 전략과 연관된 만큼 공개하기 어렵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