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고려아연이 공개매수 과정에서 발생한 부채를 일부 상환하기 위해 호주 계열사에 대여해준 3700억원을 돌려받으려 했으나, 경영권 분쟁 여파로 상환 기간이 4개월가량 미뤄졌다. 고려아연에 돈을 갚은 호주 계열사 아크에너지 맥킨타이어가 현지에서 대출을 일으키고, 이를 고려아연이 채무보증을 설 계획이었다. 하지만 MBK파트너스·영풍간 경영권 분쟁에 따른 불확실성 지속으로 금융권의 대출심사 통과요건이 까다로워진 결과라는 게 고려아연 설명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자회사 아크에너지 맥킨타이어(Ark Energy Macintyre)에 빌려준 3751억원 자금에 대한 대여기간을 정정했다. 자금 상환 시점을 당초 올해 11월 2일에서 내년 3월 31일로 미뤘다. 앞서 맥킨타이어는 6700억원을 들여 호주 퀸즐랜드주에 건설 중인 풍력발전소 지분 30%를 확보했다. 글로벌 탈탄소 움직임에 맞춰 선제적으로 친환경 사업을 공략한다는 계획이었다. 이에 고려아연이 풍력발전소 투자에 필요한 자금 일부를 맥킨타이어에 빌려준 것이다.
하지만 MBK파트너스·영풍와 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이 지난달 자사주 공개매수(1조8000억원어치) 카드를 꺼내면서 차입 부담이 늘었다. 원래 고려아연은 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기업으로 유명했다. MBK파트너스·영풍이 경영권 인수 시도를 하기 이전인 지난해 말 기준 연결 부채비율은 24.9%에 불과했다. 총차입금은 9259억원인데, 현금성자산이 2조731억원에 달했으니 사실상 무차입 경영을 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러다 올해 들어 외부 차입이 증가하면서 3분기 말 부채비율은 44.6%로 상승했다. 부채비율이 통상 100% 미만이면 안정적으로 평가 받는 만큼 여전히 우량 기업이지만 지난 9개월새 부채비율 오름세가 가파르니 재무관리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다.
이를 의식한 듯 고려아연은 재무건전성 강화에 힘쓰고자 ㈜한화 지분 매각과 대여금 상환을 결정했다. 한화 주식 7.25%를 한화에너지에 전량 매각하고 1520억원을 확보했다. 이어 맥킨타이어에 빌려준 3751억원을 11월 중으로 돌려 받을 계획이었다. 돈을 갚은 계열사가 현지에서 대출을 일으키고, 고려아연이 채무보증을 서는 것이다.
그런데 자금대여 기간이 내년 3월로 연장되면서 고려아연 입장에선 3751억원 유입 시점도 연기된 것이다. 금융권에서 계열사 대출심사를 다소 까다롭게 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단정 지을 수 없지만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이후 경영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정정된 대여 기간이 길지 않은 데다, 상환을 받지 못한다고 해서 고려아연의 재무구조가 당장 취약해질 정도는 아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시장 일각에서 우려하는 재무부담을 일부 해소하기 위해 계열사에 대여한 자금을 조기에 돌려받으려 했다"면서 "자회사가 현지에서 대출하면 고려아연이 신용보강 차원에서 채무보증을 서려고 했으나 경영권 분쟁에 따른 불확실성 우려로 금융권에서 다소 까다롭게 자금을 집행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일정 딜레이가 길지 않아 문제 될 사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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