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승주 기자] 외국인 전용 카지노 '세븐럭'을 운영하는 GKL(그랜드코리아레저)가 차기 사장으로 윤두현 전 국회의원을 선임했지만 시장에서는 냉랭한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윤 신임 사장이 정·관계출신이라는 점에서 낙하산 인사라는 주홍글씨를 지우지 못했을 뿐 아니라 사업다각화를 통한 자체 경쟁력 회복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들이 나온다.
GKL은 이달 25일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차기 사장으로 윤두현 전 국회의원을 선임했다. 이 회사는 앞서 올해 8월 말 김영산 전임 사장의 임기가 종료되자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차기 사장 인선을 진행해왔다. 이후 GKL의 차기 사장은 삼파전 양상을 띄었고 윤 신임 사장이 최종 선임됐다.
윤 신임 사장은 1961년생으로 서울신문, YTN 등에서 근무한 언론인 출신이다. 박근혜 정부 당시(2014~2015년)에는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직을 수행했고 이후 21대 총선(2020~2024년)에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소속으로 경산시 선거구에 출마해 당선됐다. 국회의원 시절에는 국민의힘 원내부대표와 경산시 당협위원장을 역임했다.
GKL은 차기 사장을 선임하며 새 출발을 알렸지만 시장은 냉랭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공기업의 고질적인 문제인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낙하산 인사'가 또 다시 반복된 까닭이다. 실제 이 회사는 2005년 설립 이후 역대 대표들이 모두 정·관계 출신이다. 전임 사장인 김영산 7대 사장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기획조정실장을 지냈고, 6대 사장인 유태열 전 사장도 경찰 출신으로 대통령비서실 치안비서관 등을 역임했다.
문제는 국내 카지노시장이 현재 격동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2월 모히건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의 국내 상륙을 기점으로 국내 카지노산업의 경쟁은 점차 심화되고 있다. 국내 1위 카지노 업체인 파라다이스도 중국·일본VIP 유치를 위한 마케팅 비용 상승의 여파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인근 국가인 일본과 대만이 2030년까지 카지노 사업장을 갖춘 대규모 복합리조트를 조성한다는 것도 위험요인이다.
이에 시장에서도 GKL이 사업다각화를 통한 자체 경쟁력 제고에 나서야 한다는 제언이 꾸준히 나왔다. 현재 이 회사의 사업장은 총 3곳으로 서울과 부산 관광지 중심에 위치하고 있지만 부대시설이나 공항접근성 부문에서는 다소 뒤쳐지기 때문이다. GKL의 실적도 엔데믹 이후 회복세를 유지하다가 올해 주춤하는 모습이다. 올해 3분기에는 연결기준 매출 938억원(전년비 2.9%↓), 영업이익 58억원(57.9%↓), 당기순이익 60억원(49.5%↓)을 기록하며 어닝쇼크를 기록했을 정도다.
물론 GKL은 사업다각화를 진행할 기초체력이 충분하다. 이 회사는 장기간 무차입 경영을 유지하면서 올해 3분기 말 현금 및 현금성자산 1905억원과 이익잉여금 3617억원을 쌓아두고 있다. 다만 윤 신임 사장이 정계출신이라는 점에서 사업다각화가 쉽지 만은 않을 것이란 시장의 분석도 나온다. GKL은 한국관광공사가 지분 51%로 최대주주로 있는 공기업으로 대규모 투자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선 예비타당성조사를 받아야 한다. 이때 윤 사장의 GKL은 '야당의 반대'라는 큰 산을 넘어야만 한다.
시장 한 관계자는 "GKL이 다시 한번 정·관계인사를 사장으로 앉히면서 전략상 변화가 크지는 않을 것 같다"며 "특히 정계 인사의 경우 모회사의 간섭을 막는 우산 역할을 수행할 수는 있지만 전문성이 결여돼 있기 때문에 자체 경쟁력 확보를 위한 사업다각화를 진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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