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주명호 기자] 롯데카드의 실적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유동성 확보 노력에도 조달 비용 부담을 이기지 못하면서 역성장을 거듭하는 모습이다. 중위권을 유지했던 카드업계 실적 순위 역시 최하위로 밀리면서 당분간 반등은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같은 실적 부진이 이어질 경우 향후 롯데카드 매각에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롯데카드는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102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동기(3664억원)와 비교해 72.0% 급감한 수준이다. 지난해 자회사인 로카모빌리티 매각으로 발생한 일회성 이익이 실적 격차를 키운 주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상반기 롯데카드는 로카모빌리티 지분 100%와 산하 마이비 지분(4.8%)을 매각해 1988억원의 이익을 실적에 반영할 수 있었다.
다만 이같은 일회성 요인을 제외하더라도 순이익 감소폭은 38.9%에 이른다. 같은 기간 카드사 중 유일한 실적 감소세다. 중위권으로 묶여왔던 하나카드, 우리카드와의 실적 격차는 더 커졌다.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하나카드 1884억원, 우리카드 1402억원으로 집계됐다.
비용 부담을 절감하지 못한 게 가장 큰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롯데카드의 올해 3분기 누적 영업비용은 1조9738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4.3% 증가했다. 이중 금융비용만 5457억원으로 같은 기간 28.4% 증가했다.
롯데카드의 실적 부진은 지난해부터 심화됐다. 2022년 2780억원의 당기순익을 거두며 당시 부진했던 현대카드(2540억원)를 앞지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실적은 일회성 비용을 제외하고 1691억원으로 떨어지며 현대카드(2651억원)와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현대카드 뿐만 아니라 하나카드(1710억원)에도 실적이 밀리면서 경쟁에서 뒤처지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 역시 현재 흐름이 이어질 경우 최하위 수준을 벗어나기 힘들다는 전망이다. 다른 카드사들이 모두 실적 개선세가 유력한 상황인 만큼 롯데카드 혼자 역성장이 이어지면 순익 격차는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다.
카드업계 일각에서는 이같은 실적 부진이 중장기적으로 롯데카드 매각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높은 몸값이 매각 지연의 최대요인으로 꼽히는 만큼 조정 여지가 생길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롯데카드의 몸값을 최소 3조원 수준으로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롯데카드는 영업수익이 지속적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지난해 수준의 순익은 유지될 것이란 입장이다.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롯데카드 영업수익은 2조1031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8.6% 증가했다. 총자산 규모 역시 24조4269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9.3% 늘어났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연체율 감소, 조달비용 안정화 등으로 4분기에도 실적 개선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연간 순이익은 일회성 처분이익 효과를 제외한 작년 수준 정도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올해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자본 확충에 나선 점도 조달비용 안정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롯데카드는 올해 상반기 4000억원에 이어 지난 7월에도 2000억원의 신존자본증권을 추가로 발행한 상태다.
롯데카드의 신종자본증권은 발행금리가 5%대 후반 수준으로 회사채(카드채) 금리에 비해 2% 가량 높지만 발행비용이 자본 항목에서 조정되는 만큼 손익계산서상 비용부담을 키우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자본의 성격을 가진 만큼 일반채권과 달리 발행비용이 금융비용에 포함되지 않고 별도 자본계정으로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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