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송한석 기자]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이 ESS(에너지저장장치) 시장으로 발을 넓히고 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이차전지 생산 시설을 활용할 수 있는 ESS 사업으로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LG엔솔은 가동률이 떨어진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유럽과 미시간주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라인 일부를 ESS용으로 전환하는 한편, 중국 남경에서 생산하는 ESS용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의 생산 거점을 미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LG엔솔은 가동률이 떨어진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유럽 폴란드와 미국 미시간주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라인 일부를 ESS용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미국 애리조나주에 짓고 있는 ESS용 배터리 전용 생산 공장 건설을 일시 중단한 데 이은 조치다.
더불어 중국 남경공장에서만 생산하던 ESS용 LFP 배터리의 생산 거점을 내년 미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ESS는 화재가 나면 일반 전기차용 배터리보다 규모가 더 크다 보니 화재 위험성이 적은 LFP 배터리가 각광받고 있다. 이에 LG엔솔도 북미에서 친환경 에너지 수요 증가에 파생해 ESS 시장도 함께 성장하고 있는 만큼 현지 생산 시설을 갖춰 효율화를 달성하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지난 9월 사내 독립기업인 AVEL을 통해 제주도 서귀포시에 국내 최초 배전망 연계형 ESS 발전소를 완공했다. LG엔솔은 해당 발전소를 민간 발전사업 진출의 초석으로 삼아 에너지 저장에서 발전사업 영역까지 에너지 통합관리 역량을 확보할 계획이다.
LG엔솔이 ESS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이유는 전기차 캐즘으로 실적이 악화된 가운데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이 회사의 올 3분기 실적만 봐도 매출액은 19조168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5% 줄었고, 영업이익은 8009억원으로 56.1%나 감소했다. 이런 가운데 2분기와 3분기 니켈·리튬 등 원재료 가격 하락에 따른 4분기 배터리 가격 약세가 이어지고 있어 향후 실적 역시 부정적 전망이 팽배한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LG엔솔 역시 사업다각화를 준비하게 됐고, 그중 성장성이 높은 ESS를 점찍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리튬이온배터리 ESS 시장 규모는 올해 235GWh에서 2035년 618GWh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 중이다. 아울러 전기차용 배터리를 생산하는 이차전지 시설을 ESS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LG엔솔이 ESS 시장으로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시도한 것으로 풀이되는 배경이다. LG엔솔이 가동률이 낮은 전기차용 생산 라인을 ESS용으로 전환한 점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편 LG엔솔은 최근 ESS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폴란드 국영전력공사(PGE)가 추진하는 약 5700억원 규모 양수발전소 ESS 사업에 입찰했다. 향후 재생에너지 발전 수요가 유럽에서 크게 늘고 있는 만큼 LG엔솔도 해당 시장에 집중할 계획이다.
나아가 이 회사는 스페이스X 우주선에 보조 동력 배터리와 ESS 납품 의뢰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현재 전기차용 배터리가 우주 사업에 적용하기 제한적인 만큼 LG엔솔이 ESS를 최우선적으로 공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외 지난 5월 한화큐셀과 총 4.8GWh 규모의 ESS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기도 했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우주선 구동을 위한 주요 요소는 안전성, 전력 필요량, 임무 기간, 기술 타당성 등이 고려되는데 현재 전기차용 배터리 스펙 기준으로는 우주 사업에 적용하기 다소 제한적"이라며 "현재로서는 LG엔솔이 스페이스X에 ESS를 최우선적으로 공급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LG엔솔 관계자는 "기존 라인을 ESS로 전환하는 것이 신규 라인을 까는 것보다 비용 및 시간적으로 적게 들 것으로 예상해 전기차용 생산라인 일부를 ESS용으로 전환하려고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기차 캐즘이 이어지는 만큼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며 "그런 측면에서 ESS 시장도 적극적으로 개척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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