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광석 기자] 동화약품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현금및현금성자산+기타유동금융자산)이 최근 3년새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다각화를 위해 연이어 진행한 인수합병(M&A)과 지분 투자 영향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최근 인수에 나선 미용 의료기기업체 하이로닉 계약까지 완료되면 이 회사의 곳간은 더 쪼그라들 전망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동화약품은 이달 9일 1607억원 규모의 하이로닉 구주와 신주를 양수하기로 결정했다. 동화약품은 실사를 진행한 후 12월 중 거래를 종료할 예정이다.
동화약품은 먼저 하이로닉 구주 838만3277주를 인수한다. 이진우 하이로닉 의장(487만7888주)과 배우자 이은숙 기타비상무이사(350만5389주)가 가진 물량이다. 인수대금은 계약금 120억원에 잔금 1087억원을 합해 1207억원이다. 잔금은 실사를 마치고 12월 중 지급될 예정이다.
회사는 이어 400억원 규모의 하이로닉 유상증자(유증)에도 참여한다. 유증으로 발행되는 신주는 기명식 상환전환우선주(RCPS) 558만8154주다.
동화약품은 특수목적법인(SPC) 설립 방식으로 투자를 진행한다. 전체 거래대금 1607억원 중 500억원 이상은 동화약품이 책임지고 나머지는 미래에셋벤처투자PE 등이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해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심이 가는 부분은 동화약품의 현금 보유량이다. 올 상반기 말 기준 회사가 가진 현금은 620억원 수준이다. 단기차입금 64억원 고려했을 때 이를 제외한 현금 대부분이 하이로닉 지분인수에 투입될 것으로 시장에서는 추정하고 있다.
동화약품의 보유 현금은 2021년을 기점으로 매년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2021년 말 1215억원에 달하던 현금성자산은 2022년 1077억원으로 11.4% 감소했다. 2023년에는 이보다 19%(205억원) 줄어든 872억원을 기록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는 또 다시 28.8% 감소했다.
회사의 현금이 감소한 가장 주된 요인은 사업다각화를 위한 M&A와 지분 투자 영향으로 풀이된다. 동화약품은 2023년 8월3일 391억원을 들여 베트남 의약품 유통업체 '중선파마' 지분 51% 인수했다. 회사는 앞서 2020년에도 임플란트 기업 '메디쎄이' 지분 60%를 221억원에 사들였다. 이외에도 환인제약(50억원), 제테마(50억원), 뷰노(30억원), 핏펫(50억원), 하이(35억원) 등에 투자를 단행했다.
영업을 통한 현금창출력이 낮아진 점도 현금 감소의 영향 중 하나로 보인다. 회사의 올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3.6%(446억원) 늘어난 2340억원을 기록했지만 오히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73.7% 감소한 58억원에 그쳤다. 매출원가 및 판매비와관리비 등이 크게 늘고 금융손익이 악화된 탓이다.
다행스러운 부분은 메디쎄이 등이 안정적인 실적을 거두고 있고 투자한 일부 기업과 펀드들의 지분 가치가 상승한 점이다. 메디쎄이는 2022년과 2023년 각각 246억원, 266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같은 기간 영업이익 37억원, 22억원을 기록했다.
동화약품 관계자는 "M&A 후속 비용과 신제품 출시에 따른 광고비 등의 증가로 수익성이 다소 낮아졌다"며 "대신 투자한 기업 중에 성과를 보이는 곳들이 생기고 있다. 작년에도 (전년 대비) 영업이익은 떨어졌지만 당기순이익은 오히려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단기적으로 보유현금이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하겠지만 금방 회복할 것"이라며 "제품 라인업 강화에 따른 매출 확대와 투자 성과 등의 시너지가 더해진다면 이전보다 유동성이 좋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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