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민승기 기자] 아리바이오 대표를 겸임하고 있는 정재준 소룩스 대표가 수년 간 파트너십을 유지해오던 메리츠증권과 거리두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지난 8월 체결한 주식 담보제공 계약을 해제하고 다른 채권자와 주식담보제공 대출 계약을 맺으면서다. 외관상으로 보면 보다 나은 조건으로 주담대를 갈아탄 것으로만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메리츠증권과의 보이지 않는 기싸움이 존재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정 대표는 지난 9일 메리츠증권과의 주식담보대출을 전액 상환하고 오버클래스홀딩스주식회사와 200억원 규모의 주식담보(대환) 계약을 신규로 체결했다. 이에 따라 담보유지비율은 기존 220%에서 200%로 변경됐다.
뿐만 아니라 질권 설정 주식수는 정 대표가 보유한 소룩스 지분 전량(1559만8646주, 지분율 34.23%)에서 600만주(13.17%)로 대폭 감소했다. 메리츠증권과의 계약에서는 담보권 실행 시 최대주주가 변경이 될 수 있는 위험이 존재했지만 이번 대환으로 그 리스크가 사라졌다.
대환 공시 직후 시장에서는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정 대표와 메리츠증권이 아리바이오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투자로 인연을 맺은 뒤 줄곧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아리바이오는 2022년 메리츠증권과 람다사모펀드를 대상으로 600억원대 BW를 발행했다. 이후 기술특례상장 실패에 따른 기한이익상실 사유가 발생했음에도 메리츠증권과 람다사모펀드는 조기상환을 요구하지 않고 있다.
정 대표와 메리츠증권은 이처럼 긍정적인 파트너십을 유지해왔지만 소룩스에 대한 주식담보대출을 진행하면서 미묘한 갈등이 생겨나기 시작했다는 게 시장의 공통된 시각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메리츠증권이 주담대 계약을 하면서 질권설정을 보유 지분 전체로 잡은 것에 대해 정 대표의 불만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정 대표가 보유한 지분 전체가 질권으로 설정되면서 공시도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 담보제공 계약'이라는 이름으로 나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빌린 돈은 160억원인데 왜 담보는 1300억원대의 가치를 가진 지분 전체로 잡지'라는 의문이 있었던 것 같다"며 "아무래도 소룩스와 아리바이오 간 합병을 추진하는 데 아리바이오 BW를 보유한 메리츠증권의 간섭을 줄일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번 주담대 대환과 관련해 딜사이트가 확보한 '소룩스 주식담보대출 현황 및 대환 건' 자료에서도 정 대표와 메리츠증권 간의 미묘한 갈등을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겼다. 정 대표는 대환대출 요청사항에 '200억원(메리츠 원금 160억원 상환+이자상당액 확보) 규모의 대환 금액과 메리츠증권과 비슷한 수준 이자(연 7.5%)와 수수료(1.5%)'를 제시했다.
이와 함께 ▲메리츠 경영진과 우호적 관계에 중대한 변화(경영진 교체 및 사임) ▲주담대가 최대주주 경영권 보호 및 이해관계인의 이해관계인의 압력 우회를 위한 키핑 목적 상존 ▲메리츠의 과도한 영향력 해소(BW 보유 등) 등을 대환대출 이유로 명시했다. 메리츠증권과의 거리두기를 목적으로 대환대출을 진행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정 대표 측 관계자는 "메리츠증권이 여전히 아리바이오의 BW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갈등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단지 일반적인 수준의 주식담보 대출로 갈아탔고, 담보 비율이 줄어들면서 정 대표의 경영권 우려가 해소됐다는 사실에만 집중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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