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현대자동차그룹 3사(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가 올 상반기 미국 자율주행 업체 '모셔널'에 조(兆) 단위 지분 투자를 단행하며 절대적인 지배력을 구축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모셔널이 처음으로 영업권을 반영했다는 점이다. 미래의 기업 이익창출 능력을 의미하는 영업권은 모셔널의 사업 성과 가시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이고 있다.
◆ 현대차·기아·모비스 3사, 상반기 1.3조 투자…지분율 85%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3사는 올 상반기 모셔널에 총 1조2682억원을 출자했고, 합산 지분율은 종전 49.81%에서 85%로 35.19%포인트(p) 상승했다. 세부적으로 현대차는 6595억원을 지원했으며, 지분율이 18.39%p 확대된 44.2%로 나타났다. 기아와 현대모비스는 각각 3551억원과 2536억원의 자금을 투입했다. 지분율은 기아가 9.8%p 커진 23.8%이며, 현대모비스는 7%p 상승한 17%였다.
이번 지분 변동은 모셔널이 올해 5월 실시한 663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가 주효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6000억원이 넘는 현금을 쏟아 부으며 앱티브(APTIVE)가 매물로 내놓은 모셔널 주식(11%)을 취득했다.
2020년 출범한 모셔널은 현대차그룹이 차량용 전장 부품과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업체 앱티브와 함께 세운 합작회사다.
모셔널은 모든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레벨4(미국자동차공학회 SAE 기준)에 부합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상용화한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출범 당해부터 완전자율주행 시스템에 대한 테스트를 진행하고, 2022년 로보택시 사업자에게 관련 시스템과 지원 기술을 공급한다는 로드맵도 세웠다.
◆ 4년간 누적 손실 2.3조…앱티브, 사실상 투자 중단
자율주행 산업이 예상보다 더딘 성장세를 보이면서 모셔널의 재정 상태가 빠르게 악화됐다. 실제로 모셔널은 ▲2020년 매출 6억4500만원, 순손실 2256억원 ▲2021년 매출 9억4900만원, 순손실 5162억원 ▲2022년 매출 12억700만원, 순손실 7517억원 ▲2023년 매출 17억7500만원, 순손실 8037억원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4년 간 누적 손실만 2조2972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더해 제너럴모터스(GM)과 포드, 폭스바겐그룹 등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는 연달아 자율주행 사업을 축소하고 나섰고, 가시적인 성과 도출이 늦어지면서 천문학적 규모의 개발 비용 부담이 가중됐다. 결국 앱티브는 올 초 모셔널에 대한 추가 자금 지원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는 동시에 보유 지분을 매각하겠다는 내용이 골자였는데, 중장기 성과보다는 단기 수익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모셔널은 현대차그룹 지휘 아래 고강도 구조조정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10명에 달하던 모셔널 이사회는 현재 절반 수준은 5명으로 축소됐다. 현대차 소속인 이철곤 상무와 박세혁 상무는 각각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최고전략책임자(CSO)를 맡고 있다.
◆ 자회사 편입, '웃돈' 영업권 처리…사업 성과 기대감
주목할 대목은 모셔널이 올해 처음으로 영업권을 계상했다는 점이다. 현대차는 올 상반기 말 기준 모셔널의 영업권으로 4670억원을 인식했으며, 기아는 2592억원을 반영했다.
무형자산인 영업권은 물리적 형태가 없지만, 경제적 실질가치는 지니고 있다. 영업상의 비법이나 높은 고객 충성도, 거래처 등에 의해 책정되는 일종의 '프리미엄'이다. 회계기준에 따르면 영업권은 합병이나 영업양수 등 유상으로 취득할 때에만 인식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모셔널의 경영권을 손에 쥐면서 영업권을 새롭게 처리했다.
통상 영업권은 매매(투자) 규모가 대상 회사의 장부상 순자산가치(시장가치)보다 비쌀 때 발생한다. 현대차·기아의 합산 영업권 가액은 7262억원이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모셔널의 미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해 웃돈을 지불했다는 의미인데, 사업 안착에 대한 자신감으로 볼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 체제에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정 회장은 미래 모빌리티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전동화와 인공지능(AI), 로봇, AAM(미래항공모빌리티), 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SDV) 뿐 아니라 자율주행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이 오는 2026년까지 68조원이라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올 상반기 모셔널 증자로 영업권이 발생했다"며 "현대차그룹 자율주행 사업과 기술 개발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 중인 모셔널은 그룹 내 관련 조직들과 유기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각 사 역량을 기반으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협력 구도를 지속 강화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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