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소영 기자] 'BBB+' 한솔테크닉스가 공모 회사채(공모채) 시장 문을 두드린다. 그동안의 단독 주관 기조를 깨고 3곳의 증권사와 주관 계약을 체결하는 등의 변화를 줬다.

최근 미국 경기 침체 우려가 대두되면서 안정자산인 우량채권에 투자자들 투심이 쏠릴 수 있다는 채권업계 전망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BBB급 신용도 한계에도 기관투자가들의 자금을 대거 흡수할 수 있을지 눈여겨 보고 있다.

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솔테크닉스는 이달 27일 300억원 규모의 공모채 발행을 위해 수요예측에 나선다. 만기는 1.5년물과 2년물로 나눴고, 만기별 발행액은 각각 150억원으로 설정했다. 희망금리밴드는 개별민평금리 대비 ±30bp(1bp=0.01%포인트)를 제시했다. 내달 3일 발행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한솔테크닉스는 이번 자금으로 만기도래 채무를 상환하는데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1년 발행했던 300억원 규모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과 지난해 5월에 발행한 280억원 규모 공모 회사채 만기 일정이 오는 11월에 있기 때문이다. 

한솔테크닉스의 올해 1분기 개별기준 보유 현금은 673억원 수준이다. 운영자금 등을 고려하면 추가 자금 조달이 불사피해 보인다.

이번 발행에서 눈길을 끄는 건 한솔테크닉스의 주관사단 구성 기조가 바뀌었다는 점이다. 한솔테크닉스는 이번에 대표주관사로 KB증권,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을 택했다. 한솔테크닉스가 이처럼 여러 주관사와 주관 계약을 맺은 건 지난 2018년 4곳의 증권사와 주관계약을 맺은 이후 처음이다. 

실제 한솔테크닉스는 지난 2018년 이후 ▲2020년 키움증권 ▲2022년 한국투자증권 ▲2023년 키움증권 등 한 곳의 증권사와만 주관 계약을 맺고 회사채를 발행하는 기조를 채택해 왔다.

하지만 한솔테크닉스가 이 같은 기조를 깨고 이번 발행에서 주관사단을 확대한 건 최근 채권 시장 전망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최근 미국발 경기침체 우려와 중동의 일촉즉발 확전 위기가 시장을 덮치면서, 채권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의 투심이 안전자산인 채권, 그 중에서도 우량채권에 쏠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혜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소되지 않은 경기 침체 공포는 투자자들로 하여금 안전자산인 초우량 회사채 선호 기조를 강화케 하는 요인"이라며 "상대적으로 우량채권이 상대적인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같은 시장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한솔테크닉스의 보유 신용등급이 BBB+(안정적)로 비우량 하다보니, 주관사 한 곳으로는 투자자 투심 위축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판단, 여러 증권사와 계약을 맺고 발행에 나서기로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솔테크닉스는 이번 공모채 발행을 통해 단기물 의존도도 소폭 낮출 수 있을 전망이다. 최근 3년간 총차입금 중 단기차입금 비중은 ▲2021년 40% ▲2022년 38% ▲2023년 31.9%로 줄었지만 올해 1분기 53.0%로 다시 증가했다.

김웅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 "한솔테크닉스는 단기상환 부담이 높은 수준"이라면서도 "한솔그룹의 양호한 대외신인도 등을 바탕으로 재무적 유통성은 확보하고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