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송한석 기자] ㈜두산은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DMI)의 경영권을 유지할까. 시장에서는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을 두산퓨얼셀에 흡수합병시키거나 청산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이 2016년 설립 된 후 8년이 지났지만 매출액은 30억원대에 머물고 있는 데다 완전자본잠식에 빠져있을 정도로 성장이 정체된 상태기 때문이다. 게다가 ㈜두산이 점찍은 신사업 대부분이 아직까지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상태라는 점도 이러한 전망이 나오고 있는 배경이다.
DMI는 ㈜두산이 신성장 사업으로 낙점한 회사 중 하나다. 나머지 2곳은 지난해 상장한 두산로보틱스와 비상장사 두산로지스틱스솔루션이다. DMI는 수소드론 중심의 사업을 전개하는 회사다. 아울러 소형 수소연료전지 파워팩을 활용한 소형 모빌리티 시장에 진출해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중이다.
문제는 성장이 정체돼 있다는 점이다. 2016년 설립됐지만 지난해 매출은 36억원에 불과하다. 나아가 지금껏 이익을 낸 적이 없다 보니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184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에 빠져있다. 더욱이 2022년 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RCPS(상환전환우선주)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기도 했지만 경영 여건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두산이 청산 혹은 흡수합병 등 어떤 식으로든 DMI에 대한 결단을 내리지 않겠냐는 것이 시장의 시각이다. 다만 DMI에 대한 ㈜두산이 결단을 내리기 위해선 앞서 발행한 RCPS를 처리해야 한다. 현재 ㈜두산은 DMI 지분 86.12%를 보유 중이다. 나머지 13.88%는 2022년 3자배정 유상증자로 RCPS를 통해 들어온 우선주 주주들이다. ▲아이디지에너지사모투자합자회사(11만5725주) ▲케이아이피에비에이션유한회사(9만6438주) ▲삼성증권주식회사(디에스Different R3 일반사모투자신탁의 신탁업자지위에서)(2만8931주) ▲삼성증권주식회사(디에스Different U2 일반사모투자신탁의 신탁업자지위에서)(1만9288주) ▲신영증권(1만9287주) 등이 총 27만9670주를 보유하고 있다.
해당 RCPS를 상환할 수 있는 기간은 2025년 4월부터 2029년 3월까지다. 공시에 표기된 RCPS의 조건은 내부수익률(IRR) 6%다. 이에 맞춰 DMI가 내야 하는 상환액을 계산하면 3년차 때 345억원, 7년차에는 436억원을 지급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시장에서는 DMI가 상환할 수 있는 조건을 맞추지 못했지만, ㈜두산이 투자자들과 협의를 통해 RCPS 상환에 나설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아울러 RCPS 상환 후 ㈜두산이 어떤 식으로든 DMI에 대한 결단을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 거론되고 있는 DMI 처리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DMI와 같은 수소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두산퓨얼셀에 흡수합병 시키는 방안이다. 두산퓨얼셀의 경우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니 만큼 DMI 흡수합병 시 수소연료전지 부분에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나아가 두산퓨얼셀의 재무지표가 건전한 점도 이러한 관측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이 회사의 자본총계는 지난해 12월말 기준 5127억원, 부채총계는 5582억원으로 부채비율이 108.9%에 불과하다. DMI를 흡수합병하더라도 자본총계(4943억원)와 부채총계(5945억원)가 급격히 줄거나 늘지 않아 부채비율이 120.3%로 안정적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반대로 ㈜두산이 DMI를 청산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수소 시장의 성장세가 더딘 데다 당초 기대했던 것 대비 규모도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는 점에서다. 니케이 BP 클린테크연구소에 따르면 DMI가 설립된 2016년 162조원 수준이던 글로벌 수소 인프라 시장 규모는 2023년 314조원으로 2배 가량 커지긴 했다. 하지만 2030년까지 393조원으로 성장세가 다소 주춤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는 데다 해당 규모가 글로벌 시장의 전체 파이임을 고려할 때 큰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은 셈이다.
이런 가운데 ㈜두산이 점찍은 신사업에 대한 막대한 투자가 남아 있는 부분도 DMI에 대한 결단을 내릴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는 배경이다. 예컨대 ㈜두산은 두산로지스틱스솔루션에 올해 4월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400억원을 지원했고, 지난해는 두산에너빌리티 보통주식 35만2314주를 담보로 제공하기도 했다. 이 회사가 지난해 자본총계가 -249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지만 2022년 732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아울러 두산로보틱스와 사업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한몫 거든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같은 기간 DMI에 대한 ㈜두산의 지원은 4.6%의 연이자율로 95억원을 단기차입 해준 것이 전부다.
이에 대해 두산그룹 관계자는 "DMI에 단기 차입을 해준 이유는 단기 운영자금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현재로서는 추가적인 지원에 대해 검토한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투자자들이 상환이나 보통주 전환에 대해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다"며 "현 시점에서 명확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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