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바이오투자가 시들시들해진지 오래다. 한때 창업만 하면 수백억원의 벤처투자를 받았던 시기의 기억이 가물가물해지고 있다. 이제는 바이오 기업 스스로 몸값을 낮춰도 투자를 하겠다는 제안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다. 바이오 기업들의 연이은 모럴 해저드와 실적 부진 탓에 코스닥 시장에서도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바이오 투자 시장의 문제점은 과연 무엇일까. 어떻게 해야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까. 딜사이트에서 살펴봤다.
[딜사이트 서재원 기자] 바이오 투자가 회복하기 위해서는 증권 시장에 상장한 바이오 기업들의 주가 회복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들 기업이 상장 후 뚜렷한 성과를 도출하지 못한 탓에 투자자들의 기대를 잃어버린 상황에서는 비상장 기업들도 관심을 받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시장에서는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기다리는 유한양행의 '렉라자'가 상장 바이오 기업의 주가 회복 신호탄이 될 것으로 기대 중이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바이오·의료 분야 신규 투자액은 2021년 1조667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22년 1조1085억원 ▲2023년 8844억원으로 꾸준히 감소세다. 같은 기간 전체 투자에서 바이오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21.8%에서 16.4%로 2년 새 4.6%포인트 하락했다.
바이오 분야 중에서도 신약 개발에 대한 투자가 말라가면서 전체 투자액 감소를 견인하고 있다. 실제 업계에 따르면 대부분의 비상장 신약 개발 기업들이 후속 투자를 유치하지 못해 구조조정 등에 나서는 것으로 전해진다. 반대로 의료기기·헬스케어·뷰티 등의 경우 오히려 투자가 활발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 분야 전체적으로 보면 덴탈, 뷰티케어, 의료기기 분야는 매출이 잘 나오다 보니 투자가 꾸준히 유치되고 있다"며 "파두 사태 이후로 거래소가 기술특례상장을 신청한 기업도 실적이 존재하는 곳을 선호하다 보니 이들 분야에 투자가 몰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신약 개발 분야의 경우 연구개발(R&D) 기간도 길고 매출도 사실상 없어서 투자자들이 기피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비상장 바이오 투자, 특히 신약 개발 기업의 투자가 활성화하기 위해선 증권 시장에 상장한 신약 기업들의 주가가 회복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약 개발 기업들이 상장 후 뚜렷한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면서 시장의 기대를 잃어버린 상황에서는 비상장 기업에 대한 관심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실제 바이오 투자가 정점이던 2021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신약 개발기업 5곳(▲네오이뮨텍 ▲큐라클 ▲바이젠셀 ▲에이비온 ▲차백신연구소)의 주가는 공모가 대비 평균 68.6% 빠진 상황이다(20일 종가기준). 이 중 5000억원 밸류를 인정받으며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던 바이젠셀의 경우 공모가 대비 10분의1 수준으로 주가가 곤두박질쳤다(공모가 5만2700원, 20일 종가 3815원).
이들 기업 대부분은 주목을 받았던 주력 파이프라인이 여전히 성과를 내지 못하거나 문제가 생기면서 시장의 기대를 잃어가고 있다. 바이젠셀은 NK/T세포림프종 치료제 'VT-EBV-N'를 앞세워 코스닥 시장에 발을 들였지만 뚜렷한 성과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임상 성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주주들을 중심으로 주가 하락이 이뤄지고 있다.
큐라클의 경우 최근 프랑스 안과 전문기업 '떼아 오픈이노베이션'에 기술수출한 황반변성 치료제 'CU06'의 권리 반환 통보를 받으면서 연일 하한가를 기록 중이다. 에이비온 역시 주력 파이프라인 'ANB401' 상용화가 늦어지면서 여전히 적자 늪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비상장 바이오 투자 시장이 활성화하기 위한 전제조건은 상장한 바이오 기업들의 주가가 정상화돼야 한다"며 "특히 신약 개발 기업들은 상장 당시 주목을 받았던 주력 파이파라인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거나 문제가 발생하면서 투자자들의 기대와 신뢰를 모두 잃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유한양행의 '렉라자(성분명:레이져티닙)'가 상장시장 활성화를 위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렉라자와 얀센의 리브리반트(성분명:아미반타밥) 병용요법은 미국 FDA로부터 품목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이르면 오는 8월 품목허가가 이뤄질 전망이다. 렉라자는 유한양행이 미국 존슨앤존슨 자회사 얀센에 기술수출(라이센스 아웃)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다.
렉라자의 FDA 승인은 유한양행 뿐만 아니라 신약 개발 분야 전반적으로 대형 호재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기술수출이 신약 개발 기업들의 주 수익모델인 만큼 투자자들이 자연스레 이들의 파이프라인에도 관심을 가지기 때문이다. 유한양행은 지난 2015년 오코스텍의 파이프라인인 레이저티닙을 15억원에 사들인 후 2018년 1조4000억원 규모로 해당 기술을 얀센에 수출했다.
앞선 관계자는 "시장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의미 있는 기술수출 등 대형호재가 발생해 시장 분위기를 바꿔야 하는데 올해 가장 큰 이벤트는 유한양행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유한양행의 호재로 기술수출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 상장 기업은 물론 비상장 기업의 파이프라인에도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질 것"이라며 "자연스레 비상장 기업들이 투자를 유치하기에도 원활한 환경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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