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전한울 기자] 11번가 기업공개(IPO) 프로젝트를 이끌어온 SK스퀘어 핵심 관계자가 최근 사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IPO 계획이 사실상 무산됐다는 분위기가 팽배해지고 있다. 게다가 재무적투자자(FI) 주도 아래 추진 중인 11번가의 강제매각도 기업가치 급감에 따라 정체된 상태다. 이에 SK스퀘어가 11번가의 기업가치 제고를 통한 IPO를 조건으로 FI와 재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11번가 IPO 책임자로 꼽혔던 김태완 최고전략책임자(CSO)가 지난달 사임하기로 결정하면서 IPO 전략팀도 공중분해 됐다. 앞서 모기업인 SK스퀘어는 2018년 재무적투자자(FI)인 나인홀딩스컨소시엄으로부터 5000억원대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2023년 9월까지 상장을 통한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약속했다. 하지만 11번가의 연이은 실적 악화로 IPO가 미뤄졌고, 지난해 11월 SK스퀘어가 FI 지분(18.2%)을 되사는 콜옵션까지 포기하면서 현재 나인홀딩스컨소시엄 주도 아래 강제매각이 진행 중이다.
문제는 11번가의 강제매각 역시 쉽지 않다는 점이다. 경기 둔화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는 상황인 데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계 이커머스 기업의 국내 진출로 인해 경쟁이 한층 치열해진 까닭이다. 여기에 11번가가 최근 6년(2018~2023년) 간 3747억원의 영업적자를 낸 것을 차치하더라도 앞서 국내 이커머스 기업을 인수했던 신세계그룹 등이 막대한 지분법손실로 허덕이고 있다. 즉 적자에 경쟁력 제고도 쉽지 않은 11번가를 누가 수천억원을 들여 사들이겠냐는 것이 시장의 시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SK스퀘어가 11번가의 IPO를 놓고 FI와 재협상에 나서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11번가의 매각을 기다리기엔 SK스퀘어가 감내해야 할 적자 규모가 만만찮고, 시장 상황상 FI 역시 엑시트 하는 게 쉽잖다는 이유에서다. 더욱이 SK스퀘어의 경우 매각이 성사돼도 11번가 기업가치가 85%나 급감함에 따라 사실상 받을 수 있는 금액이 없는 만큼 주도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 11번가의 기업가치는 2018년 투자 유치 당시 2조7000억원대에서 당초 상장이 예정돼 있던 지난해 9월 1조원 안팎으로 급감했다. 시장에서는 11번가가 적자 행진을 이어온 만큼 현재 기업가치가 5000억원대까지 쪼그라들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 강제매각이 FI가 먼저 자금을 회수한 뒤 SK스퀘어가 남은 자금을 가져가는 '워터폴(Waterfall)' 방식인 점을 감안하면 FI가 5000억원대의 원금을 회수하기에도 빠듯한 셈이다.
시장 한 관계자는 "적자 회사를 사들이려는 업체가 있을리 만무한 만큼 FI의 매각 움직임은 올해를 넘길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SK스퀘어 입장에선 강제매각이 돼도 쥘 수 있는 자금이 사실상 없는 상황이니 만큼 FI에게 재협상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어 "현재 시장에서 내다보는 5000~6000억원의 기업가치도 FI 측이 최대한 손해를 보지 않는 기준이므로 실제 협상 과정에서 더 낮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시장 관계자도 "업계 부동의 1위인 쿠팡이 최근에서야 적자에서 벗어난 점을 감안하면 11번가 성장을 위해선 장기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11번가가 비용효율화로 영업손실 규모를 40% 가까이 개선한 점은 호재"라며 "SK스퀘어로선 최근 집중하는 반도체 투자를 한층 늘릴지 오랜 적자 부담을 덜기 위해 중장기 레이스에 뛰어들지 판단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SK스퀘어 측은 "11번가 매각과 관련해 투자 티저까지만 공유되고 투자설명서는 아직 전달되지 않은 만큼 매각 실패를 미리 점치긴 어렵다"면서도 "만일 매각이 차일피일 미뤄진다면 뾰족한 돌파구는 사실상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제매각이 결정된 이래 FI 측으로부터 매각 관련 소식이 공유되지 않은 만큼 다양한 시나리오를 구상해 볼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부연했다.
한편 SK스퀘어의 투자 여력은 충분하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SK스퀘어는 올 1분기 기준 1조2000억원대의 현금성자산을 보유 중이다. 주요 자회사인 SK하이닉스도 올 1분기 역대 최대 분기 매출에 734% 증가한 영업이익을 내며 배당수익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SK하이닉스는 SK스퀘어의 배당수익(1771억원)의 99%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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