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그룹 계열사인 남선알미늄이 실적 턴어라운드 국면을 맞았다. 전체 실적을 갉아먹었던 자동차 부문이 코로나19 터널에서 빠져나오면서 4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에 무배당 원칙이 깨질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돌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더불어 경쟁사의 추격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쪼그라든 점유율과 조직 규모를 이전 수준으로 회복해야 한다.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온 남선알미늄의 경영 이슈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한국GM에 주요 부품인 범퍼를 사실상 독점 공급해온 남선알미늄의 위상 회복이 요원해 보인다. 경쟁 업체인 크레아(CREA)가 가격 경쟁력 등을 앞세워 점유율을 바짝 끌어올리고 있어서다. 크레아의 추격기 거세지면서 남선알미늄 자동차 부품사업의 입지는 사업 초기 때인 2008년 수준으로 회귀한 상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남선알미늄이 주거래처인 한국GM에 공급한 범퍼는 총 8만1043대 분량으로 전년(6만2453대) 동기 대비 29.76%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내수와 수출을 합친 한국GM의 판매실적이 8만3000여대에서 12만5000여대로 50% 가량 늘어난 덕분이다. 남선알미늄의 자동차 부문은 국내 5대 완성차 중 한 곳인 한국GM에 플라스틱 범퍼 공급을 주력으로 삼고 있다.
특징적인 대목은 공급 물량 자체는 늘었지만 정작 점유율은 감소했다는 점이다. 올해 1분기 한국GM에 공급된 범퍼 가운데 남선알미늄 제품의 비중은 65.59%로 전년 동기 대비 6.05%p(포인트) 줄어들었다. 경쟁사인 크레아가 남선알미늄의 신장폭을 뛰어넘는 실적을 낸 영향이다. 크레아가 올해 1분기 한국GM에 판매한 범퍼는 4만2510대로 전년(2만4724대) 동기 대비 71.93% 증가했다. 이에 따른 점유율은 28.36%에서 34.41%로 6.05%p 상승했다.
한국GM에 범퍼를 납품하는 협력사는 남선알미늄과 크레아에 한정된다. 이들 두 회사가 원청업체인 한국GM을 사이에 두고 물고 물리는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크레아는 자동차용 플라스틱 소재 전문기업인 세프라(CEPLA)를 모기업으로 두고 있는 중견기업이다. 본래는 선엔지니어링이란 사명을 가졌지만 2015년 세프라에 피인수 되면서 현재의 간판으로 교체됐다.
눈여겨 봐야할 부분은 남선알미늄의 점유율 하락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근 수년새 남선알미늄이 크레아에 점유율을 야금야금 빼앗기면서 시장 내 입지가 사업 초기 때인 16년 전으로 퇴보한 실정이다.
남선알미늄은 2008년 자동차 부품 제조사인 대우라이프를 인수하면서 자동차 부품업을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남선알미늄이 한국GM에 납품하는 범퍼의 70% 가량을 도맡았고 나머지 30%를 크레아가 가져갔다. 하지만 2013년 무렵부터 남선알미늄의 입지가 비약적으로 커지게 되는데, 당해 87%를 기록한 점유율은 이후 90%를 돌파해 ▲2017년 98.50% ▲2018년 98.50% ▲2019년 97.20%로 치솟았다. 범퍼 공급망의 이원화라는 말이 무색하게 사실상 독점 체제나 다름없어진 것이다.
하지만 공고해 보이던 남선알미늄의 점유율은 2020년대 들어서 뒷걸음질을 하기 시작했다. 2020년에 전년 대비 20%p가 빠진 77.80%로 곤두박질 친 뒤 ▲2021년 78.60% ▲2022년 76.21% ▲2023년 76.70%까지 내려갔다. 올해 1분기에는 점유율이 60%대에 그치면서 크레아와의 격차가 더욱 좁혀질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는 파업 등으로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대비해 부품별로 복수의 협력사를 두려고 하지만 업체별 비중은 계약 내용에 따르는 것이라 외부에서 이를 알기는 힘들다"면서 "원청인 완성차는 원가 절감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만큼 크레아가 남선알미늄 보다 나은 조건의 가격을 제시해 점유율을 늘려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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