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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의 주술경영
이규창 편집국장
2024.05.30 09:21:12
외로운 결정해야 하는 CEO의 심정 이해하지만
이 기사는 2024년 05월 29일 08시 2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일러스트=이동훈 부장)

[이규창 편집국장] "조상 묏자리(묫자리)가 잘못됐다. 옮기지 않으면 당신과 당신 자손에게 큰 화가 미친다"


누군가에게 이런 말을 들으면 흔들리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더구나 선거를 앞둔 정치인이나 회사의 존폐가 달린 결정을 해야 하는 CEO라면. 금전적 여유가 있다면 마음 속 찜찜함을 담아두지 않고 바로 행동에 옮길 가능성이 크다. 조상 묘를 옮긴 후에 선거에서 이겼다거나 회사가 부흥했다는 성공 스토리(?)는 솔깃하다.


물론 중요한 대소사를 주술에 따라 결정한다고 대놓고 밝히는 CEO는 없다. 굳이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게 만들 필요도, 리더십에 생채기를 낼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옥을 지을 때 풍수지리는 기본이고, 큰 투자를 앞두고 점(占)을 본다거나 정기적으로 용하다는 무당을 불러 굿판을 벌이는 CEO나 오너가 소문은 항상 무성하다.


주술은 물론이고 종교도 인간의 약한 고리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인간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라는 질문에 과학이 많은 답변을 쏟아내고 있지만, 아직 만족스럽지는 않다. 신도, 초자연적 힘도, 내세도 없다면 어떤 기준을 갖고 살아가야 하는지 명확한 해답을 찾기 쉽지 않다. 세계 최고의 지성이라는 리처드 도킨스가 무신론자들이 지적으로 건강하고 자부심을 가져야 하며 충분히 행복하고 도덕적일 수 있다고 격려해도 답답함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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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점술이 오랜 역사의 통계학이라는 주장도 나름 설득력이 있다. 지인인 한 CEO는 "도장을 찍을 때 매우 외롭다. 내부 의견 듣거나 외부 컨설팅을 받아도 결정과 그 책임은 온전히 본인 몫이다. 몰래 점을 보는데 점괘가 좋게 나오면 위안이 되긴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통계가 아닌가"라고 말했다.


최근 하이브와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공방에 난데없이 무속인이 등장했다. 하이브는 민 대표가 주술경영을 했다고 주장하고 민 대표는 지인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민 대표는 "하이브 때문에 정신과에 다녔는데, 시원함이 안 풀린다. 그냥 내 이야기라도 들으면 시원함이 풀릴까봐 그 의도로 갔다"고 말했다. 진실은 모르겠으나 지인인 CEO와 마찬가지로 위안삼아 만났다는 얘기다.


CEO도 불완전한 한 인간이니까 주술로 위안을 삼을 수 있다. 다만, 주술에 전적으로 의존해서는 곤란하다. 인공지능(AI)이 미래를 그리고 있는데 인간이 주술에 매달리면 AI 시대를 온전히 이끌어 갈 수 있을까.


과거 한 시사잡지가 대선을 앞두고 장안에 유명한 역술가 열 명에게 당선자 예측을 물어봤는데 결과적으로 소수만 맞췄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예 당 경선에 출마하지 않은 인물을 꼽은 역술가도 있었다. 젊은 역술가와 상대적으로 연령이 높은 역술가의 예측이 마치 선거 대리전 같은 모양새를 보였다. 재미삼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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