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수정 기자] 두산로보틱스는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4'에 참여해 두산 계열사들과 함께 부스를 꾸릴 예정이다. 이를 앞두고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는 고객사들을 만나기 위해 이번 주 미국 출장길에 오른다.

바로 전주에는 일본에서 열린 2023 국제로봇전(iRex, 이하 아이렉스)에 다녀왔다. 아이렉스는 세계 3대 로봇전시회로 불리는데, 두산로보틱스도 지난 2019년 아이렉스에 첫 참가한 바 있다. 

류 대표는 "IPO(기업공개) 이후로 거의 해외에 있었다"라고 말했다. 류 대표의 잦은 해외 출장은 M&A와 관련이 깊다. 실제, 지난 5일 수원 두산로보틱스 공장에서 진행된 숍투어(Shop tour)에서 M&A(인수합병) 관련, 진행 상황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유럽, 미국, 일본 등 해외 출장을 열심히 다니고 있다는 정도로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라며 해외를 돌며 주요 인수 후보들을 훑어보고 있음을 에둘러 얘기했다.

M&A에 필요한 실탄도 이미 확보해 뒀다. 지난 9월 IPO로 조달한 4162억원 가운데, 2850억원을 M&A에 사용하기로 했다.

1974년생 젊은 CEO인 류 대표는 옛 두산인프라코어와 지주회사 두산에서 경영혁신부문에서 경험을 쌓은 전략통이다. 전략가인 류 대표가 해외서 매물을 찾는 이유는 두산의 판매 네트워크에 있다.

두산로보틱스가 제조하는 협동로봇은 대부분 해외 딜러라는 중간 매개체를 통해 고객사에게 납품되고 있다. 지난해 매출 450억원 가운데 약 300억원은 딜러사를 경유해 판매한 수익이다. 네트워크 역량을 갖춘 딜러사를 한 곳이라도 더 뚫어야 해외 매출이 쑥쑥 클 수 있다.

만약 해외 기업을 인수하면 해외 판매 전략을 다양하게 세울 수 있다. 현지 네트워크를 갖춘 회사를 인수한다면 딜러를 거치지 않고 글로벌 영업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반드시 해외 기업을 인수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모빌리티 기술이다. 두산로보틱스는 IPO 추진 당시에도 잠재 인수합병 대상으로 유럽 물류 로봇 솔루션 SI 업체와 북미·유럽 AMR(자율주행로봇) 업체를 꼽았다. 최종 불발됐지만, 캐나다 AMR 업체에 인수 의사를 건네기도 했다.

류 대표는 "우리가 필요한 것은 AMR 기업이 갖고 있는 모빌리티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산업용 로봇과 비교한 협동 로봇의 가장 큰 장점은 작고 가볍기 때문에 협소한 공간에서도 사용할 수 있단 점이다. 굳이 실내가 아니어도 얼마든지 협동로봇을 비치할 수 있단 얘기다. 류 대표의 구상은 움직이는 로봇팔이다. 그동안 로봇팔을 한 자리에 고정해두고 사용했다면, 여기에 물류 기능을 탑재하면 이동하면서 작업이 가능할 것이란 복안이다. 

류 대표는 "자율주행 기능은 1차적으로 딜리버리 로봇이 혜택을 보겠지만, 이동 제약이 풀리면 궁극적으로 공간 활용도가 넓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미국 보스턴 다이나믹스 등이 물류 기능이 합쳐진 협동로봇을 내놓고 있는 반면, 국내는 걸음마 단계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해외 물류 로봇 시장 규모는 2024년 500억달러(한화 약 66조원)를 넘어설 전망이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시장은 3조원을 조금 넘어서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류 대표는 "기술을 돈주고 사야 한다는데 국한하지 않고 필요하다면 다양한 형태의 협업도 가능하다"라며 "모빌리티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준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