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기영 기자] 올해 3분기 주식시장을 주도한 테마는 이차전지와 인공지능(AI), 로봇 관련주가 대표적으로 꼽힌다. 소위 테마 '대장주'는 성장 기대감으로 10배 넘는 주가 상승세를 보였다. 다만 전문가들은 기대감이 지나치게 반영됐을 수 있다며 투자에 주의를 당부했다.
1일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가 에프엔가이드 통계자료를 인용해 분석한 결과, 올해 테마주 중 AI, 이차전지, 로봇 관련 종목 주가가 100% 넘게 뛰었다. 이들 종목은 모두 지난해 주가 하락을 기록했으나, 올해 급등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먼저 주목받은 것은 이차전지 업종이다. 에코프로는 올해 10만2700원으로 거래를 시작해 지난 7월 26일 장중 153만9000원까지 올랐다. 연초 대비 약 15배 수준으로 코스닥 사상 5번째 '황제주'(주당 100만원이 넘는 종목)가 됐다. 시가총액도 40조원을 넘어서며 굴지의 대기업인 현대차에 비견됐다.
에코프로 뿐만 아니라 관계사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에이치엔 주가도 큰 폭으로 올랐다. 이차전지 관련 종목인 금양, 포스코홀딩스, 포스코퓨처엠,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스틸리온 등도 주가가 큰폭으로 상승했다. 중소형 종목도 '이차전지', '리튬' 관련 사업을 한다고 발표만 하면 높은 주가 상승을 보였다.
이차전지 관련주는 에코프로가 장중 최고가를 기록한 날, 큰폭의 주가 하락을 보이며 일제히 하락전환했다. 에코프로는 현재 고점 대비 40% 가량 낮은 90만원 수준에 거래 중이다.
증권가는 에코프로 등 이차전지 종목 주가가 급등세를 보일 때부터 '지나치게 높다'는 의견을 내놨다. 분석 리포트를 발행하면서 현재 주가보다 훨씬 낮은 목표주가를 제시했다. 일부 증권사는 에코프로비엠 등에 매도의견을 담은 리포트를 발간하기도 했다.
이차전지 다음은 AI와 로봇 관련주가 주목받았다. 대장주는 레인보우로보틱스다. 이 종목은 올해 초 삼성전자가 지분 14.83%를 사들이며 시장의 주목을 받으며, 올초 3만2000원이던 주가가 지난달 11일 장중 24만2000원으로 656% 급등했다. 시가총액도 4조6587억원까지 늘었다. 이 종목은 올해 매출액 69억원, 영업손실 232억원을 기록했다. 실적으로는 설명될 수 없는 기대감이 쏠린 것이다. 유사업종인 뉴로메카, 유진로봇 등 관련 업종도 일제히 주가가 급등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다양한 협동로봇 라인업을 보유한 회사로, 4족보행로봇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회사다. 지난 4월에는 미국 현지 법인도 설립했다. 특히 삼성전자 윤준오 부사장이 기타비상임이사로 이사회에 합류하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AI업종은 의료AI 회사인 루닛, 뷰노, 딥노이드 등이 큰폭으로 올랐다. 루닛은 올초 2만7406원으로 거래를 시작해 지난달 11일 26만9718원으로 10배 가까이 올라 시가총액 3조3394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뷰노 11배, 딥노이드 5배 넘는 주가 상승을 기록했다. 이 종목들은 검진용 AI 기기와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기업이다. 3개 종목은 모두 올해 반기기준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급등 종목에 대한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실제 에코프로그 급등세를 보이던 지난 5월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매도'의견 리포트를 내고 "2차전지 기업들의 실적 성장성은 확고하지만, 향후 주가 전망에서 중요한 것은 멀티플(수익성 대비 기업가치)이 낮아지는 정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주가가 현재 수준보다 낮아지는 구간을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병화 유진증권 연구원도 지난 25일 에코프로비엠에 대해 매도의견 리포트를 제시했다. 한 연구원은 "국내 양극재 업체들의 공격적인 증설 경쟁으로 마진율 상승은 제한될 것"이라며 "국내 양극재 업체들의 설비 능력은 2030년 기준 중국을 제외한 모든 지역의 전기차에 공급하고도 남는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가는 기업의 미래가치를 반영하기 때문에 현재 실적이 주가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특정 종목의 기업가치 성장 전망이 현재 주가를 설명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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