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도이치모터스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취득을 결정한 가운데 시장에선 '보여주기식'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자사주를 다시 시장에 내다 팔 가능성이 높아 오버행 우려가 적잖은 데다 매매 체결률 역시 들쑥날쑥했던 만큼 매입 비용 줄이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단 이유에서다.
도이치모터스는 지난 25일 이사회를 열고 보통주 100만주를 장내 직접 취득키로 결정했다. 이사회 결의 전일 종가(주당 5060원) 기준 약 50억6000만원을 투입할 예정이며, 자사주 취득 기간은 26일부터 오는 12월 26일까지 3개월이다. 1일 매수 주문 한도는 10만주로 설정했고, 예상보유기간은 최종 취득일로부터 6개월 이상이다. 이회사의 자사주 취득은 ▲2015년(40만주) ▲2020년(100만주) ▲2021년(100만주)에 이은 네 번째다.
도이치모터스 주가는 자사주 매입 발표 직후 가파른 상향 곡선을 그렸다. 통상 자사주 매입이 유통주식 감소를 동반하는 만큼 대표적인 주가부양책으로 꼽혀서다. 25일 종가는 전일 대비 120원(2.4%) 상승한 5180원이었으며, 26일엔 무려 380원(7.3%) 오른 5560원으로 장을 마쳤다.
하지만 시장에선 도이치모터스의 전례를 살펴볼 때 실제로 주주가치를 제고하려는 목적이 크지 않단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질 주식수를 줄일 수 있는 자사주 소각이 한 차례도 없었을 뿐더러 오히려 매각으로 상당한 규모의 시세차익을 거뒀단 이유에서다.
실제 도이치모터스는 2019년 자사주 전량(100만4603주)을 115억원에 미국 자산 운용사인 브룩데일에 매각했다. 이 회사는 2011년 합병신주 교부에 따라 자사주 60만4603주(당시 주가 4655원)를 확보한 바 있다. 특히 2015년 첫 자사주 취득에 15억원이 소모됐단 점을 고려하면 3배에 달하는 시세차익을 거둔 것으로 추산된다. 나아가 2020년 취득한 자사주 100만주를 이듬해 스페인계 사모펀드 운용사인 아토스캐피탈에 넘겼다. 해당 자사주 매입엔 총 58억원을 썼으며, 30% 비싼 75억원에 처분했다.
다만 2021년 74억원을 들여 확보한 자사주 100만주는 아직 보유 중인데, 지지부진한 주가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5000원 초반대인 현 주가를 고려하면 50억원대 수준에 불과한 만큼 시세 차익은커녕 손실을 볼 수밖에 없어서다. 이렇다 보니 시장에선 이번에 사들일 자사주까지 포함한 약 200만주를 잠재적 매도 물량으로 분류해야 한단 시각을 견지 중이다.
일각에선 도이치모터스의 자사주 매매 체결률이 주가와 반비례했단 점에서 이 회사의 주가 부양 의지가 크지 않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매입 규모를 전략적으로 조절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도이치모터스 측에 자사주 소각 계획과 불규칙한 체결률 등에 대해 질의했으나 어떠한 답변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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