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홍기 기자] 파나진 최대주주인 소액주주연합이 경영권 확보를 위해 '오월동주'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김성기 파나진 대표와의 경영권분쟁에서 확실한 승기를 잡기위해 전임 대표이자 껄끄러운 관계로 알려진 박준곤 전 대표와의 동맹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까닭에서다. 시장에서는 이 경우 김성기 대표가 3월 정기주주총회 표대결에서 더욱 불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일 파나진 소액주주 A씨는 "신규이사진 선임 안건 등 3월 예정된 주총 표대결에서 소액주주연합의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얘기가 되고 있거나 확정된 사안도 없지만 김성기 대표를 제외한 다른 주요 주주들과 뜻을 함께 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소액주주연합의 입장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확정된 게 아니지만 소액주주연합의 설명대로 라면 김 대표를 몰아내기 위해 악연으로 남아있는 박준곤 전 대표와도 손잡을 수 있다는 얘기로 해석될 수 있어서다.

우선 파나진의 주주명단을 보면 최대주주인 소액주주연합(14.9%)을 비롯해 김성기 대표(12.7%)와 박준곤 전 대표(9.2%), 에이티넘고성장기업투자조합(3%) 등이 이름을 올린 상태다. 이중 단순투자 목적으로 파나진 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던 에이티넘고성장기업투자조합은 지난해 3분기까지 6.1%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경영권분쟁으로 파나진 주가가 상승하자 장내매각하면서 지분율이 감소한 상태다. 사실상 소액주주연합에 유의미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주요 주주는 박준곤 전 대표만 남게 된다.

박 전 대표는 현 소액주주연합은 물론 김성기 대표와도 인연이 깊다. 소액주주연합은 2012년 당시 파나진 대표로 있던 박 전 대표의 횡령·배임 혐의가 발생하자 김 대표와 의결권 공동보유 약정을 맺고 그의 우호세력을 자처한 전례가 있다. 이는 당시 김 대표의 지분율이 16.5%로, 박 전 대표와의 지분율(16.1%) 싸움에서 밀리지 않게 하기 위함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파나진 주주들은 박준곤 전 대표를 두고 중국 자회사 '칭따오스틸'과 비상장 개인기업 '코람스틸'에서도 대표로 있으면서 파나진 설비 등을 부당하게 이용했다며 검찰에 고발했고 김 대표의 단독경영체제 구축을 도왔다"며 "(소액주주연합은)그간 김 대표의 우호세력이었으나 김 대표와 마찰을 빚으면서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맹관계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밝힌 셈"이라고 평가했다.

주목되는 부분은 파나진의 경영권분쟁이 가시화되자 박 전 대표가 파나진 지분을 지속 확보하기 시작했단 점이다. 지난해 3분기만 8.32%에 그쳤던 박 전 대표는 소규모씩 주식을 사들이면서 현재 9.2%까지 지분율을 끌어올린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가뜩이나 경영권 분쟁을 둘러싸고 상대적으로 불리하단 평가를 받아온 김 대표가 더욱 난처해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소액주주연합-박준곤 전 대표간의 동맹이 현실화 되면 단순 지분율 합계만 20%가 넘어 경영권 방어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봐서다.

앞선 업계 관계자는 "박준곤 전 대표는 소액주주연합보다는 김성기 대표와의 골이 더 깊다"며 "어느 방향이든 예단하기 어렵지만 선택의 폭이 넓은 소액주주연합보다는 파나진이 확실히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