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전북혁신도시는 아직 완성형 도시와는 거리가 있었다. 전북혁신도시는 아직 빈 곳이 많다. 번듯하게 들어선 건물들 사이로 '임대' 딱지가 붙은 상가와 텅 빈 사무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공공기관 이전으로 조성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혁신도시 곳곳에는 여전히 채워지지 않은 공간이 남아 있었다.
이재명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기조에 맞춰 금융권의 전북행이 본격화하고 있지만 현장의 풍경은 기대와 현실이 공존하는 모습이었다. 다만 혁신도시 한편에서는 금융사 간판이 하나둘 늘어나며 새로운 변화도 감지되고 있었다.
그 중심에는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가 있었다. KB금융은 은행·증권·보험·자산운용 계열사를 모은 금융타운 구축에 나섰고, 신한금융은 국민연금공단 수탁 사업을 기반으로 실질적인 인력 이전에 속도를 내고 있었다.
지난 2일 전북혁신도시에 조성 중인 KB금융타운을 찾았다. 지하 1층~지상 6층 규모 건물 외벽에는 노란색 'KB금융그룹' 간판이 크게 걸려 있었다. 건물 1층에서는 KB국민은행과 KB증권 지점이 영업 중이었다. 지점 개업을 축하하는 화환도 한쪽에 놓여 있었다.
2층으로 올라가자 책상과 칸막이는 대부분 설치돼 있었지만 자리를 채운 직원은 많지 않았다. 실제로 엘리베이터 옆 층별 안내판에는 KB자산운용, KB손보CNS 등 계열사 이름이 2층부터 6층까지 빼곡히 적혀 있었다. 입주 예정 계열사 이름이 적힌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고, 층마다 사무공간이 상당 부분 갖춰져 외형적인 모습은 완성형에 가까운 모습으로, 각사별 근무인원 이전이 진행 중이었다.
KB금융은 앞서 1월 기존 전북혁신도시 근무 인력 150명에 추가 100명을 더해 총 250명이 상주하는 금융타운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리모델링 공사는 이르면 상반기 안에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서울 소재 계열사 조직의 본격적인 이전은 개소식 이후 단계적으로 이뤄진다는 게 KB금융의 설명이다. 그룹 계열사를 한 곳에 모으는 작업인 만큼 이전에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1층에 위치한 영업공간은 인근 KB국민은행과 KB증권 점포를 이전해 은행-증권 복합점포로 구성했으며, 서울소재 계열사 조직의 이전 작업 또한 상반기 중 마무리된다는 게 KB금융의 설명이다.
반면 신한금융은 인력 이동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KB금융보다 앞선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지난 2월 '신한금융허브 전북혁신도시' 출범식을 열고 전북 거점 확대를 공식화한 신한금융의 행보에는 신한펀드파트너스가 중심에 있었다.
같은 날 찾은 신한펀드파트너스 전주본부는 KB금융타운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KB금융타운이 '조성 중인 금융거점'에 가까웠다면 신한펀드파트너스 전주본부는 이미 조직과 인력이 자리 잡은 모습이었다.
건물 외벽에는 대형 간판이 걸려 있었고 1층 상가는 식당과 카페로 채워져 있었다. 건물 전체도 공실 없이 입주가 완료된 상태였다. 사무실 안에는 스무 명 남짓한 직원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회의실과 업무 공간도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었다.
신한펀드파트너스는 국민연금 수탁 사업을 수주한 뒤 전주 밀착 서비스 강화를 위해 별도의 전주본부를 마련했다. IT·업무지원·준법감시 등 본사 기능을 그대로 옮겨온 만큼 작은 본부나 다름없다는 게 신한금융의 설명이다. 현재 외부 개발 인력을 포함해 60명 이상이 전주에서 근무하고 있다.
신한금융의 다른 계열사인 신한투자증권도 전북혁신도시에 국민연금공단사무소를 열고 공단과의 실시간 소통 창구 역할을 맡고 있다. 신한금융 전체로는 은행·증권·자산운용·펀드파트너스 등 계열사 합산 약 130명이 전북혁신도시에서 근무 중이며 향후 300명 규모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금융권에서는 '리딩금융'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두 금융지주의 전북 전략에도 주목하고 있다. KB금융은 그룹 차원의 대규모 집적을 목표로 하는 만큼 중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고, 신한금융은 국민연금과의 사업 연계를 기반으로 실질 인력 이전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당분간은 신한금융이 인력 규모 측면에서 앞서는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우리금융그룹 역시 전북혁신도시 내 입주 공간 확보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의 전북행이 점차 확산되는 분위기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이 국민연금을 중심으로 한 자본시장 생태계 구축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혁신도시 거리 곳곳에는 여전히 비어 있는 상가와 사무실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국민연금공단 인근으로 금융회사 간판도 하나둘 늘어나고 있었다. KB금융의 금융타운과 신한금융의 인력 이전이 실제 금융생태계 확장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 다만 적어도 전북혁신도시에서는 사람과 자본이 다시 모이기 시작하는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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