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그룹 편입은 동양생명에 새로운 기회이자 시험대다. 인사 재편과 자본 구조 변화, 방카슈랑스 위축과 수익 둔화, 그리고 ABL생명과의 통합 가능성까지. 외형은 커졌지만 체력은 충분한지, 통합은 시너지가 될지 부담이 될지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딜사이트는 동양생명의 지배구조 변화와 재무 구조, 수익 기반, 통합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진단해본다. [편집자 주]
[딜사이트 박관훈 기자] 우리금융지주의 품에 안긴 동양생명이 때아닌 '인사 홍역'을 앓고 있다. 성대규 사장 취임 이후 재무(CFO), 투자(CIO), IT 등 핵심 보직이 잇달아 외부 인사로 채워지면서 조직 주도권이 급격히 재편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상당수가 성 사장과 직·간접적으로 인연이 있는 '신한라이프생명보험' 출신으로 분류되면서, 업계 안팎에서는 "동양생명이 신한라이프 2중대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온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동양생명은 2026년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한상욱 고객IT부문장을 신규 선입했다. 한 부문장은 유일한 부사장급 외부 영입 인사로 신한라이프 DX그룹장 출신이다.
이로써 동양생명의 핵심 의사결정 라인은 문희창 부사장(CFO), 이용혁 상무(CIO)에 이어 한 부문장까지 합류하며 재무·투자·IT로 이어지는 경영 중추 축이 모두 외부 출신 인사로 재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성대규 친정 체제'가 사실상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7월 선임된 문희창 부사장은 딜로이트안진 출신으로, 신한금융 관련 프로젝트를 다수 수행하며 신뢰를 쌓아온 인물로 알려졌다. 이용혁 상무 역시 신한라이프 출신으로 자산운용 분야에서 성 사장과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다. 결과적으로 기업 경영의 핵심 축인 CFO–CIO–IT 라인이 모두 성 사장과 직·간접적 인연이 있는 인사들로 채워진 구조다.
업계에서는 이번 IT 부문장 영입을 단순한 인사가 아닌 향후 ABL생명보험과의 통합 시스템 구축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해석한다. 과거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통합을 통해 신한라이프를 출범시켰던 경험을 보유한 성 사장이, 유사한 PMI(인수 후 통합) 모델을 동양생명에도 적용하려는 수순이라는 분석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기존 동양생명 내부 인력들이 배제되는 모양새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이다. 표면적으로는 영업 현장 등 실무 라인에 내부 출신을 안배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중장기 전략 수립과 자본 배분, 시스템 통합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기능은 외부 인사가 주도하는 구조로 기울었다는 점에서 내부 조직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중국 안방보험·다자보험 대주주 시절을 견뎌낸 동양생명의 '토종 인력'들이 오히려 국내 금융지주 편입 이후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주주가 해외 자본에서 국내 금융지주로 바뀌었음에도, 정작 핵심 보직은 또 다른 외부 출신 인사들로 채워지면서 '주인만 바뀌었을 뿐 내부 기회는 넓어지지 않았다'는 인식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피인수 기업 입장에서 조직 변화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주요 보직이 특정 출신 라인으로 집중되면 내부 승진 경로가 사실상 차단됐다는 인식이 퍼질 수 있고, 이는 장기적으로 조직 충성도와 성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인사에서 임원 직급 체계를 기존 5~6단계에서 '사장–부사장–상무' 3단계로 대폭 축소한 점도 논란이다. 동양생명측은 의사결정 속도 제고와 수평적 문화 확산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직급 단순화가 조직 슬림화를 넘어 최고경영진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를 강화하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시각도 제기한다.
특히 중간 관리자급 임원 층을 얇게 만들 경우 기존 내부 승진 임원들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직급 체계가 단순해질수록 CEO와 핵심 참모진의 전략 방향이 조직 전반에 빠르게 관철되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다양한 내부 의견을 완충·조율하는 중간 허리가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은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모회사인 우리금융지주의 기류에도 주목한다. 전통적으로 '순혈주의' 기조가 강했던 우리금융이 타 금융그룹 출신 인사들의 요직 배치를 용인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를 두고 향후 ABL생명과의 통합 등 고난도 과제를 앞두고 성 사장에게 상당한 자율권을 부여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통합 성패에 대한 책임 역시 경영진에게 명확히 귀속시키려는 포석이라는 해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성대규 사장은 과거 신한라이프 출범 당시에도 강력한 리더십으로 물리적·화학적 통합을 밀어붙인 'PMI 전문가'지만, 그 방식이 다소 톱다운(Top-down) 방식이라는 평가도 있었다"며 "우리금융 편입 후 화학적 결합이 시급한 시점에, 특정 인맥 중심의 인사가 오히려 조직 분열의 불씨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동양생명 관계자는 "이번 임원 직급 체계 개편은 단순히 층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임원들의 책임 경영을 강화하고 의사결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또한 외부 인사 영입과 관련해서는 "금융지주 편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인적 쇄신의 일환으로 보고 있으며, 내부적으로는 기존 동양 출신 인력들과의 조화로운 융합을 통해 조직의 안정을 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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