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현대자동차·기아의 올해 3분기 판매와관리비(판관비)가 5조8000억원을 돌파했다.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7% 증가하는 동안 판관비는 26% 늘어나며 비용의 증가 속도가 매출 성장률을 앞질렀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리콜에 따른 일회성 비용 확대가 아닌, 글로벌 환경 변화에 따라 완성차 업체의 비용 구조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차·기아 역시 대외변수 민감성이 과거보다 높아진 만큼 기민한 시장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의 3분기 별도 판관비는 각각 3조1213억원, 2조701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4%, 25.9% 증가했다. 양사의 합산 판관비는 26.2% 늘어난 5조8224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매출은 7.7% 증가한 36조3809억원으로 외형 성장을 이뤘지만 판관비 부담이 커지며 매출액 대비 판관비 비중은 13.7%에서 16%로 상승했다. 이로 인해 영업이익은 36.9% 급감한 1조7639억원에 그쳤다.
최근 5개년 3분기 판관비 추이를 보면 올해 증가폭이 더 가파르다. 합산 판관비는 ▲2021년 3조1316억원 ▲2022년 4조5143억원 ▲2023년 4조4428억원 ▲2024년 4조6147억원으로 3년 연속 4조원대를 유지하다가, 올해는 5조8000억원대로 1조2000억원 이상 급증했기 때문이다.
판관비는 판매비와 관리비로 구성된다. 판매비에는 광고, 마케팅, 물류비 등이, 관리비에는 인건비, 임차료, 공과금 등이 포함된다. 판관비 증가는 차량 한 대를 판매하는 데 드는 비용이 늘어났다는 의미다. 판관비 항목을 세부적으로 보면 판매보증비 비중이 가장 크다. 판매보증비는 리콜이나 인센티브 지급에 대비해 설정하는 충당금이다. 판매 시점에 비용으로 인식돼 영업이익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3분기 기준 판관비에서 판매보증비 비중은 현대차 28.3%(8829억원), 기아 42.8%(1조1559억원)에 달했다.
올해 판매보증비가 크게 늘어난 배경에는 관세 부담과 기말 환율 상승이 있다. 판매 증가에 따른 자연 증가분 외에도,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외화 충당금의 원화 환산액이 늘었다. 또 관세 인상으로 향후 부품 가격 상승이 예상되면서 보증 충당금을 선제적으로 확대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됐다. 이렇다 보니 현대차는 지난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분기말 환율 급등으로 2807억원의 마이너스 환율 효과가 발생했으며 판매관리비는 인센티브와 마케팅, 보증비용 증가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주목할 점은 판관비의 성격 변화다. 지난해는 람다2 엔진을 장착한 그랜드싼타페 등 차량의 보증 연장에 따른 일회성 비용을 반영했다. 현대차는 3200억원을, 기아는 6300억원의 비용이 각각 발생했다. 반면 올해는 품질 문제가 아닌 거시경제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한 비용 성격이 강하다. 미국 정부의 상호관세 부과와 환율 변동에 대비하기 위한 방어 비용이다. 판매가 늘수록 통제가 어려운 거시경제 리스크 비용이 확대된 구조다.
이에 현대차는 관세에 따른 재무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며 대응 중이다. 전사적 차원의 비용절감은 물론 미국 앨라배마 공장(HMMA)과 조지아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중심으로 현지 공급망을 강화하고 생산 거점 효율화, 하이브리드 등 고부가가치 차종 판매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승조 현대차 재경본부장(CFO·부사장)은 "관세로 인한 원가 상승을 계기로 핵심 역량을 재진단하고 펀더멘털(기초체력) 개선 기회로 삼겠다"며 "근본적인 개선 방안 마련을 위해 전사 협업 과제를 발굴하고 주기적으로 점검해 성과를 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인하하면서 향후 영업이익 감소세는 상당 부분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대외 불확실성에 대비해 국내에서는 비용 절감을 강화하고 관세 영향권 밖 국가로 수출 물량을 분산하는 등 기민한 대응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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