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준우 기자] 미국 유전자 의약품 개발사 진에딧이 나스닥 대신 코스닥 시장에서 기업공개(IPO)에 나서기로 했다. 당초 미국 현지 법인이라는 이점을 살려 나스닥 입성을 저울질했으나 주요 재무적 투자자(FI)들의 판단에 따라 한국행을 택했다. 눈에 띄는 점은 한국투자금융그룹의 행보다. 벤처캐피탈(VC)인 한국투자파트너스가 초기 단계부터 자금을 댔고 계열사인 한국투자증권은 직접 투자에 이어 상장 주관까지 맡았다. 발굴부터 회수까지 전 과정에 한투그룹이 깊숙이 관여하는 모양새다.
23일 벤처투자(VC) 업계에 따르면 진에딧은 최근 한국 증시 상장을 위해 한국투자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했다. 현재 400억원 규모의 시리즈C 라운드를 진행 중인 진에딧은 자금 조달을 마무리하는 대로 본격적인 IPO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업계에선 진에딧을 둘러싼 한국투자금융그룹의 움직임을 주목하고 있다. 한국투자파트너스는 시리즈A 단계부터 진에딧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해 공동 리드 투자자로 참여했다. 이후 시리즈B 등 후속 투자 라운드에도 빠짐없이 이름을 올리며 신뢰를 보였다. 이번 시리즈C 라운드 역시 기존 주주들의 참여가 유력하게 거론되는 만큼 한국투자파트너스의 추가 자금 집행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계열사인 한국투자증권까지 진에딧에 자기자본투자(PI)를 단행했다.
통상 증권사가 직접 투자한 기업의 상장 주관까지 맡는 것은 해당 기업의 성장성과 상장 성공 가능성을 그만큼 높게 평가한다는 방증으로 통한다. 한국투자증권이 국내 IPO로 방향을 튼 진에딧의 파트너로 낙점되면서 사실상 한투그룹이 진에딧의 상장 레이스를 진두지휘하게 됐다. IB 업계 관계자는 "투자부터 상장 실무까지 한투그룹이 전방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내부적으로 진에딧의 기술력과 밸류에이션에 대한 기대치가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진에딧의 코스닥 행은 철저히 실리를 따진 결과로 풀이된다. 당초 회사는 나스닥 상장을 유력한 선택지로 검토하며 코스닥과 비교 분석을 진행했다. 그러나 지분을 보유한 주요 FI들이 나스닥보다는 코스닥 상장을 강력히 원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국내 증시에서 알테오젠, 리가켐바이오 등 유망 바이오 기업들이 잇따라 시가총액 상위에 안착하며 우호적인 밸류에이션을 받고 있다는 점이 결정적이었다. 변동성이 극심하고 유지 비용이 높은 나스닥보다 바이오 섹터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유동성이 풍부한 코스닥이 기업가치 산정에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한 VC 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미국 증시보다 코스닥 상장이 엑시트(투자금 회수)와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현재 코스닥의 바이오 투심이 살아나고 있고 향후 수년간 이런 흐름이 지속될 것이란 기대감이 진에딧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과 미국 등 복수의 선택지를 두고 상장 비용과 제반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코스닥이 가장 효율적인 시장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투자자들과의 소통 효율성도 한국행을 택한 배경 중 하나로 분석된다. 진에딧은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주요 주주 구성은 한국계 VC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상장 과정에서 투자자들과 긴밀한 협의가 필요한 만큼 물리적·정서적 거리가 가까운 국내 증시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
실제 국내 VC들은 진에딧의 성장 단계마다 마중물 역할을 해왔다. 850만달러(약 125억원) 규모의 시드 투자는 세쿼이아 캐피탈, DCVC 바이오 등 글로벌 VC가 주도했으나 본격적인 성장 궤도인 시리즈A부터는 한국 자본이 투입됐다. 한국투자파트너스, 우리벤처파트너스, 컴퍼니케이파트너스가 투자를 주도했고 데일리파트너스, KB인베스트먼트, IMM인베스트먼트 등이 합류해 300억원대 자금을 수혈했다. 지난해 완료된 480억원 규모의 시리즈B 라운드는 DSC인베스트먼트가 리드하며 단일 VC 기준 최대 지분을 확보하기도 했다.
특히 진에딧은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뻥튀기 상장' 논란으로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던 시기에도 시리즈B 투자를 성공적으로 유치하며 차별화된 경쟁력을 입증했다. 당시 투자를 단행한 심사역은 "생물의약품 약물 전달시스템(DSS) 분야가 각광받는 상황에서 글로벌 제약사 제넨텍과 공동연구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점이 주효했다"며 "기술 이전 가능성과 플랫폼 확장성을 높게 평가해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진에딧은 2016년 대구과학고 동문인 이근우 대표와 박효민 수석부사장이 미국에서 공동 창업했다. 이 대표는 카이스트 생명과학과를 졸업하고 UC버클리에서 바이오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창업 후 독자 개발한 폴리머 나노입자 전달 기술과 나노갤럭시 플랫폼은 혈우병 및 뇌질환 등 난치성 질환 치료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진에딧 측은 상장 일정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상장과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기는 시기상조"라며 "관련 절차가 확정되는 대로 공식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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