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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잠식' 젠테, 마지막 보루 압구정 사옥 매각 난항
김기령 기자
2025.12.24 07:30:16
미지급금 150억에 현금 7억 뿐…투자금으로 매입한 사옥, 반년째 매수자 못 찾아
이 기사는 2025년 12월 23일 15시 1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젠테빌딩 전경 (사진=김기령 기자)

[딜사이트 김기령 기자] 토종 명품 이커머스 플랫폼 젠테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벤처캐피탈(VC) 업계의 투자 심리가 싸늘하게 식은 가운데 회사가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인 압구정 사옥마저 반년 넘게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어서다. 150억원에 달하는 단기 채무 상환 압박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자산 매각마저 불발될 경우 지난 3월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발란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젠테는 지난 4월부터 서울 강남구 신사동 소재 사옥 '젠테빌딩'의 매각을 추진 중이다. 당초 희망 매각가는 250억원 수준이었으나 거래가 성사되지 않자 최근 230억원으로 눈높이를 낮춘 것으로 파악된다. 젠테는 2022년 5월 시리즈A 투자 유치 직후 해당 건물을 약 190억원에 매입했다. 이후 리모델링을 거쳐 사옥으로 활용하며 2년 새 장부가가 50억원 이상 상승하는 자산 가치 증대 효과를 누렸다.


하지만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한파가 젠테의 발목을 잡았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강남권 오피스 빌딩의 기대 수익률이 대출 금리를 밑도는 '역레버리지' 현상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매수 대기자들은 고금리 부담을 안고 200억원대 건물을 매입할 유인이 떨어진 상태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현재 강남권 꼬마빌딩 거래가 씨가 마른 상황이라 매도자가 가격을 파격적으로 낮추지 않는 이상 거래 성사는 쉽지 않다"며 "젠테 입장에서는 제값을 받고 팔고 싶겠지만 시간은 젠테의 편이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제공=젠테 홈페이지)

부동산 매각 지연이 뼈아픈 이유는 젠테의 재무 상황이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젠테는 지난해 매출 53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0% 성장했지만 내실은 곪아 터졌다. 52억원의 영업손실과 7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특히 유동성 지표는 경고등을 켠 지 오래다. 지난해 말 기준 젠테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7억3000만원에 불과하다. 반면 1년 내 상환해야 할 유동부채는 395억원에 달해 유동비율이 극도로 악화됐다.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239억원이나 초과하는 '자본잠식' 위기 상황으로 외부감사인인 호연회계법인조차 "계속기업으로서 존속 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제기할 만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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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는 젠테의 독특한 재고 매입 구조가 유동성 위기를 부채질했다고 분석한다. 젠테는 유럽 현지 부티크와 실시간 재고 연동 시스템(ERP)을 구축해 상품을 소싱한다. 이 과정에서 핀테크 스타트업 고위드의 법인카드를 활용해 결제 대금을 먼저 치르고 젠테는 약 2개월 뒤 카드사에 대금을 납부하는 '선정산 후지급'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는 초기 자본 없이도 재고를 확보할 수 있는 레버리지 효과를 주지만 판매가 둔화되어 현금이 돌지 않으면 갚아야 할 카드값(미지급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치명적 약점을 안고 있다. 실제 젠테의 미지급금 규모는 2023년 8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150억원으로 20배 가까이 폭증했다. 사실상 빚으로 빚을 막는 구조가 한계에 봉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러한 흐름은 명품 플랫폼 업계에 트라우마로 남은 '발란 사태'와 닮아있다. 업계 1위로 꼽히던 발란 역시 외형 확장에 치중하다 광고비 부담과 정산 지연 이슈가 겹치며 유동성 위기를 맞았다. 발란은 결국 자금 조달에 실패하며 지난 3월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업계에서는 젠테가 발란의 몰락 과정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특히 소비자 신뢰가 무너지는 속도가 빠르다. 최근 명품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10월에 주문한 상품이 아직도 배송 준비 중이다", "고객센터 연결이 아예 되지 않는다", "환불이 지연되고 있다"는 등 피해를 호소하는 게시글이 빗발치고 있다. 이는 발란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기 직전 나타났던 전조 증상과 동일하다.


투자 유치를 통한 자금 수혈도 요원하다. 명품 커머스 시장에 대한 거품론이 확산되면서 VC들이 관련 포트폴리오를 정리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머스트잇 트렌비 등 경쟁사들 역시 기업공개(IPO) 계획을 철회하거나 구조조정에 돌입한 상태다. 젠테에 투자했던 기존 투자자들(인터베스트 유안타인베스트먼트 등) 역시 추가 자금 집행에 난색을 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젠테가 보유한 사옥은 사실상 회사의 마지막 생명줄이나 다름없는데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해 매각 타이밍을 놓친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보유 현금으로는 당장 도래하는 미지급금 결제조차 버거운 상황이라 대주주 사재 출연이나 파격적인 조건의 긴급 자금 수혈 없이는 흑자 도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어 "소비자 피해가 가시화된 만큼 금융당국의 모니터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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