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한은비 기자] 명품 유통 플랫폼 '발란'이 최근 법원에 기업회생을 준비하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과거 발란에 투자한 벤처캐피탈(VC)들의 투자금 회수(엑시트)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감액 처리를 하지 않은 비상장 VC들을 중심으로 실적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발란의 지분 5% 이상 지분을 지닌 주요 주주는 ▲최형록 대표(지분율 37.63%) ▲네이버(7.98%) ▲리앤한(7.28%) ▲코오롱인베스트먼트의 코오롱 2019 유니콘 투자조합(5.15%) ▲우리벤처파트너스의 KTBN 18호 벤처투자조합(4.59%) 등이다.
2015년 5월 설립한 발란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의 영향으로 급성장하며 다수의 기관투자자들에게 주목을 받았다. 현재까지 회사의 누적 투자유치금은 885억원 이상으로 파악된다. 발란은 2017년 베타 서비스 출시 후 스파크랩, 미래에셋벤처투자, 리앤한 등으로부터 시드투자를 받았다. 회사가 정식 서비스를 개시한 이듬해 3월 리앤한 등은 20억원 규모의 프리 시리즈A 투자를 집행했다.
2019년 12월 발란이 진행한 10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 라운드는 ▲SBI인베스트먼트 ▲메가인베스트먼트(현 JB인베스트먼트) ▲위벤처스 ▲코오롱인베스트먼트 ▲JB자산운용 등이 재무적 투자자(FI)로 이름을 올렸다. 이어 2020년 11월 네이버 등이 전략적 투자자(SI)로 발란에 40억원을 투자했다.
2021년 10월에는 325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유치를 단행했다. 이때 참여한 FI는 ▲신한캐피탈 ▲컴퍼니케이파트너스 ▲KTB네트워크(현 우리벤처파트너스)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 ▲네이버 ▲코오롱인베스트먼트 ▲SBI인베스트먼트 ▲메가인베스트먼트 등이다. 당시 발란의 기업가치는 2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진다.
이후 2022년 10월 25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유치에는 ▲신한캐피탈 ▲컴퍼니케이파트너스 ▲다올인베스트먼트(현 우리벤처파트너스) 등 기존 투자자들의 후속투자가 이어졌다. 해당 투자유치에서 발란이 평가받은 기업가치는 3000억원으로 전해진다.
발란은 벤처투자 호황기 시절 대규모 자금 조달에 성공하면서 국내 명품 플랫폼 '빅3'(발란, 트렌비, 머스트잇) 가운데 월간활성이용자수(MAU) 1위를 차지하기도 했으나 경기 침체를 맞으며 상황은 달라졌다. 발란은 지난해부터 새로운 투자유치에 나섰으나 실리콘투 이외 투자자를 확보하지 못했다.
발란은 올해 상반기 실리콘투로부터 150억 규모의 신규 투자를 유치했다. 기업가치는 직전 투자유치와 비교해 10분의 1로 폭락했다. 이마저도 최초 75억원 투자 후 발란이 월 기준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해야 나머지 투자를 집행하는 등 조건부 투자로 이뤄졌다. 업계에서는 발란이 실적 개선에 대한 압박을 상당히 받았을 거란 평가가 나온다.
설립 이후 적자를 지속해온 상황에서 투자심리마저 얼어붙자 유동성이 메마르면서 기업회생 준비까지 착수한 것으로 파악된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기업은 상품을 먼저 받고 판매대금 지급 시기를 늦춰 현금을 마련한다"면서도 "명품업체들은 미지급금이 많은 곳에 물건을 안 주는 경향이 있어 관련 플랫폼 산업은 유독 현금흐름을 창출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VC들은 투자한 발란이 자본잠식상태에 빠지면서 관리보수 삭감이 불가피해졌다.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VC업계 관계자는 "상장 VC들은 매년 포트폴리오 전체에 대한 가치평가를 받는다"면서 "발란에 투자한 상장 VC들은 발란의 평가가치를 매년 감액해 재무제표에 반영해왔기 때문에 이번 기업회생에 따른 실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비상장 VC의 경우 감액 처리하지 하지 않는 곳들이 많기 때문에 실적 악화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발란 투자에 참여한 VC들 중 비상장사는 JB인베스트먼트, 위벤처스, 코오롱인베스트먼트, 우리벤처파트너스 등이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